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기억하는 이가 거의 없을 테지만 원로 코미디언 전유성 씨가 했던 유명한(?) 말을 떠올려 본다. 잠깐의 굴욕을 참으면 인생이 행복하다. 굴욕은 본래 ’남에게 억눌리어 업신여김을 받음‘을 뜻하는데 최근에 와서는 그 의미가 옅어져 ’창피하다‘와 거의 비슷하게 쓰이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무언가 창피함을 느낀다면, 이는 미래가 보내는 성공의 신호라고 말하는 저자 나카가와 료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자신의 굴레를 벗어나 유명 카피라이터 겸 광고 기획자로 변모한 자신의 인생 경험을 공유한다. 고민되는 일을 만날 때마다 창피한 쪽을 택하기로 했다는 그는 창피함을 ’꼴사나운 일‘도 할 수 있는 용기인 동시에 소리 없이 기회를 빼앗는 괴물이라는 양면성을 지적한다. 창피함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태를 뜻하기 때문에 창의성의 다른 말로도 표현되며 몇 살을 먹든 창피를 무릅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떻게든 100세는 살게 되기 때문에 한 가지 직업과 기술만으로는 지속하기 어려운 시대이며, 해본 적 없는 일에도 도전해야만 하는 상황이 늘어나리라 전망한다. 감정의 동물인 사람이 그런 난감한 상황을 만났을 때 ’창피함‘을 외면하기란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살고 있다.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장수 연령대는 100세 이상의 노인들인데, 그래도 100세까지 살기란 여전히 쉽잖은 일이다. 오늘날 가장 장수 국가인 일본에서도 천 명 중 한 명 미만이 그 정도로 오래 산다. 드물긴 하지만, 오늘날 생존하는 100세 이상 노인들의 수는 1997년 122세로 사망한 프랑스의 쟝 칼망 이후 거의 4배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망하고 25년이 지난 지금, 이 모든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장수 기록은 물론 사라 크나우스의 119세 장수 기록 역시 깨지지 않고 있다. 인간의 기대 수명 증가율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하였는데, 일례로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2015년 이후 증가하지 않고 있다. 자연계의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우리 인간은 비교적 오래 사는 생물일까, 아닐까? 인간의 장수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인간만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 원근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을 통해 우리는 몇 시간에서 수천 년까지, 또는 그 이상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장수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다. 영장류 가운데 인간은 가장 장수하는 편이지만 다
저자 프란스 드 발은 평생 유인원, 원숭이, 그리고 영장류 집단과 함께 일해온 영장류 동물학자이다. 자신의 연구 외에도 그는 끊임없이 다른 영장류 학자들과 교류하고 있으며, 전 세계 다양한 서식지를 연구한 결과물을 대중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는 모든 종류의 영장류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고,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그들의 성격, 능력, 활동, 약점, 문화를 발견한다. 영장류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들을 연구한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영장류가 다른 많은 종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진실을 알려주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우리 인간종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언어와 몇 가지 다른 지적 이점을 갖추고 있지만, 사회 정서적으로는 철저하게 영장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점은 자연은 항상 틀리는 법이 없으며,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동물들이 현재의 능력과 재능에 따라 환경과 군집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의 눈에 비친 그들의 차이점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예컨대 일부 과학자들은 침팬지들의 공격성을 심하게 비난하
