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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김대중의 골프히스토리] 톰이 우리에게 준 선물 ③

 ※본 기사는 본사와 제휴한 조세금융신문과 동일하게 게재한다. 

 

<지난호에 이어서>

 

코스를 관리하다

 

톰이 만든 골프 코스, 이를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한 코스 관리도 톰의 몫이었다. 페어웨이와 러프 특히 그린 잔디는 상태를 고르게 유지시키고 관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그래서 골프장마다 코스를 관리하는 코스관리과가 별도로 존재한다. 코스 관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던 19세기에 코스 관리라는 분야를 만든 사람이 바로 톰이다. 그래서 톰의 또 다른 별명이 현대 그린키핑(Greenkeeping)의 아버지다.

 

앞에서 말했듯이 톰이 현대적 개념의 표준화된 18홀 골프 코스와 코스 길이를 창시했다. 톰은 골프 코스 디자인 분야를 개척한 사람이며, 우리가 코스에서 항상 보고 있지만, 무심히 넘겼던 것들을 만든 사람이다.

 

주말 골퍼가 그린에 올라가면, 제일 듣고 싶은 소리가 볼이 홀 컵에 빨려 들어갈 때 볼과 컵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아주 기분 좋은 소리, ‘땡그렁’이다. OK를 받고도 이 소리가 듣고 싶어서 볼을 바로 집어 올리지 않고, 한번 더 퍼터를 들고 가 기어이 이 소리를 듣고 싶어서 퍼팅을 한다. 19세기에는 이 ‘땡그렁’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홀 컵의 크기는 108mm(10.8cm), 골프 볼의 지름은 42.67mm로 골프 볼보다 홀 컵이 약 2.5배가량 크다. 골퍼들은 홀 컵에 공을 넣기 위해서 108번뇌를 하게 된다는 의미로 홀 컵 사이즈가 정해진 것은 아닐 진데, 홀 컵 사이즈는 재미있게도 108이라는 불교에서 의미가 있는 숫자다.

 

처음부터 홀 컵 사이즈가 108mm였던 것은 아니었고, 초창기에는 홀 크기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크기가 제각각, 그래서 골프장에 따라 스코어도 제각각이었다. 통일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1829년부터 골프장 근처 해안가에 설치된 파이프를 잘라서 홀을 뚫는 공구로 사용했던 머슬버러골프클럽을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그 크기가 4.25인치(108mm)여서 지금까지 쭉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파이프를 이용해서 그린에 구멍을 뚫어 홀로 사용하면, 비만 오면 홀이 무너져서 곤란한 지경에 처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 때 톰이 홀에 구멍을 낸 후 그 속에 주석(Tin) 등을 이용해서 만든 원통 컵을 넣어서 비가 와도 홀이 무너지지 않게 했다.

 

그래서 그린에 있는 구멍이 홀에서 홀 컵으로 바뀌었고, 영어로는 주석 컵이라는 뜻인 틴 컵(Tin Cup)이라고 부른다. 1996년 케빈 코스트너와 르네 루소가 주연한 로맨틱 골프 영화 제목이 바로 틴 컵이다.

 

 

톰이 왜 그린키핑(Greenkeeping)의 아버지로 불리는 걸까?

 

여기서 잠깐 그린키핑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린키핑을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그린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그린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잔디 상황에 따라 홀 컵의 위치를 바꾸며, 홀 컵을 바꾸기 위해서는 도구를 사용해 그린의 크기와 깊이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야 한다.

 

그린 잔디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잔디를 깎아주며, 그린 스피드를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게 영어 그대로의 그린키핑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페어웨이 상태와 잔디를 관리해야 하며, 벙커와 페널티 구역까지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잔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잔디의 질병과 치료 등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처럼 장비나 도구를 사용해 잔디 상태를 기록하고 점검할 수 있는 서류 작업이 능숙한 사람을 일컬어 그린키퍼(Greenkeeper)라고 부른다.

 

즉, 그린 키퍼는 잔디만 잘 깎는 사람이 아니라, 골프 코스 관리와 유지에 관한 전문가를 말한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톰이 그린키핑의 선구자, 아버지로 불려지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자.

톰은 그린 잔디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하기 위해 처음으로 잔디 깎는 기계를 도입했다. 톰이 사용한 기계가 전해져 내려오지 않기 때문에 1888년에 사용했던 잔디 깎기 기계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잔디 깎기와 비교할 때 조잡한 수준이지만, 100년도 훨씬 전에 사용했던 기계라고 생각하고 보면 지금에 견주어도 너무나도 훌륭한 모습이다.

 

 

그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잔디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양분을 주고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유지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 분야에 있어서 혁혁한 업적을 남긴 사람도 톰이다. 톰은 어느 날 외발 수레에 모래를 잔뜩 싣고서 그린 위를 지나가다 실수로 수레를 엎지르면서 모래를 잔디 위에 쏟고 만다.

