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식' 법개정에 골프장 조세형평 무너졌다

2023.04.02 13:14:31

비회원제, 별도합산에서 종합합산으로 개정.. 종부세 '껑충'

[골프앤포스트=구재회 기자] 올해부터 골프장 분류 체계가 개편된 가운데, 비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회원제 골프장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분류 체계가 개편되면서 '대중형'에 속하지 않은 비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세부담이 대폭 증가했는데, 아무리 대중형 골프장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라 해도 비회원제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 보다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조세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개편을 주도하면서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세금 관련 부처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알고도 개정을 밀어붙였다면 '조세형평 위배', 몰랐다면 '무능'이라는 이야기다.

 

골프장은 지난해까지 '회원제'와 '대중제' 두 가지 분류체계로 운영됐다. 하지만 코로나 특수로 인해 골프붐이 일면서 대중제 골프장의 높은 그린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에 지난해 국회에서 법개정이 이루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의 골자는 그린피를 인하한 골프장만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 기존의 세제혜택 등을 유지시켜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린피를 낮춰 대중형 골프장이 되든지, 그린피를 유지하는 대신 그동안의 혜택을 포기하든지 선택을 하라는 것.

지난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문체부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시행령)로 그린피 가이드라인을 제시, 올해 1월 1일부터 대중형 골프장 지정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대중형을 선택하지 않은 골프장은 '비회원제 골프장'이라는 새로운 분류에 포함되면서 결국 골프장은 회원제·비회원제·대중형 세 가지로 재편됐다.

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 전체 골프장 수는 543개로 이 중 회원제는 157개다. 나머지 386개 골프장 가운데 현재 7개 가량의 골프장을 제외하곤 모두 대중형 골프장 지정을 마쳤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 이는 비회원제에 대한 높은 세금 부과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 가지 체계로 개편됐지만, 사실상 비회원제 골프장은 소멸 직전에 있는 셈이다.

 

골프장이 세 가지 체계로 개편되면서 세금 부과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비회원제 골프장이 별도합산과세 대상토지에서 제외돼 '종합합산과세' 대상토지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기존의 분리과세 대상토지로 유지됐다.

쉽게 말해 ▲회원제 골프장은 분리과세 ▲비회원제 골프장은 종합합산과세 ▲대중형 골프장은 별도합산과세 대상 토지로 각각 분류된 것. 얼핏 보면 골프장 형태에 따라 보유세가 많이 부과되는 순으로(회원제 골프장>비회원제 골프장>대중형 골프장) 세제가 개편된 것으로 보인다.

재산세의 경우 분리과세 대상토지는 4%, 종합합산과세 대상토지는 0.2%~0.5%, 별도합산과세 대상토지는 0.2~0.4%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종부세까지 합산해 봐도 순서가 바뀌진 않는다.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 분리과세 대상토지는 재산세만 4% 부과된다. 종합합산과세 대상토지는 재산세 최고세율 0.5%에 종부세 최고세율 3%를 합해도 3.5%다. 별도합산과세 대상토지는 재산세 최고세율 0.4%에 종부세 최고세율 0.7%를 합해 1.1%다. 별도합산과세 대상토지는 80억원까지 공제가 되기 때문에, 5억원이 공제되는 종합합산과세 대상토지에 비해 세부담이 훨씬 낮다.

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토지의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70%,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00%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원제 골프장과 비회원제 골프장의 공시지가가 둘 다 100억원이라고 해보자.

회원제 골프장은 종부세 없이 재산세만 4%내기 때문에 4억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곱해 총 2억 8000만원이 보유세로 나온다.

비회원제 골프장은 최고세율로 계산해 보면 재산세는 0.5%에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곱해 3500만원이 나온다. 여기세 종부세 3%(3억원)을 더하면 보유세는 총 3억 3500만원.

회원제 골프장 보다 비회원제 골프장의 보유세 부담이 더 높다는 것이다.

◆ 결과 예상 못한 문체부와 문체부 탓이라는 행안부

회원제 골프장 보다 비회원제 골프장의 세부담이 높은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맞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올해 1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골프장 산업의 현황과 발전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새로운 골프장 분류체계에 따른 비회원제 골프장의 재산세 비율이 회원제 골프장의 60~70%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재산세율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애초에 문체부에서도 회원제와 비회원제의 세부담 차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개편에 대한 결과는 60~70% 수준은커녕 비회원제 골프장의 세금이 회원제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나오게 됐다.

비회원제 골프장을 대중형으로 유도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고 회원제 보다 높은 수준의 보유세를 부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조세법의 기본원칙인 '조세공평주의'를 어기면서까지 정책을 밀어붙이진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비회원제의 세부담을 회원제 보다 낮게 책정한 최보근 국장의 발언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결국, 이 문제는 정부 부처 간의 소통 부재 때문에 발생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문체부가 분류체계 개편을 주도하면서, 세금 관련부처인 행안부, 기재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했는데, 이런 과정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지방세법 개정을 담당하고 있는 행안부도 그저 문체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종부세를 고려했냐는 질문에는 말을 얼버무렸다는 전언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이 문제는 부처간 소통 부재 때문에 발생한 입법미스로 보인다"라며 "상식적으로 비회원제 골프장의 보유세가 회원제 골프장 보다 높을 이유가 전혀 없다. 만약 일부러 이렇게 개정했다면 조세공평주의 위반이다. 관계 부처에서 다시 검토해 정상적으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 "비회원제, 이대론 소멸할 것.. 세 가지 분류체계 유지 위해 다시 손봐야"

비정상적인 법개정으로 인해 비회원제 골프장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지방세법 개정으로 비회원제 골프장의 보유세 부담은 종전 대비 3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 개편과 별개로 기재부는 올해 7월부터 비회원제 골프장에 개별소비세도 부과하기로 했다.

회원권 분양을 통해 개발자금을 모집하는 회원제 골프장 달리 대부분의 개발자금을 금융권 차입으로 충당, 막대한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비회원제 골프장에게 급격한 세부담 증가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골프업계 관계자는 "비회원제 골프장은 고가의 회원권이 없어 회원제 골프장과 유사한 수준의 골프장 상태를 유지하려면 그린피를 아무래도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의 입장은 비회원제가 싫으면 그린피를 낮추라는 것인데, 이미 시설투자를 많이 한 비회원제 골프장들은 유지비가 만만치 않아 입장이 난처해 졌다"라고 말했다.

 

구재회 기자 meetagain@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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