스페인 아라곤 태생의 예수회 신부인 그라시안은 17세기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도덕주의 작가이며, 유럽 정신사에서 그가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특별하다. 로렌초 그라시안이라는 이름으로 낸 첫 번째 소책자 ‘영웅’(1647년)에서 그는 고상한 취향, 뛰어난 장점, 사교에서의 우아함, 자연스러움, 공감 등과 같은 20가지의 뛰어난 특성을 지닌 위대하고, 덕망 있는 이상적 모습의 남자를 그려내고 있다. 마찬가지로 ‘영리한 사교계 사람’(1646년)이라는 책도 재능과 소질 사이의 신중한 관계 속에서, 말과 행동의 조화 속에서 그리고 현명한 선택과 분별의 기술 속에서 완벽하게 도덕적인 처신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손금과 처세술’(1647년)은 세상 물정에 밝은 태도에 대한 지시를 담고 있는 격언 모음집이다. 철학 소설 ‘불평꾼(1651-1657년)은 여행이라는 비유적 형식을 사용해서 인간이 세상과 자아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비판적 환멸로 묘사하고 있다. 그라시안은 자신의 작품에서 독자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관된 미 이론을 발전시키지는 않았다. 그라시안의 사유는 한편으로는 관념적 형태의 후기 가톨릭 스콜라 신학의 철학적 전통에, 다른 한 편으로는 예수회의
필자 같은 유리 지갑 월급쟁이라면 응당 (매일) 한 번 정도는 부자가 되는 꿈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흔적도 없이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월급 통장을 볼 때마다 난 언제나 돈 걱정 좀 안 하고 사나 한숨만 쉬지 않으시는지. 그렇게 늘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는 꿈을 꾸면서도 막상 부자가 되고픈 꿈을 야무지게 가져보거나 제대로 된 부자의 개념이나 정의를 돌아보지 않는 이는 비단 나뿐만은 아닐 듯하다. 갖고 싶은 것 다 가져보고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돈 걱정하지 않는 상태를 경제적 자유라고들 하는데, 일견 동의하면서도 이거야말로 유일한 부자의 정의는 아닐 것이라 자신을 위로하면서….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각자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세우는 겁니다. 경제적 자유는 독립적 인간이 되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공부를 하며 자신만의 원칙을 세운 독립적 투자자가 마침내 성공합니다. (55쪽) 우리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감당하면서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마주한다. 별다른 과소비는 하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돈 쓰는 습관이 잘못 들어 그리되었다고 이따금 자신을 옹호해 본다. 하지만
이 책은 주석과 참고 문헌만 150쪽이 넘고 본문은 600쪽이 넘는다. 대학교 한 학기 교재처럼 두꺼운 이 벽돌 책이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왜 유럽은 인류 역사상 그토록 큰 역할을 했을까?“ 하버드 대학의 인류 진화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 조지프 헨릭은 그의 최근 저서인 이 책에서 색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그는 인류학자로서 경력을 쌓아왔지만, 현재는 ‘문화 진화론자’라고 소개한다. 다윈이 그의 진화론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자연 선택을 통해 적응의 경로를 따르는지를 설명하였듯, 문화적 진화도 수많은 경로를 거쳐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인간의 단일한 문화는 존재하지 않으며, 문화적 진화가 인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세대를 초월하는 깊은 이해와 가치를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문화적 진화의 중심에는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단히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통제 지향적이고,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으며, 분석적이다. 관계와 사회적 역할보다는 자기 자신, 다시 말해 자신의 특성,
전화가 걸려 왔는데 목록에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다. 조금 불안하지만 일단 받아본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기가 막히게 좋은 토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웬 여성이 배우 전도연처럼 코 먹은 소리로 다짜고짜 나를 사장님으로 부르는 전화라면, 일단 주의할 대상이다. “아, 일단 저는 사장님이 아니고요, 아니 그렇게 좋은 토지라면 직접 사시지 왜 저한테 전화를 거셨어요? 그리고 이 전화번호는 또 어떻게 아셨데요?” “..... 딸깍.” 이런 뻔한 내용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기획부동산의 스팸 전화는 업계의 유명 인사 김미영 팀장이 은퇴한 이후 서부지검 검찰수사관 다음으로 자주 온다. 투자 소리에 혹할 만도 한데 워낙에 금전 다루는 감각도 젬병인데다 부채도 자산이라며 대출만 잔뜩 받아 둔 나는 빚 부자다. 요즘처럼 금리가 올라 월급에서 더 많은 액수의 이자가 공제될 때면 마치 몸속의 혈액이 빠져 나가는 기분이다. 업자들에게 당하고도 속이 상해 말을 안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의외로 이런 묻지마 투자에 혹해서 거금을 날린 사람들이 주위에 전혀 없지는 않다. 글쎄, 나 같은 유리 지갑 월급쟁이한테는 해당 없으니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좋은 정
