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약사봉의 봄, 그리고 ‘마지막 광복군’의 꿈을 걷다

  • 등록 2026.04.08 10: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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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에 부쳐
포천 약사봉, 장준하 선생의 숨결이 깃든 그곳을 찾아서

 

화창한 4월, 만물이 소생하는 이 계절에 우리는 유독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는 역사적 날을 맞이한다. 바로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다. 100여 년 전,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상해의 작은 건물에서 피어났던 독립의 불꽃. 그 불꽃을 끄지 않기 위해 청춘을 바쳤던 수많은 선열 중, 나는 오늘 한 분의 이름을 유독 깊이 뇌어본다. 바로 '재야의 대통령', '마지막 광복군'으로 불리는 백범 김구의 충직한 비서, 장준하 선생이다.

 

선생의 삶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축약본이다. 일본군 학도병으로 징집되었으나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 수천 리 길을 걸어 중경 임시정부를 찾아갔던 그 '장정(長征)'의 기개. 광복 후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거쳐 한국 지성의 상징인 《사상계》를 창간하여 독재 세력에 당당히 맞섰던 지조. 그리고 서슬 퍼런 유신 정권 시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개헌청원백만인서명운동'을 주도했던 그 실천력. 선생은 평생을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라는 신념 하나로 온몸을 던지셨다.

 

 

그러나 그 위대한 여정은 1975년 8월, 포천 약사봉의 차가운 바위 아래서 멈추고 말았다. 단순 추락사라는 당시의 발표와 달리,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선생의 서거는 우리 역사에 깊은 흉터로 남아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나라에서, 그 임시정부를 지키기 위해 광복군으로 싸웠던 이가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이고 비극적이다. 

 

 

 며칠 전, 나는 선생의 숨결이 여전히 남아 있을 약사봉 선생의 서거 현장을 찾았다. 포천시와 장준하100년위원회가 조성한 '장준하 등불길'을 따라 오르는 길, 나무에 걸린 선생의 초상화와 신념의 글귀들이 나를 맞이했다.

 

선생의 삶을 요약해 놓은 안내판 앞에 서니, 광복군 시절의 앳된 모습과 《사상계》를 발행하던 지성적인 모습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약사봉 '장준하 등불길'을 따라 올라간 서거 현장에는 특별한 제상이 차려져 있었다. 장준하 선생의 아드님과, 그 정신을 흠모하며 함께 길을 나선 독자분이 정성스레 준비한 제물들이다. 혈육으로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시민으로서 스승을 향한 존경심이 한데 어우러진 그 제상은 단순히 음식을 올린 자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못난 조상이 되지 않겠다'던 선생의 결기를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다짐하는 '약속의 단'이었다.

 

바위 틈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는 유족의 뒷모습에서 나는 장준하 정신의 생명력을 읽었다. 광복회원의 고령화로 독립운동의 기억이 흐려진다는 우려가 무색하게도, 아드님과 시민이 나란히 서서 잔을 올리는 모습은 우리가 왜 '정신적 후손'으로서 이 길을 함께 걸어야 하는지를 웅변하고 있었다.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번 선생의 꿈을 복기해야 한다. 선생이 그토록 원했던 나라는 단순히 외세로부터 해방된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 되고 문화가 융성하며 평화가 깃든 성숙한 민주 국가였다. 약사봉의 봄은 여전히 따뜻하지만, 그곳에서 스러진 선생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라는 선생의 외침을 가슴에 새기며, 이제는 우리가 그 등불을 이어받을 차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을 잇고, 장준하 선생의 못다 한 꿈을 실현하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고귀한 의무가 아닐까 싶다. 이번 주말, 포천 약사봉 선생의 숨결이 깃든 그 길을 걸으며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독자 기고 4cu@catto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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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기자

포씨유신문 발행인겸 편집인
글로벌캐디원격평생교육원 원장
전, (주)골프앤 대표이사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 박사과정 수료
일본 국립 쓰쿠바대학 경영정책과 석사과정 특별연구생
미국 UC Berkeley Extension 수료
저서: 캐디학개론, 캐디가 알아야 할 모든 것, 골프 이 정도는 알고 치자, 인터넷 마케팅 길라잡이, 인터넷 창업 길라잡이, 인터넷 무역 길라잡이, 인터넷 무역 실무, 386세대의 인터넷 막판 뒤집기, 386세대여 인터넷으로 몸 값을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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