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9 (화)

  • 맑음동두천 17.2℃
  • 맑음강릉 14.0℃
  • 맑음서울 19.0℃
  • 구름많음대전 18.1℃
  • 구름많음대구 17.7℃
  • 흐림울산 17.7℃
  • 맑음광주 17.2℃
  • 흐림부산 19.3℃
  • 구름많음고창 15.2℃
  • 흐림제주 18.8℃
  • 맑음강화 19.1℃
  • 구름많음보은 14.9℃
  • 구름많음금산 15.5℃
  • 흐림강진군 17.5℃
  • 흐림경주시 17.8℃
  • 흐림거제 17.6℃
기상청 제공

전문가컬럼

[절반의 판정, 그리고 추를 옮길 시간 — 오션비치 캐디 사건 단상]

 

[포씨유신문=조우성 변호사] 오션비치 골프장 캐디 노조 사건에 대한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사용자의 행위는 위법하지만, 그 행위를 당한 사람은 근로자가 아니다."

 

부당노동행위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정작 캐디의 근로자성은 부정한 이 절반의 판정 앞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은 도대체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오래된 물음이지만, 그 오래됨이 오히려 무게를 더한다.

 

법리적으로 이 결론이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종속성·지휘감독·보수의 실질 등 여러 징표의 종합 평가로 판단해 왔고(대법원 2011다78804 등), 캐디라는 존재는 줄곧 그 경계의 회색지대에 머물러 왔다.

 

그라운드 위에서 골프 채를 들고, 카트를 운전하며, 라운드 전체를 함께 하면서도 법의 눈에는 노동자의 형체를 갖추지 못한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 그러나 같은 사실관계에서 사용자의 노조 활동 방해는 위법하다고 인정하면서, 정작 그 활동의 주체에게는 '근로자'라는 신분만은 허락하지 않는 구조는 논리적 일관성을 의심케 한다.

 

보호받을 행위는 존재하는데, 보호받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것은 법의 모순이자, 누군가의 삶 위에 내려앉는 무게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입증책임이라는 추(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장하는 자가 증명한다"는 원칙은 정의라는 거대한 건축의 오래된 기둥이었다. 그러나 사실관계와 자료의 거의 전부가 사용자의 손에 쥐여 있는 종속노동의 현실에서, 그 원칙은 종종 약자의 침묵으로 귀결되어 왔다.

 

증명할 수 없어 권리 밖으로 밀려나는 것 — 그것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제도의 빈자리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자추정제는 바로 이 추를 옮기자는 제안이다. 노무를 제공한 자를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그 추정을 깨뜨리려면 자료를 가진 사용자가 증명하라는 것이다. 입증책임의 작은 이동이 보호의 두께를 결정한다. 몇 줄의 조문이 바뀌는 자리에서, 누군가의 노동은 처음으로 제 이름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추정제는 만능이 아니다.

 

골프장이 ICT 자율배정 등으로 종속성을 절연하는 합리적 운영 구조를 갖춘다면, 추정은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 그것이 법의 균형이고, 추정제가 짊어진 한계이기도 하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누군가를 '독립한 자'라고 부르는 순간, 우리는 그의 어깨 위에서 보호라는 그늘을 걷어 올린다는 점이다. 독립이라는 말이 자유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방임의 완곡어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절반의 판정이 남긴 빈자리는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과 입법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그 빈자리 위에서 캐디들은 여전히 골프 클럽을 들고 페어웨이를 걷고 있다. 추를 어느 쪽으로 옮길지,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그 답이 누군가의 하루를, 한 계절을, 한 생애의 노동을 감싸 안을 수 있기를 — 그것이 법이라는 이름을 붙인 언어에 우리가 기대는 마지막 희망이다.

프로필 사진
조우성 변호사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저자
로펌 머스트노우(Mustknow) 대표변호사
변호사 업무 외에 협상, 인문학 컬럼 작성과 강의를 하며, 팟 캐스트 '조우성변호사의 인생내공', '고전탑재' 진행 중이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및 법학대학원 수료
사법시험 33회
사법연수원 23기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소송부 파트너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분쟁조정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
법무법인 한중 파트너 변호사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자문 특별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사내변호사 특별위원회 위원
법률사무소 기업분쟁연구소(CDRI) 대표변호사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포토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