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힘골프]는 골프상식이 풍부한 캐디들을 만들기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캐디들에게 '아는 만큼 힘이 되는 골프 상식'이 될 수 있도록 잘 알려지지 않은 골프 역사부터 골프 시사 상식까지 조심스럽게 다루어 볼 예정입니다. 연재 중간에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izer101@naver.com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
비 오는 날의 사투와 '감나무'의 눈물
히코리 샤프트 끝에는 주로 감나무(Persimmon) 헤드가 달렸다. 감나무는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해 타격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했다. 하지만 나무 클럽 시대의 골프는 낭만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가장 큰 적은 ‘날씨’였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무 헤드는 물을 머금어 무게가 변했고, 히코리 샤프트는 습기에 뒤틀렸다. 라운드가 끝나면 골퍼들은 클럽을 닦고 정성스럽게 기름칠을 해야 했다. 만약 관리를 소홀히 하면 다음 날 클럽 페이스가 갈라지는 참변을 당하기 일쑤였다.
또한, 당시의 공인 ‘페더리 볼(깃털을 가죽에 꽉 채워 만든 공)’은 지금의 공보다 훨씬 비쌌다. 잘못된 스윙으로 공이 터지거나 채가 부러지면 그날 라운드는 그대로 끝이었다. 부드러운 리듬의 스윙이 강조되었던 이유는 폼이 예뻐서가 아니라, 그렇게 치지 않으면 장비가 버텨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다.
번호 대신 불리던 낭만적인 이름들
지금은 드라이버, 3번 우드, 5번 우드라고 부르지만, 히코리 시절에는 클럽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었다.
드라이버(Driver): 멀리 보내는 용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름이다.
브라시(Brassie/2번 우드): 페어웨이에서 치다 보면 바닥면이 상하기 쉬워, 헤드 밑바닥에 황동(Brass) 판을 덧대었다. 그래서 이름이 브라시다.
스푼(Spoon/3번 우드): 헤드 페이스가 숟가락처럼 오목하게 패여 있어 공을 높이 띄우기 수월했다.
이후 1930년대 스틸 샤프트가 공인되면서 히코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일정한 강도로 대량 생산되는 스틸의 등장은 골프의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동시에 골퍼 각자의 개성이 담긴 ‘나무의 손맛’은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1979년, 쇠몽둥이의 역습과 카본의 지배
진정한 혁명은 1979년 테일러메이드가 선보인 ‘피츠버그 퍼시몬(Pittsburgh Persimmon)’에서 시작됐다.
이름은 감나무였지만 재질은 스틸, 즉 메탈 우드였다. 나무보다 무게 배분이 자유로운 메탈의 등장은 비거리의 상향 평준화를 불러왔다.
현대의 드라이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티타늄을 넘어 카본(Carbon)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 헤드 전체 무게의 70% 이상을 카본으로 채우고, 남은 무게를 주변부에 배치해 빗맞아도 멀리 가는 ‘관용성’의 괴물들이 탄생했다. 히코리 시절 200야드를 보내기 위해 온 몸의 감각을 곤두세웠던 선조들이 본다면 기절할 노릇이다.
장타자의 전설: 그때와 지금
히코리 시대의 장타자들과 지금의 브라이슨 디섐보를 비교하면 어떨까?
1920년대 전설적인 장타자들은 히코리 클럽으로도 250야드 이상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장비의 차이는 냉정하다.
과거의 장타가 ‘부드러운 리듬의 극치’였다면, 현대의 장타는 ‘지면 반력과 첨단 소재의 결합’이다. 히코리 샤프트로 지금처럼 시속 130마일의 스윙 스피드를 냈다가는 클럽이 먼저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기술은 골퍼의 실수를 지워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역사상 가장 편안하게 멀리 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의 우드가 ‘자연과의 교감’이었다면, 지금의 우드는 ‘공학과의 전투’다.
하지만 잊지 말자. 460cc의 거대한 카본 덩어리를 휘두르면서도 우리가 여전히 ‘우드’라고 부르는 건, 그 속에 담긴 골퍼의 원초적인 설렘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의 장비 돋보기] 드라이버 헤드, 어디까지 커질까?
메탈의 등장은 헤드 크기의 혁명을 가져왔다.
나무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460cc라는 거대 헤드가 탄생했다. 헤드가 커지고 티타늄이라는 가벼운 소재가 쓰이면서 페이스는 종잇장처럼 얇아졌고, 그만큼 반발력은 폭발했다.
하지만 기술의 독주를 지켜보던 USGA(미국골프협회)가 제동을 걸었다.
이른바 반발계수(COR) 0.83의 벽이다. 1m 높이에서 공을 떨어뜨렸을 때 83cm 이하로 튀어 올라야 한다는 이 규정은 골퍼의 비거리가 장비에 의해 무한정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지금 당신이 쓰는 10.5도 드라이버는 사실 이 정교한 수치와 규제 속에서 태어난 공학의 결정체다.
-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