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앤포스트=박청하 기자] '관심대상 조폭'으로 지정된 지인과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경찰공무원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정상규)는 서울경찰청 소속 총경 A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승진 전인 2020년 2월경 계장으로 근무할 당시 지인의 소개로 B씨를 알게 됐고 가깝게 지냈다. 이듬해 4월께 A씨는 B씨가 자신과 알고 지내는 경찰관 2명과 함께 골프를 치자고 제안하자 이에 응해 경기도 용인 소재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
당시 골프를 마친 이들은 수원 영통구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A씨 몫의 골프 및 식사비용 40여만원을 B씨가 결제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같은 해 6월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정직 2개월과 징계부가금 80만2250원 부과처분을 받았다.
B씨는 경찰이 지정한 '관심대상 조폭'이었는데, 징계위는 A씨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이로부터 골프 및 식사 비용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징계위는 또 코로나19 확산 시기 경찰 내부에서 '불요불급한 모임·회식 등을 취소하라'는 지시를 알렸음에도 불과 일주일 만에 사적 모임을 가진 A씨가 복무지침을 위반했다고 봤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골프를 친 당일 동석한 지인 2명과 25만원씩 모아 현금 75만원을 전달했기에 향응을 수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A씨는 관심대상 조폭은 '관리대상 조폭'과 달리 단순히 관심만 갖고 지켜보는 대상에 불과하고, 골프를 치기 전인 2021년 3월께 B씨는 이마저도 해제됐다고 강조했다.
또 조직폭력 관리는 각 지방경찰청 형사과 담당 업무이고, B씨를 만날 당시 관련 없는 부서에 근무했던 만큼 직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A씨는 복무지침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했는데, 당시 교육을 수료하기 위해 경찰 내부망에 접속할 기회가 잦지 않아 확인이 불가한 상황이었다고도 부연했다. 즉, 징계사유에 비해 처분이 너무 과중해 징계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현금을 모아 전달했다는 A씨 주장과 관련해 화폐 단위에 대한 동석자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실제로 돈을 모았다고 해도 이를 B씨에게 전달한 정황을 찾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B씨와 직무 관련성을 부인하는 A씨 측 주장도 배척했다. A씨가 사건 당시 총경 승진자로서 장래에 고위 경찰공무원으로 수사를 지휘할 가능성이 충분했다는 점에서 20여년간 조직폭력 활동을 해 온 B씨와 연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B씨가 골프 동석자들과 상당기간 친분을 유지하고 골프장 예약, 비용 계산 등을 맡는 등 노력한 것을 감안하면 원고 등의 경찰 내 영향력을 기대하고 이익을 제공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징계사유는 국민의 수사기관 신뢰를 저해하고 수사 공정성과 객관성 담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위반 정도가 약하다 볼 수 없다"며 징계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