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흔히 자신과의 싸움이라 불리지만, 일 년에 단 한 번 가족이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무대가 있다. 바로 PGA 챔피언스투어의 연말 이벤트, ‘PNC 챔피언십’이다. 올해 이 특별한 무대의 주인공은 완벽한 호흡을 선보인 맷 쿠처(47·미국)와 아들 캐머런 쿠처(18) 부자였다.
18언더파, 기록을 넘어선 완벽한 호흡
쿠처 부자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2라운드에서 골프 역사에 남을 만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이들은 이글 2개와 버디 14개를 몰아치며 18언더파 54타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었다.
이는 2018년 데이비스 러브 3세 부자가 세운 종전 최소타 기록(56타)을 2타나 줄인 신기록이다. 최종 합계 33언더파를 기록한 쿠처 부자는 공동 2위 그룹(26언더파)을 무려 7타 차로 따돌리며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PNC 챔피언십의 유래: ‘가족’이라는 이름의 전통
PNC 챔피언십은 단순한 이벤트 대회를 넘어 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995년 '파더-선(Father-Son)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대회는, 메이저 대회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경력이 있는 전설적인 선수들이 자신의 가족과 팀을 이뤄 출전하는 방식이다.
- 스크램블 방식의 묘미: 두 명의 선수가 각자 티샷을 한 뒤, 더 좋은 지점에 놓인 공 하나를 선택해 다음 샷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는 가족 간의 전략적 선택과 배려가 성적에 직결되는 이 대회만의 특징이다.
- 윌리 파크(Willie Park) 벨트: 우승자에게는 트로피 대신 붉은 가죽 벨트가 수여된다. 이는 1860년 세계 최초의 골프 대회인 ‘디 오픈(The Open)’의 첫 우승자 윌리 파크 시니어가 받았던 벨트를 재현한 것으로, 골프의 뿌리와 전설에 대한 예우를 담고 있다.
7년의 도전 끝에 거머쥔 붉은 벨트
2018년부터 꾸준히 이 대회에 문을 두드렸던 쿠처 부자에게 이번 우승은 더욱 남다르다. 지난 2년간 공동 5위에 머물며 아쉬움을 삼켰던 이들은, 아들 캐머런이 성인이 되는 문턱에서 마침내 아버지와 함께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게 됐다.
맷 쿠처는 우승 후 인터뷰를 통해 가족과 함께 기록을 세운 기쁨을 전하며, 기록적인 54타 뒤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전설적인 골퍼들이 자녀, 혹은 손주와 손을 잡고 필드를 누비는 PNC 챔피언십. 쿠처 부자가 보여준 ‘54타의 기록’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세대를 잇는 골프의 정신과 가족애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