 

얼마 지나고 보니, 모래가 들어간 잔디에서 놀라운 현상이 발견된다. 잔디 밀도가 높아지고, 균일성이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후 모래만 잔디에 뿌린 것이 아니라 잔디 성장과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비료, 퇴비, 석회, 황산염 등을 섞어서 잔디에 뿌리게 된다. 이 방식을 잔디 위에 모래를 뿌린다는 의미로 톱드레싱(Topdressing)이라고 하며, 톱드레싱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도 톰이다.

 

 

 

잔디 위에 모래를 뿌려서 잔디를 잘 자라게 하는 행위는 지금 캐디나 코스관리 요원이 하고 있는 배토의 개념과 유사하다. 골프클럽으로 인해 훼손되어 잔디가 파인 부분에 모래를 채워 넣으면 잔디가 잘 자라기 때문에 배토는 성수기 골프장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잔디 관리 방법이다. 다만, 배토를 캐디가 하느냐, 외부 용역이 하느냐, 코스관리과에서 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골프장에 잔디는 필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뭄이 들어도 잔디 상태가 한결같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비가 와도 물이 한곳에 고이면 안 되고 바로 땅 아래로 흡수되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 톰은 코스 관리를 위해서 코스 위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시설을 만들었다. 특히 벙커에 물이 고이지 않고, 벙커 특유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벙커마다 작은 배수시설을 만들었고, 잔디에 충분히 물을 줄 수 있도록 관개용 수로를 만들어서 물 공급을 충족시켰으며, 그린을 위해서는 아주 얕은 우물을 파서 물 관리를 했다.

 

 

2019년부터 알앤에이와 미국골프협회는 거리측정기 사용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거리측정기는 자신의 볼과 그린의 홀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장비다. 골프를 과학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10m 단위로 사용하는 클럽이 다르다. 그만큼 골퍼에게 있어서 자신의 볼로부터 홀 컵까지 거리가 몇 미터 남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거리측정기가 없던 시절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도 바로 톰이다. 톰은 코스 주위에 거리목(Yardage Marker)을 100야드, 150야드, 200야드마다 야디지 마커를 놓아서 골퍼들이 그린까지 거리가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올드 톰 모리스’의 이름을 딴 상이 있다. 바로 올드톰모리스상(Old Tom Morris Award)이다. 올드톰모리스상은 미국골프장감독협회(GCSAA, Golf Course Superintendents Association of America)가 1983년 아놀드 파머를 최초 수상자로 선정한 상으로, 미국골프장감독협회에서 올드 톰 모리스처럼 일생동안 골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에게 매년 미국골프장감독협회 이사회에서 선정해 주는 상이다.

 

그의 마지막 여정

 

톰은 1908년 5월 24일 87세로 세상과 이별했다. 그가 사랑했던 가족들을 모두 떠나 보내고, 세인트 앤드류스를 골프의 고향으로 만들고 골프를 더 쉽고 더 재미있는 대중적인 운동으로 만들고, 골프 코스를 예술로 승화시켰으며,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을 만든 후 그는 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 행렬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로 꽉 들어차 세인트 앤드류스의 사우스 스트리트 전체, 항구에서 대성당까지 쭉 이어졌다고 한다.

 

 

참고자료

Tommy’s Honour, 2007, Kevin Cook, Penguin Group

Tom Morris of St. Andrews: The Colossus of Golf 1821-1908, 2012, David Malcom, Birlinn; Reprint edition

https://www.golfcoursearchitecture.net/content/Old-Tom-Morris

https://www.golfmonthly.com/features/the-game/what-courses-has-old-tom-morris-designed-187527

https://blog.golfnow.com/10-things-you-may-not-know-about-old-tom-morris/

https://www.top100golfcourses.com/architect/old-tom-morris

https://www.thearchitectsclub.com/hole-1-old-tom-morris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golf_courses_designed_by_Old_Tom_Morris

https://kingdom.golf/old-toms-return/

 

프로필 사진
김대중 기자

포씨유신문 발행인겸 편집인
글로벌캐디원격평생교육원 원장
전, (주)골프앤 대표이사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 박사과정 수료
일본 국립 쓰쿠바대학 경영정책과 석사과정 특별연구생
미국 UC Berkeley Extension 수료
저서: 캐디학개론, 캐디가 알아야 할 모든 것, 골프 이 정도는 알고 치자, 인터넷 마케팅 길라잡이, 인터넷 창업 길라잡이, 인터넷 무역 길라잡이, 인터넷 무역 실무, 386세대의 인터넷 막판 뒤집기, 386세대여 인터넷으로 몸 값을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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