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는 업무 시간 외에 골프장으로부터 배토 작업을 할당받아 일주일에 두번 정도 배토 작업에 투입된다. 물론, 최근에는 캐디가 배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골프장 지시로 배토 작업을 하기 위해 카트를 몰고 가던 중 불행하게 조수석에 탔던, 캐디가 아스팔트에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치면서 식물인간이 된 사건이 2014년에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카트를 몰았던 캐디와 골프장간 구상금에 대한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의 구상금 민사 소송에 대한 판결을 분석해 보았다.
아래 내용은 대구지방법원경주지원 2017가합3093(본소) 구상금, 2017가합3109(반소) 구상금 판결 내용을 기초로, 원고와 피고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캐디 A와 골프장이라고 바꾸고, 캐디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을 약간 수정했다.
기초 사실
2014년 1월 7일 9시 50분 경 캐디 A와 B는 15번 홀에서 배토를 하기 위해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중, 캐디 A가 운전하고 캐디 B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 카트 도로에서 좌회전하는 순간 캐디 B가 카트에서 떨어져 아스팔트 도로에 머리를 부딪쳤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급성 경막하 출혈, 뇌수두증 등의 상해를 입어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 제거술 등을 받았으나,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 캐디 B와 그 가족들은 운전을 한 캐디 A와 골프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16가합2475호), 위 법원은 캐디 A와 골프장 과실 비율을 30%, 캐디 B의 과실 비율을 70%로 판단했다.
'캐디 A와 골프장은 공동으로 캐디 B에게 손해배상금 245,193,983원, 캐디 B의 남편에게 위자료 500만 원, 캐디 B의 자녀들에게 위자료 각 25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캐디 B 및 그 가족들이 항소하였고(대구고등법원 2016나 26274), 위 법원은 캐디 A와 골프장의 과실 비율을 50%, 캐디 B의 과실 비율을 50%로 판단하고, '제1심 판결 금원에 추가하여 캐디 A와 골프장 공동으로 캐디 B에게 183,944,806원, 캐디 B의 남편에게 100만 원, 캐디 B의 자녀들에게 각 5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캐디 B의 부상 부위 치료와 관련하여 발생한 보험급여비용에 대하여 캐디 A와 골프장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14가단13436호), 위 법원은 '피고들은 공동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104,706,505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확정되었다.
캐디 A와 골프장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손해배상금 등을 지급하였다.
순번 | 지급주체 | 지급일시 | 항목 | 금액 |
1 | 캐디 A | 2014. 2. 25. | 환자 이송료 | 900,000원 |
2 | 현대해상화재보험 | 2014. 9. 29. |
캐디 B에 대한 입원비, 치료비 보험금 |
35,615,215원 |
3 | 캐디 A, 골프장 | 2016. 11. 2. |
캐디 B 등에 대한 손해배상금 공탁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16가항 2475호) |
각 146,754,018원 |
4 | 골프장 | 2017. 8. 31. |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구상금 지급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14가단13436) |
110,823,900원 |
5 | 골프장 | 2017. 8. 31. |
캐디 B 등에 대한 손해배상금 추가 지급 (대구고등법원 2016나267274) |
223,745,093원 |
지급 합계 | 캐디 A 146,754,018원 + 골프장 517,838,226원 = 664,592,244원 |
[표] 각 주체별 손해배상금 지급 내역, 출처: 대구지방법원경주지원 2017가합3093 구상금 판결 내용 중에서 발췌
캐디 A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골프카트의 구조상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유형의 사고로서, 캐디 A의 과실이 경미한 점, 이 사건 사고가 골프장의 지시에 따라 배토를 하던 중 발생한 점, 기타 사고 발생 경위와 과실 정도, 캐디 A의 근무 태도, 골프장의 규모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캐디 A의 골프장에 대한 구상책임은 면제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골프장은 캐디 A에게 146,754,01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골프장의 주장
골프장은 캐디 A를 비롯한 캐디들에게 카트 운행과 관련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왔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카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캐디 A는 캐디 B와 C가 양손에 삽을 들고 있어 안전손잡이를 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카트를 그대로 운행하였고, 캐디 A가 급하게 좌회전을 한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해 보면, 골프장의 부담비율을 30% 로 보아야 할 것인바, 캐디 A는 골프장이 출재한 금원 중 골프장의 부담비율을 초과하는 금액인 318,460,55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법적 판단
가. 구상관계의 존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는 채무자들 상호간의 구상관계의 존부에 대하여 보건대, 부진정연대채무자들은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각자 이를 변제할 책임을 지지만, 그들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일정한 부담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 부담부분은 각자의 과실의 정도 등에 따라 정하여지는 것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자들 중 일부가 자기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민법 제425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그 부담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 원 2006. 1. 27. 선고 2005다19378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7다7959 판결 등 참 조).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캐디 A가 카트 운전자로서 부담하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 골프장이 카트 운행자로서 부담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는 바, 캐디 A와 골프장은 자신의 부담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한 부분에 대하여 상대방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나. 부담부분의 비율
부진정연대채무자 상호간의 부담부분은 과실의 정도를 비롯한 기여도 등 불법행위 및 손해와 직접 적으로 관련된 대외적 요소를 고려하여야 함은 물론, 나아가 특별한 내부적 법률관계가 있어 그 실 질적 관계를 기초로 한 요소를 참작하지 않으면 현저하게 형평에 어긋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대내적 요소도 참작하여야 하며, 일정한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제한할 수도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33607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한 내부적 부담부분을 정하는 데 있어 고려할 만한 요소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있고,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리에 비추어 캐디 A의 부담부분의 비율을 20%, 골프장 부담부분의 비율을 80%로 정한다.
