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학습할 때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청해(聽解)는 학습자의 영어 이해력과 발음 능력을 향상하는 좋은 방법이다. 영어교육 전공자로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습자에게 외국어로서의 영어 듣기 능력 향상을 위해 다음과 같이 감히 조언해 본다.
첫째, 자신의 수준에 맞는 듣기 자료 또는 교재를 찾는다.
여기서 말하는 ’수준‘은 학습자의 독해력에서 거의 결정된다. 읽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무작정 듣는다면 이만한 자기 학대가 따로 없다. 만약 교재가 너무 어렵다면 쉽게 좌절하고 의욕을 잃을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쉽다면 학습의 진전을 이룰 만큼 충분한 자극을 얻을 수 없고 보다 높은 단계에 도전해볼 마음이 들지 않는다.
둘째, 문맥(context)에 주의를 기울인다.
학습자에게 익숙한 주제의 대화나 강의의 맥락을 이해하면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맥을 빨리 이해하는 데에는 해당 분야의 배경지식이 큰 역할을 하므로 평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자주 접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중요한 내용이나 자주 쓰이는 표현(fixed/frozen phrase)을 들을 때마다 적어 둔다.
소위 굳어진 표현은 빠른 소통에 매우 편리하다. 핵심 사항을 적어 두면 정보를 유지하고 집중하기 쉽다.
넷째, 동물적 감각에서 흘려듣지 말고 적극적인 의지로 듣는 연습을 한다.
똑같이 '듣는' 의미를 가졌지만 Hearing과 Listening의 뉘앙스가 차이나는 것과 같다. 이는 단순히 자신이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말하는 의도와 의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째, 다양한 억양과 사투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미국식 영어가 지배적인 우리네 학교 학습 환경에서 학습자에게 선택권이 거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런 시도는 색다른 형태의 영어 듣기에 익숙해지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주저 없이 설명을 요청한다.
아마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썩은(?) 미소로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전략적인 시도는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영어가 짧아 알아듣지 못하는 게 죄는 아니다. 그러나 못 알아들었으면서도 계속 알아들은 척하다가는 영어도 잃고 사람도 잃는다. 이해하지 못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설명이나 반복을 요청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
이 책은 위에 언급한 첫 번째와 두 번째 조언의 조건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책 제목만 보고 영어 듣기의 비법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할지 모른다. 영화, 드라마, 오디오북, 미드, 다큐멘터리 등 등장하는 영어 듣기 소재는 다양하지만, 이 책은 들리는 영어를 위한 콘텐츠 가이드북일 뿐이다. 다시 말해 흥미를 유발하는 듣기 소재를 소개하는데 충실한 안내서라는 뜻이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어느 지점이 관전 요점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듯, 듣기 소재의 어느 부분이 핵심인지를 짚어주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살짝 비관적으로 보자면 작품마다 한 장에 불과한 소개 내용이 언뜻 부실해 보인다. 저자는 대부분 작품이 듣기가 수월하다고 말하지만, 학습자 수준의 편차까지 고려한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잘 압축되고 정제된 작품 개요와 줄거리가 작품 자체에 대한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함으로써 ’어디 한 번 들어나 볼까? ‘라는 마음이 들게 한다. 이만하면 소개 맛집으로 성공이다.
그렇다고 성인 학습자가 언제까지 흥미 위주로만 영어 학습을 이어갈 것인가? 흥미를 잃기 전에 공부가 습관이 된 경우라면 모를까, 사실 영어는 흥미를 잃는 순간 학습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 학습자에게도 희망은 있다. 학습 속도와 양, 추상적인 어휘의 이해 범위에 있어서 결코 아동 학습자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흥미의 끈만 잘 붙잡고 버티면 영어가 학습자를 배신하지는 않으니 희망을 품어보자고 말하고 있다. 이 땅의 모든 영어 학습자들에게 건승을 빈다.
포씨유신문 유선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