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뉴스 10월 28일자 '골프장 캐디 연봉이 3천800만원?...갈 길 먼 '유리지갑' [취재여담]'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직장인의 지갑을 보통 '유리 지갑'이라고 표현합니다. 매달 얼마를 버는지 훤히 보이는 까닭에 세금이나 4대 보험료를 뗄 때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뜻에서 나오는 볼멘소리인데요. 직장인에게는 당연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이 여전히 드물게 지켜지는 직업군도 있습니다. 주로 현금으로 보수를 받는 직업군, 그 중에서도 골프장 캐디가 대표적입니다. 국세청의 방관 속에 탈세가 수 십 년 된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캐디들은 그동안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아 왔습니다.
- SBS Biz 뉴스 기사 서언 발췌
직장인의 월급은 유리지갑이라 매달 얼마를 버는 지 훤히 보이고, 골프장 캐디는 현금을 받기 때문에 소득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이는 골프장과 캐디를 몰라도 너무 모르기 때문에 한 말이다. 캐디는 이미 2021년 11월부터 벌고 있는 소득을 전부 국세청에 신고했다. 그것도 스스로 신고한 것이 아니라, 골프장에서 일괄적으로 국세청에 '사업제공자 등의 과세자료 엑셀서식'이라는 이름으로 신고했고, 과세신고를 안하거나 축소신고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즉, 세금 탈루 자체도 불가능하게 막아 놓았는데, 어떻게 현금을 받기 때문에 캐디가 세금사각지대가 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기사에는 '국세청에 방관 속에 탈세가 수십년된 관행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국세청 방관과 수십년된 관행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 캐디들이 겪어 왔던 노동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89년 유성CC 캐디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노동조합을 유성구청에 설립신고하고, 이를 유성구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득한 후, 유성구청이 설립허가된 노동조합을 취소했다.
이에 캐디들이 반발해서 1990년 서울고법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1993년 대법원 판결(90누1731)에 의해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1993년 판결 이후 아직까지 캐디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이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캐디를 근로자가 아닌 존재로 만들기 위해 1989년까지 골프장에서 지급했던 캐디피 일부(라운드당 1만 5천원중 5천원을 골프장이 지급)를 고객에게 전액 전가하고, 골프장과 캐디의 관계가 아무런 종속관계가 없는 것처럼 만들었다.
이렇게 캐디가 국세청 시야에서 30년 전에 벗어나게 되었고, 이렇게 됨으로 인해 캐디는 부당해고나 직장내 괴롭힘, 성희롱 등의 인권 사각지대에 머물게 되었다.
캐디와 관련되어 정부가 해왔던 중요한 사건은 다음과 같다.
2007년에 통계청에 직업으로 처음 집계되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캐디의 노동기본권 보호 및 처우 향상을 위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별도의 법률 제정을 권고하였다.
2018년에 정식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포함되었다.
2021년 7월 1일 고용보험 당연가입되었다.
2021년 11월 15일부터 국세청에 과세자료를 신고하였다.
2022년 7월 1일 산재보험 당연가입하게 되었다.
국세청이 방관한 것이 아니라, 캐디가 약자로서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SBS Biz뉴스 10월 25일자에 '[단독] 이제 캐디도 세금 다 낸다...소득 신고 4배 급증'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는 대표적인 '과세 사각지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일하는 대가인 캐디피를 주로 현금으로 받아서인데요.
- SBS Biz 뉴스 앵커 -
캐디가 현금을 받기 때문에 과세 사각지대라는 표현을 썼다. 카드를 받으면 과세 사각지대를 벗어난다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캐디는 원천적으로 국세청의 과세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현금 소득자이기 때문에 과세 사각지대에 있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 카드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에서 비사업자인 캐디에게도 신용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허용한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유인책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조선비즈 9월 23일자 '연봉 5천 버는 캐디가 약자?...골프장도, 국세청도 손 놓은 '세금 사각지대' 기사 제일 하단에서 발췌-
캐디피 카드 수수료 매 라운드마다 4천원
캐디피를 카드로 결제하면, 15만원 카드피에 4천원을 카드 수수료로 내야 한다. 캐디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게 되는데, 지금까지 현금으로 받아서 과세를 해왔던 캐디 입장에서 갑자기 카드 결제를 하고, 카드 수수료를 납부하라고 하면, 어떤 캐디가 현금으로 받던 것을 모두 카드로 전환하겠는가?
공교롭게도, SBS Biz 뉴스와 조선 비즈에서 캐디연봉 5천5백을 제시할 때 그 근거로 언급한 회사가 캐디피 카드 결제회사다.
누가 캐디를 탈세자(?)로 몰고, 캐디피를 카드로 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2024년 9월 종합소득세 신고 건수 32,754건으로 전체 38,000명 캐디 중에서 약 85% 신고
국세청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캐디 한 명당 평균 수입은 3천830만원입니다. 전체 신고된 수입 금액(1조2천560억원)을 신고 건수(3만2천754건)로 나눈 금액입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와 그린재킷 등 골프업계가 지난해 골프장 내장객과 캐디피 등을 기반으로 추산한 캐디 한 명당 평균 수입인 5천500만원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입니다. 캐디들이 소득을 축소 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입니다.
-SBS Biz 10월 28일 기사 발췌-
다음으로 중요한 이슈가 축소신고했다고 보는 캐디 평균 수입에 관한 문제다.
캐디피 카드결제 업체인 그린재킷이 추산하는 캐디 한 명당 평균 수입은 5천 500만원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는 2023년 골프장 내장객수가 5,058만명, 전국 캐디수가 3,800명, 평균 캐디피가 145,000원으로 산정하면, 고객 1명당 캐디피는 41,428원이 된다.
1인당 캐디피 41,428원에 골프장 내장객수 5,058만명을 곱하면 연간 전체 캐디피 2조 954억원이 나오고, 이를 캐디 38,000명을 나누면 캐디 1인당 연봉 평균이 5,500만원이 나온다.
골프저널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전국 560개 골프장에서 227개 골프장이 노캐디, 마샬캐디, 드라이빙 캐디 등 캐디 선택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즉, 전체 골프장 중 40.5%의 골프장이 캐디피 10만원 이하 골프장이거나 캐디피를 내지 않는 노캐디 골프장이라는 사실이다.
위에 그린자켓이 제시한 캐디 1인당 연 평균 5,500만원은 노캐디 골프장을 포함한 캐디선택제 골프장을 포함하지 않고, 모든 라운드에 캐디피를 지급한다고 하는 통계의 오류에 빠져있어서, 국세청이 제시한 캐디1인당 연 평균 소득 3,830만원이 더 합리적인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캐디피를 카드로 받기 위해서 무리하게 캐디를 탈세자로 몰아가서도 안되며, 부족한 통계학적 근거를 내세워 캐디가 고속득자인 것처럼 과대 포장해서도 안된다.
캐디의 소득은 이미 국세청이 다 파악하고 있는 상태이며, 2024년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은 15%의 캐디는 성실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가산세를 납부하게 될 것이다.
캐디를 과세 사각지대로 대우하는 언론들에게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여 사실을 올바르게 바로 잡아야 하며, 캐디가 직업적으로 전문적인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캐디계에서 노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