1) 이 사건 사고 당시 캐디인 캐디 A와 B, C는 배토 작업을 하기 위해 카트를 타고 골프장 15번 홀의 잔디밭 쪽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B는 양손에 모래를 담은 삽을 잡은 채 카트 조수석 자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비록 캐디 A에게, 캐디 B가 안전손잡이를 잡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골프카트를 운행한 과실과 잔디밭으로 가기 위해 좌회전을 하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과실이 있기는 하나,
① 캐디 B는 오랜 기간 캐디로 근무하여 카트 운행 중의 주의사항 및 사고 발생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점,
② 캐디 A는 출발하기 전에 캐디 B에게 안전손잡이를 잡으라고 주의를 주었던 점,
③ 운전한 카트 속도가 시속 약 20km 정도로 그리 빠르지 않았고, 캐디 A가 급격하게 카트를 좌회전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④ 캐디 B가 안전손잡이를 잡거나 카트 좌석에 제대로 착석만 하였더라도 카트에서 추락하는 것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발생과 관련하여 캐디 A의 과실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다.
2) 골프장이 정한 캐디 행동 메뉴얼에서는 경기 도중에 디보트 마크가 생겼을 경우 캐디들로 하여금 모래로 이를 메꾸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골프장에서는 캐디 1 명이 카트를 이용하여 4명의 골프장 이용객들의 경기를 보조하고 있고, 경기간격이 7 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캐디가 경기 중에 디보트 마크 보수작업을 수행하기란 사실 상 어렵다. 결국 골프장은 캐디들로 하여금 일주일에 2회씩 5~6명씩 조를 짜서 비번인 날이나, 경기 사이에 시간이 남는 경우 디보트 마크 보수작업을 실시하도록 교육하였고, 캐디들은 골프장의 지시에 따라 일주일에 2회씩 디보트 마크 보수작업을 해왔으며, 이 사건 사고도 경기시간 외에 디보트 마크 보수작업을 하던 중에 일어났다.
경기시간 외에 이루어지는 배토 작업은 앞서 본 이 사건 골프장 운영 방식에 비추어보면, 골프장 이용객들의 경기를 보조하고, 골프장 이용객들이 하여야 할 일들을 대신하여 도와주는 캐디 본연의 업무(골프채가 들어 있는 골프가방을 운반하고, 골프장 이용객의 요구에 응하여 골프채를 꺼내 주는 등의 업무)를 벗어난 것으로서, 골프장 이용객이나 캐디 스스로 해야 할 업무라기보다는 골프장의 골프장 유지·관리에 필요한 업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캐디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캐디가 골프장을 위하여 배토 용역을 제공하고 있고, 배토 작업과 관련하여 골프장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상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 다.
3) 이 사건 골프장의 캐디 수입은 골프장 이용객들로부터 받는 보수(이른바 캐디피)가 전부이고 골프장으로부터 따로 보수를 지급받지는 않는다. 따라서 캐디 A를 비롯한 캐디들은 사실상 무보수로 배토 용역을 골프장에게 제공하고 있고, 그로 인한 이익은 골프장에게 귀속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의 내부적 부담부분을 정함에 있어서 캐디 A와 골프장 사이의 이러한 대내적 요소도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
4) 골프장이 정한 캐디 행동 메뉴얼에서는 카트 운전 안전수칙을 정하고 있고, 카트 도로 외 러프 또는 페어웨이로는 운행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캐디들이 이 사건 골프장의 배토 작업을 할 때는 잔디밭까지 카트를 운행하여왔던 것으로 보이고, 골프장도 이를 용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5) 캐디 B 및 그 가족들이 캐디 A와 골프장을 상대로 제기한 관련 사건에서, 1심은 캐디 A, 골프장의 과실비율을 30%로, 캐디 B의 과실 비율을 70%로 정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캐디 A, 골프장의 과실비율을 50%로, 캐디 B의 과실 비율을 50%로 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였다.
① 골프장은 평소 카트의 운행으로 인한 이익을 얻고 있다.
② 문이 없는 구조로 제작된 카트에는 처음부터 승객이 추락할 위험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카트 소유자인 골프장으로서는 위와 같은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책임을 감수하여야 한다.
주문
1. 골프장은 캐디 A에게 13,835,570원 및 이에 대한 2016. 11. 2.부터 2018. 7.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캐디 A의 나머지 본소청구와 골프장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그중 80%는 골프장이, 나머지는 캐디 A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