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씨유신문=조우성 변호사] 안개가 자욱하거나 비가 온 뒤의 라운드는 늘 긴장됩니다. 최근 의정부지법에서 나온 판결은 캐디의 안내 한마디가 법적으로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고는 찰나에 발생하지만, 그 책임의 무게는 길게 남습니다.
1. 사건의 전말: 튕겨 나온 공에 다친 골퍼
2023년 4월, 포천의 한 골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틀간 내린 비로 잔디는 미끄러웠고 안개도 꼈죠. 1번 홀 실개천 근처에서 샷을 하던 골퍼 A씨가 미끄러지면서 공을 잘못 쳤고, 그 공이 앞에 있던 바위에 맞고 튕겨 나와 A씨의 얼굴을 때렸습니다. 이 사고로 A씨는 큰 부상을 입었고 법원은 골프장 측에 약 2,200만 원(책임 비율 30%)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 캐디는 '인간 내비게이션'입니다
법원이 골프장의 책임을 인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캐디 C씨가 "위험을 인식했음에도 주의를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를 '내비게이션'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산길을 운전하는데 내비게이션이 "잠시 후 낭떠러지니 조심하세요"라고 알려주지 않아 사고가 났다면, 운전자는 안내 시스템을 원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골프에서 캐디는 단순한 경기 보조자가 아니라, 코스의 위험 요소를 미리 알려주는 '안전 내비게이션'입니다. 법원은 캐디가 "비 때문에 미끄러우니 개천 근처 샷은 위험합니다"라고 제지하거나 강하게 주의를 주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3. '사용자 책임'과 현장 대응의 중요성
사고를 낸 사람은 골퍼 자신인데 왜 골프장이 돈을 낼까요? 법에는 '사용자 책임'이라는 원칙이 있어, 직원이 업무 중 주의를 게을리해 사고가 나면 사장님(골프장)도 함께 책임을 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은, 사고 후 작성하는 '경위서'만으로는 법원에서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주의를 주었습니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가 없으면 법원은 골퍼의 손을 들어줍니다.
4. 실천합시다: "안내가 곧 안전입니다"
현장에서의 루틴을 이렇게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 위험 상황 포착 시: "손님, 여기는 바위가 가까워 위험하니 공을 조금 옆으로 옮겨서 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명확히 제안하세요.
- 날씨 악화 시: 카트 출발 전 "오늘 잔디가 매우 미끄러우니 평소보다 짧게 스윙하십시오"라는 안내를 습관화하십시오.
여러분의 "조심하십시오"라는 그 평범한 한마디가 고객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우리 골프장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으로부터 구하는 가장 확실한 법적 방어선이 됩니다. 오늘도 안전한 필드를 위해 애써주시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