한 사람의 사회생활 출발점을 스무 살이라 치고, 그가 얼추 삼십 년 동안 무엇인가 한 가지에 천착한 결과물(여기서는 책이 되겠다)을 접한다면 어떤 심정일까. 일면식도 없던 사이지만 나이, 대학의 전공, 직업,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점까지 나와 많이 닮은 듯하니 없던 친근감이 생기는 것 같다면 좀 억지일까. 심지어 그의 책을 통해 SNS상으로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닮은 점이 좀 있다는 이유로 동질감을 주장하기에는 좀 뜬금없다. 엄청난 독서와 저술 활동으로 다져진, 내가 미처 몰랐던 그만의 ‘넘사벽’ 내공까지 퉁 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저자와는 정반대로 나는 어렸을 적 내 딸아이에게 머리맡 책 읽기를 해준 적이 다섯 손가락에도 안 꼽히고, 책은 읽었으되 고전 소설보다는 최신 정보의 대중 서적 위주였으며 읽은 책은 십 수년간 책장에 전시용으로 묵혀두었다가 이사할 때가 되어서야 급히 처분했던 적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20권의 소설 가운데 겨우 <분노의 포도> 한 권을 그나마도 학부생일 때 읽어봤을 뿐이라 예시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참으로 난망하다. ‘소설은 이야기를 누리는 즐거움과 함께 역사, 사회, 법, 종교, 그리고 한 시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올랐으나 원고를 읽으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는 연사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시는지? 심지어는 아예 원고를 줄줄이 읽어내리며 도리질 치는 연사가 국가 지도자급 최고위 공무원이라면, 거부감부터 생겨 연설 내용에 귀 기울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말은 할 줄 알지만 아무나 말을 잘하지는 못한다. 무슨 신통한 방법이 없을까? 법을 전공하고 싶었던 미국의 한 젊은이가 조언을 구하려고 링컨에게 편지를 썼다. 링컨은 ‘만약 스스로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일은 이미 절반 이상 끝난 셈이다. 성취하고픈 욕구와 결심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라’고 답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충고는 어떤 분야이든 통하는 진실이다. 무엇을 하든 행동 방침을 정했다면 이미 반쯤은 성공한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지혜로운 조언으로 가득한 이 책은 저자 카네기뿐 아니라 당대 영향력 있는 다수 인사들의 성공적인 언행을 사례로 들고 있다. 1926년에 처음 출판된 이 책은 인간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내면의 성장을 추구하며 단순한 긍정적 사고 이상의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카네기는 때 묻지 않은 사람만이 모든 일에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뒤에
최근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이제 누구도 더 이상 질병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행히 이 책은 코로나도, 질병에 관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미생물에 집중하는 것일까. 뻔한 답변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무엇보다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미생물이 없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아마 우리 인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미생물의 가장 큰 업적은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들을 최근에야 발견하긴 했지만, 이들이 세상에 남긴 흔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야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미생물은 인류보다 더 오래전에 존재해왔고, 우리가 이 행성을 떠난 후에도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오랜 세월 지구를 지배해온 영장류로써 큰 자부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유감이지만, 지구는 사실 인간이 아닌 미생물의 행성이고 우리는 여기서 그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체해봐야 인간이야말로 미생물의 집합체에 불과할 뿐이다. 미생물은 음식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살고 있으며 우리는 항상 미생물을 먹고 마시면 산다. 개인적으로는 맥주의 형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