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친 내기 골프...동료가 건넨 커피에는 마약이 담겼다

  • 등록 2022.12.28 1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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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앤포스트=구재회 기자]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내기 골프였다. A 씨가 지인 B(52) 씨의 친구들과 어울려 전북 익산의 한 골프장을 찾은 날은 지난 4월 8일이다.

 

B 씨는 필드로 나가기 전 퍼팅 연습을 하고 있던 A 씨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넸다. 별 의심 없이 커피를 마신 A 씨의 정신은 차츰 아득해졌다. 마약 성분의 로라제팜을 탄 커피였다. 약 기운에 몽롱해진 정신을 다잡아보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B 씨 일당의 손에 이끌려 나간 필드에서 1타에 30만 원으로 시작한 내기 골프의 판돈은 1타에 200만 원까지 올라갔다. A 씨가 홀아웃(한 홀의 플레이 마무리)을 선언했지만, B 씨 일당은 '사람이 이렇게나 모였는데 벌써 그만 친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다그쳤다.

 

몸에 힘이 풀린 A 씨가 내기 골프에서 이길 확률은 없었다. 뭔가에 홀린 듯 끌려가다 보니 A 씨가 오전부터 4시간 동안 잃은 돈은 3천만 원이나 됐다. 이튿날 '수상한 커피'를 떠올린 A 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B 씨 일당의 사기극이 들통났다.

 

A 씨와 일당의 첫 만남은 지난해 8월이었다. 2년여 전부터 알고 지낸 충남 지역의 조폭 B 씨가 자신의 지인들을 소개해줬다. 이후 몇 차례 내기 골프를 쳤고 서서히 신뢰가 쌓였다.

 

이때부터 A 씨는 이미 일당의 타깃이었다. 이들은 지난 2∼3월 미리 로라제팜 성분의 약물을 구했고 범행 당일 A 씨가 마실 커피에 탔다. 커피에 약을 타는 '약사', '바람잡이' 등으로 역할도 미리 나눴다.

 

A 씨가 어지러운 정신을 붙잡고 골프를 치는 사이 판돈을 올린 것은 다 일당의 시나리오였다. A 씨를 걱정하는 척 건넨 두통약과 얼음물도 이미 각본에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일당 중 2명은 2014년 미얀마에서 약물을 이용한 사기 도박죄를 저질러 실형을 산 전력이 있었다. 검찰은 수사를 거쳐 이들 일당을 다시 법정에 세웠다.

 

전주지법 형사제2단독 지윤섭 부장판사는 사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B 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오늘(28일) 밝혔다. 나머지 1명은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범행 수법이 계획적이었고 마약류를 사용하기까지 했다"며 "범행에 기여한 정도, 편취금 규모, 과거 유사 범행 전력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구재회 기자 meetagain@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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