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골프히스토리] 영톰모리스 4부. 아버지,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

  • 등록 2025.07.31 0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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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톰 모리스의 삶은 골프 코스 위에서는 눈부신 영광의 연속이었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한 젊은이의 고뇌와 비극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특히 아버지 올드 톰 모리스와의 관계는 그의 삶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아픈 축이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아버지와 아들을 넘어, 당대 최고의 골프 부자이자 스승과 제자, 그리고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다. 함께 디 오픈의 영광을 나눴고, 챌린지 매치에서 한 팀을 이루며 골프 역사를 써 내려갔다. 그들의 유대감은 골프계의 전설로 통했다.

 

그러나 이처럼 단단했던 부자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영 톰의 '사랑' 때문이었다.

 

1874년, 영 톰은 마거릿 드루리(Margaret Drinnen)라는 여성과 결혼을 발표했다. 영 톰은 마거릿을 만난 후 빠르게 깊은 사랑에 빠져들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그들은 만남 초기에 이미 육체적인 관계를 맺을 정도로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렸다. 하지만 마거릿에게는 복잡한 과거가 있었다. 그녀는 영 톰보다 연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관계에서 사생아를 낳았던 전력이 있었다. 비록 그 첫 아이는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당시의 보수적인 사회는 물론 교회에서조차 '낙인찍히고 수치스러움을 겪었던' 그녀의 과거는 '흠이 있는 여자'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마거릿의 배경은 가문의 명예와 전통, 그리고 종교적 신념을 중시했던 모리스 가문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영 톰의 어머니이자 올드 톰의 아내인 낸시 베이(Nancy Bay)의 반대가 극심했다. 아들이 '타락한 여성'과 어울리는 것을 가문의 치욕으로 여겼고, 이는 단순한 결혼 반대를 넘어선 '집안의 대대적인 스캔들'로 비화되었다. 낸시와 올드 톰은 영 톰에게 다른 여성을 만나라고 강하게 종용했지만, 영 톰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마거릿에게 "나는 당신을 선택했어요! 아시겠어요? 부모님은 다르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그래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요."라며 확고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영 톰은 세속적인 사회의 시선과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거릿을 선택했고, 이는 부자 사이에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들었다. 영 톰은 가족과 골프계의 압박 속에서도 마거릿을 지키려 했고, 마침내 결혼은 성사되었으나 이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결혼식에는 아버지 올드 톰과 어머니 낸시가 결혼을 외면함으로써, 부자 사이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1875년 9월, 이들의 애증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달았다.

 

영 톰은 노스 베릭(North Berwick)에서 열린 중요한 챌린지 매치에 참여하고 있었다. 경기가 한창이던 중, 아버지 올드 톰에게 한 통의 전보가 도착했다. "영 톰의 아내와 태아가 위험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아들 부부에게 닥친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올드 톰은 경기의 중요성과 무엇보다 아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까 염려하여 이 비보를 숨기기로 결정했다. 아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매치를 마무리했고, 승리를 거둔 후 비로소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영 톰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끔찍한 현실이었다.

 

사랑하는 아내 마거릿과 뱃속의 갓난 아들 토머스 미첼 모리스 3세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임신 합병증으로 인한 출산 중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소식이었다. 이 엄청난 충격은 영 톰의 마음을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 이 절망 속에서, 아버지가 비보를 숨겼다는 사실은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깊은 배신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를 용서할 수 없었다.

 

영 톰은 올드 톰의 선택을 자신의 사랑과 아내에 대한 무관심으로 여겼으며, 올드 톰은 아들의 고통과 원망을 보며 끝없는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렸다. 한때 골프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자 관계로 칭송받았던 둘 사이에는 이제 치유 불가능한 상처만 남았다.

 

이 애증의 상처는 끝내 아물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를 잃은 지 석 달 후,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의 드넓은 링크스 위로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던 1875년 크리스마스 아침, 골프 역사에서 처음으로 가장 빛나는 별 하나를 잃었다. 그의 나이 고작 스물 넷, 한창 피어날 꽃다운 청춘의 끝이었다. 그의 공식적인 사망 원인은 폐출혈을 동반한 호흡 부전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많은 이들은 그가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상심병(broken heart)'으로 죽었다고 믿었다.

 

그의 갑작스럽고 비극적인 죽음은 골프계에 엄청난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올드 톰은 아들의 죽음 이후에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그린키퍼로, 클럽 제작자로, 그리고 여전히 골프의 산증인으로 살았지만, 그의 삶은 아들 영 톰의 빈자리로 인해 깊은 공허함을 안고 말았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영 톰 모리스의 이야기는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중 한 명의 탄생과 화려한 성공, 그리고 너무나 안타까운 비극으로 남아,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김대중 글로벌캐디원격평생교육원 원장 4cu@catto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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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기자

포씨유신문 발행인겸 편집인
글로벌캐디원격평생교육원 원장
전, (주)골프앤 대표이사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 박사과정 수료
일본 국립 쓰쿠바대학 경영정책과 석사과정 특별연구생
미국 UC Berkeley Extension 수료
저서: 캐디학개론, 캐디가 알아야 할 모든 것, 골프 이 정도는 알고 치자, 인터넷 마케팅 길라잡이, 인터넷 창업 길라잡이, 인터넷 무역 길라잡이, 인터넷 무역 실무, 386세대의 인터넷 막판 뒤집기, 386세대여 인터넷으로 몸 값을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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