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정찬민...'괴력의 장타'로 PGA 정상 노린다

2023.05.17 10:36:46

[골프앤포스트=구재회 기자] 한국 남자 프로골프계에 엄청난 장타를 치는 '괴물'이 등장해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국내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화제의 주인공은 프로골퍼 정찬민이다.

 

 

만 24세인 정찬민은 지난 7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에서 아시안프로골프투어를 겸해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3억 원)에서 최종 합계 16언더파 197타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투어 데뷔 2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급 대회에서 화려하게 따낸 정찬민은 벌써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며 깜짝 스타에 등극했다.
 

정찬민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가 골프를 친 것이 재미가 있어 입문하게 됐는데, 떡잎부터 대성할 재목으로 눈도장이 찍혔다. 2016년과 2017년 아마추어 대회인 송암배를 2년 연속 우승했고, 2017년에는 일송배 제35회 한국주니어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의 장타 능력은 고교 시절부터 발현됐다. 2016년 송암배 당시 고교 2학년생이었던 정찬민은 마지막 라운드 15번 홀(파5·448m)에서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로 290m를 날린 뒤 8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투온에 성공해 이글을 잡기도 했다.

 

허정구배 대회가 열린 남서울CC에서는 모든 파5홀에서 투온이 가능했는데, 정찬민이 기억하는 자신의 '롱기스트' 기록은 370m로 국가대표였던 고3 시절 영국 로열리버풀골프장에서 열린 영 챔피언스 트로피 대회에서 400야드가 넘는 장타를 쳤다.

 

하지만 프로의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솔직히 아마추어에서 잘 쳐서 프로를 만만하게 생각했어요. 쉽게 보고 넘어온 프로세계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그의 말처럼 프로는 아마추어와 차원이 달랐다.

 

2017년과 2018년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2019년부터 3년 동안 스릭슨 투어에서 샷을 쳤다. 2019년과 2020년 정규투어 자격시험에 해당하는 퀄리파잉 테스트(QT)에 두 차례 응시했지만 모두 낙방하는 아픔을 겪었다.

 

골프를 포기할까 고민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코리안투어에서 정상에 오르는 꿈을 꾸며 버텼고 2021년 2부 투어인 스릭슨 투어에서 2승을 올리며 마침내 꿈에 그리던 정규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특유의 장타력은 여전했다. 스릭슨 투어 장타왕에 이어 지난해 입성한 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장타 1위를 차지했다. 스릭슨 투어에서는 평균 321.8야드를 날렸고 지난해 KPGA 코리안투어에서는 평균 317.1야드를 때렸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평균 비거리가 310야드를 넘은 선수는 정찬민이 처음이다. 올해는 평균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는 무려 341야드에 이른다.

 

올해 GS칼텍스 매경오픈이 열린 남서울 컨트리클럽은 장타보단 정교한 샷과 쇼트게임, 그리고 그린 플레이 등이 훨씬 더 중요한 코스라서 정찬민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가 내린 가운데 치른 1라운드에서 정찬민이 8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선두에 올랐을 때도 페어웨이와 그린이 바싹 마르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정찬민은 많은 비가 내린 2라운드에서도 3타를 줄여 3타 차 선두를 지켰고, 비가 그치고 핀 위치가 가장 어려운 곳으로 바뀐 최종 라운드에서도 장타뿐 아니라 눈부신 쇼트게임으로 추격자들을 6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번에 보여준 기량은 한마디로 경이적이다. 최종라운드 1번 홀에서 그의 두 번째 샷은 그린 프린지에 떨어졌다. 파 세이브를 하기 힘든 위치였지만 그는 공을 높이 띄워 '런' 을 최소화하는 고난도의 '플롭 샷'을 멋지게 해내며 타수를 잃지 않았다. 파5 4번 홀에선 벙커샷을 그대로 집어넣어 이글을 기록했다. 정교한 쇼트게임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

 

필살기인 장타력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파5 14번 홀은 504야드, 즉 461m이다. 정찬민이 가볍게 친 드라이버샷은 왼쪽 벙커를 훌쩍 넘어버렸다. 남은 거리는 136m이었다. 전날 비가 많이 내리고 오르막 지형이어서 '런'이 별로 없었는데도 325m나 되는 장타를 날린 것이다.

 

정찬민이 두 번째 샷을 웨지로 쳐 그린을 오버한 장면을 본 선배들은 "과거 우리는 이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페어웨이우드나 롱 아이언으로 쳐야 투온시킬 수 있었다. 요즘 장비와 공의 발달로 비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을 고려해도 오르막 파5홀에서 웨지로 투온을 노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파4홀로는 가장 긴 16번 홀(489m)에서는 티샷이 빗맞아 오른쪽 러프로 밀렸는데도 내리막을 타고 354m를 기록했다. 남은 거리는 고작 135m이었다.


 

구재회 기자 meetagain@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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