1000만 달러 시대 열렸다…‘여자골프 상금 증액' 바람 부나?

  • 등록 2022.06.07 10: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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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앤포스트=김종태 기자] 도티 페퍼는 1991년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상금 11만 달러(약 1억3000만원)를 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당시 페퍼는 “상금이 6자리 수인 것은 처음이었다”며 놀라워했다. 30년이 지난 현재 여자 골프 최고 권위의 US 여자오픈 상금은 우승 상금은 180만 달러(약 22억5000만원)로 약 16배가 늘어났다.

여자 골프 역사상 최다 상금인 1000만 달러의 총상금이 걸렸던 메이저 대회 제77회 US 여자오픈이 6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최다 우승 상금인 180만 달러는 이민지(26·하나금융그룹)의 차지가 됐다.

상금이 약 2배 가량 증가했음에도 여자 골프는 여전히 남자 골프의 상금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남자 US 오픈의 지난해 총상금은 1250만 달러(약 156억5000만원)였고 우승자인 존 람(스페인)은 225만 달러(약 28억1000만원)를 획득했다. 올해는 상금이 더욱더 늘어날 전망이다.

 

마스터스 상금도 올해 115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약 187억8000만원)로, 남자 PGA 챔피언십도 12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로 증가됐다.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무려 2000만 달러(약 250억4000만원)로 상금을 늘렸으며, 3개 인비테이셔널 대회도 올해부터 1200만 달러(약 150억2000만원) 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이에 비해 1000만 달러 이상의 상금이 내걸린 여자 골프 대회는 US 여자오픈 하나다. AP통신은 많은 프로 스포츠에서 성별로 인한 임금 차이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은 시즌당 평균 530만 달러(약 66억3000만원)를 벌지만,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들이 버는 연봉은 22만8094 달러(약 2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아델피 대학교가 2021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프로 스포츠 여자 선수들의 연봉은 다양한 종목에서 더 적게 나타난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의 평균 연봉은 400만 달러(약 50억원)였지만, 여자 패스트피치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6000 달러(약 751만원)였다. 미국 프로 축구 선수들은 평균 41만730 달러(약 5억1000만원)를 벌었고, 여자 축구 선수들은 3만5000 달러(약 4300만원)를 벌었다.

 

남자 테니스 선수들은 지난해 평균 33만5946 달러(약 4억2000만원)를, 여자 선수들은 28만3635 달러(약 3억5000만원)를 획득했다. 남성 골퍼들의 수입은 평균 125만 달러(15억6000만원), 여성 골퍼들은 4만8993 달러(약 6100만원)였다.

하지만 최근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동등한 임금”을 주장하며 성차별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여자축구 대표팀이 남자축구 대표팀 선수들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단체협약을 맺었다.

테니스의 경우 2007년 이후 윔블던, 프랑스 오픈, US 오픈, 호주 오픈 등 4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남녀 상금을 동등하게 지급하고 있다.

 

1973년 테니스 스타 빌리진 킹이 “왜 남녀가 동일한 경기를 하는데 상금은 남자 선수가 훨씬 많이 받느냐”고 주장하며 보이콧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여자 골프도 US 여자오픈의 1000만 달러 상금이 이런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US 여자오픈 정상에 올라 여자 골프 최다 우승 상금 180만 달러를 획득한 이민지(호주)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큰 걸음이며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은퇴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또한 “엄청난 변화이며 큰 힘이 된다. 여자 선수들이 훨씬 더 많은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대회들도 이런 변화에 발맞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진영(사진=AFPBBNews/Getty Images)

 

또한 AP통신은 “최근 여자 골프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스폰서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고진영(27)과 넬리 코다(미국)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LPGA 투어에서 고진영이 5승을, 코다가 4승을 거두며 9승을 합작했다. 또한 세계 랭킹 1·2위를 기록 중이며 2022년 포브스의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여자 선수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고진영은 지난해 LPGA 투어 상금으로만 350만2161 달러(약 43억8000만원)를 벌었고, 메인 후원사인 솔레어를 비롯해 LG 전자, 제주 삼다수, 대한항공, 리쥬란 등과 스폰서 계약으로 400만 달러(약 50억원)의 수입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다도 메인 스폰서 한화큐셀을 비롯해 10개 이상의 스폰서 계약을 350만 달러(약 43억8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상금으로는 238만2198 달러(약 29억8000만원)를 벌어들였다. 그의 인스타그램은 50만4000 명이 팔로하고 있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0위 내 선수들 중 8명이 미국 외 국가의 선수들이며 미국 기업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여자 골프 후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스폰서들의 관심은 이번 시즌 LPGA 투어 총상금이 9000만 달러(약 1126억원)에 달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이는 2년 전 6700만 달러(약 838억8000만원)보다 크게 뛰어오른 금액이다. 4억2500만 달러(약 5321억원)의 총상금이 걸린 PGA 투어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US 여자오픈의 상금 증액이 여자 골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한 걸음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마이크 완 미국골프협회(USGA) CEO는 지난해 아시아 기자들과 취임 90일 화상 인터뷰에서 “점차 남녀 상금 격차가 줄어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완 CEO는 US 여자오픈의 프로메디카라는 US 여자오픈의 서브스폰서를 구해 총상금을 1000만 달러로 2배 가량 늘렸다. 프로메디카는 앞으로 5년 안에 상금을 1200만 달러(약 150억2000만원)까지 증액할 예정이다.

상금만 늘어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여자 선수들도 그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미국의 간판 스타 렉시 톰슨은 ”스폰서와 상금, TV 중계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게임을 성장시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넬리 코다(사진=AFPBBNews/Getty Images)
김종태 기자 jtkim@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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