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벽간소음’...살인에 맥주병·골프채 싸움까지 벌어져

2023.06.06 09:19:01

 

[골프앤포스트=김종태 기자]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의 310호와 311호는 ‘벽간 소음’ 문제로 수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2021년 8월 310호에 사는 30대 A씨는 자신의 집 베란다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어 311호 베란다 창문을 맥주병으로 마구 두드렸다. 이 소동으로 맥주병이 깨지고 311호 창문 방충망도 찢어졌다.

마침 아파트 놀이터에서 골프 스윙 연습을 하던 311호 주민 B씨(40대)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항의했다. 격분한 A씨는 깨진 병을 들고 놀이터로 내려와 B씨를 위협했다. 둘의 시비는 결국 폭력으로 번졌고, B씨는 들고 있던 골프채로 A씨를 수차례 가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씨는 광대뼈 골절 등 전치 13주의 상해를 입었다. 두 사람은 쌍방 폭행으로 모두 기소됐다.

서울북부지법은 최근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B씨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방어수단으로 보기에는 선을 넘어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A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벽간 소음에서 자유로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이처럼 벽간 소음 문제도 이웃 간 갈등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른 강력범죄도 빈번한 상황이다. 지난달 8일 경기도 수원 권선구의 한 빌라에서 40대 C씨가 옆집 주민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옆집에서 들리는 앰프 소리가 시끄럽다는 게 사건의 시발점이었다.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은 78.3%에 이른다. 10명 중 8명가량은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주택 등에서 이웃과 벽을 맞대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만큼 벽간 소음에 민감한 이들도 많다. 지난해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에 등록된 아파트 후기를 봐도 과거보다 언급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단어가 벽간 소음이었다. 2018년~2021년에 비해 3.7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벽간 소음으로 이한 사회적 갈등 우려도 높아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에 대한 소음 기준이나 규정은 미흡하다는 점이다. 대통령령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는 공동주택에서 각 층간 바닥의 충격음은 49㏈(데시벨) 이하여야 한다고 돼 있지만, 벽간 소음과 관련된 ‘세대 간의 경계벽’의 경우 데시벨 규정이 없다. 벽 소재와 두께 기준만 규정돼 있다.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장은 5일 “벽간 소음에 대한 데시벨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층간 소음에 적용되는 데시벨 기준을 벽간 소음에도 적용하고, 바닥뿐 아니라 벽 시공 시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태 기자 jtkim@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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