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이따금 자신의 귀가 매우 얇다거나 팔랑귀라는 힐난을 듣는다. 남의 말에 혹해서 곧잘 속아 넘어가거나 근거 없는 소문, 광고, 정보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 결과 종종 금전적 손해를 비롯한 사기를 당하거나 사람을 잃기도 하고, 자기 소신을 믿는다며 고집을 부리다가 제 꾀에 넘어가기도 한다. 심지어 우리 주위에 매우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이상한 믿음에 자신을 가두거나 자발적으로 합리적 의심을 거두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대체 왜 이런 걸까?
우리에게는 각자 신성한 소(sacred cow), 즉 ‘비논리적으로 맹신하며 반대되는 어떤 증거도 받아들이지 않는 생각의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재미난 것은 누구나 이러한 영역을 지녔으면서도 자신은 항상 옳으며 남의 말에 귀 기울이려 들지 않는 성질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제안하는 강력한 해법은 회의론자들과 맹신자들 사이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찾고 거기서 새로이 연관성을 찾는 것이며, 저자들은 그들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가는 길을 찾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과학은 논리 및 철학과 결합되어 있다. 논리와 철학은 적어도 내부 모순이 전혀 없음이 확실해질 때까지 무언가를 진정으로 아주 꼼꼼하게 조사하는 사고방식이다. (서문 12쪽)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과학적 회의론 자체의 의미에 대한 논의로 시작되며, 특히 이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각 장은 주제에 대한 짧은 설명으로 시작되며 주제를 뒷받침하기에 매우 적절한 과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등의 인용구를 곁들인다. 주제별로 잘 세분된 목차를 통해 찾고자 하는 세부사항을 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책의 전반부는 우리의 감각에 대한 신뢰도, 인지적 편견, 논리적 오류, 과학과 사이비과학의 차이 등을 다룬다. 이 부분은 비판적 사고와 회의론의 핵심 기술을 다루며, 우리가 자신을 속일 수 있는 과도한 방법들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사실, 책 전반에 걸쳐 이어지는 주제는 오류 가능 주의(틀릴 수 있는 믿음이라고 하더라도 이러저러한 기준만 만족한다면 지식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의 개념이며, 우리가 어떻게 편향되고 논리적으로 잘못된 사고에 휩쓸리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들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키듯 이는 우리가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며, 자신을 회의론자로 자처한다고 해서 편견으로부터 면역력을 지닐 사람은 아무도 없다.
후반부는 유사 저널리즘, 유사 과학이 피해를 주거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비판적 사고력의 실제 적용과 유사 과학적 아이디어와 맞닥트렸을 때 설득력 있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조언으로 끝맺는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과학적 회의주의와 비판적 사고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이며, 여기서 회의주의자란 과학과 비판적 사고를 옹호하는 사람을 뜻한다. 우선 과학적 회의론의 개념과 그 중요성에 대한 소개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만들어내거나 가지고 있는 주요한 추론과 인지적 결함인 과학 대 사이비 과학을 구별하는 문제를 탐구한다. 그런 다음 독자들이 비판적 사고 기술에 대해 배운 내용을 연습할 수 있도록 실제 사례를 제시한다. 또한, 이 주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논리적 바탕과 사람들이 결론에 도달하고 결정을 내리며 서로 논쟁하는 방법 그리고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 유념해야 하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한다. 세간에 비범하다고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역사적 사건들, 현존하는 일부 사이비 과학, 그리고 그러한 주장이 과학적 회의주의와 비판적 사고의 영역에서 왜 관련자들의 개인적인 경험이 담겨 있지 않은가를 말한다.
이 책의 어조는 매우 명확하고 읽기 쉬우며 많은 예시를 제시함으로써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도입 부분이 매우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갈수록 더 풍부해지는 예시를 만끽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기본적인 심리학 및 과학 용어를 주제별로 펼쳐 보기 좋게 구성되었으며, 예시를 활용하여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사전의 역할로도 훌륭하다. 예를 들어, 더닝-크루거 효과는 항상 명심해둘 만하다. 이 효과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빚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무능한 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인정하지 못한다. 이는 흔히 발견하는 전문가의 역설로, 자신의 전분 분야가 아닌 다른 모든 분야를 거의 모르는 것만큼 자신도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뜻이며, 우리가 세상을 공부하는 공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지식의 가장 강력한 적은 무지가 아니라, 안다는 착각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과학적 사고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의 현실감각이 얼마나 틀리기 쉬운지, 기억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가 실제로 세상을 관찰할 때 증거가 없는 한 어떤 것도 절대 고집스럽게 확신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게 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만 제외하고 영원한 것은 없으니 자신의 오래된 사고방식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새롭고 더 나은 증거를 접한다면 물론 생각을 바꾸는 게 좋겠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우리는 매일 우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깨우친다.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우리는 그에 따라 시야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또한 회의적이어야 할 필요도 있다. 만약 어떤 정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엄격하게 검증되어야 하며 때로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도 있다. 이는 연구와 과학의 모든 측면에 해당하며, 새로운 주장이 나타나더라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더 많은 증거가 확보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또한 자신이 아는 바와 믿는 바에 대해 매우 겸손해지는 법을 배운다. 나의 세계관이 일정한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봄에 따라 나의 마음이 새로운 증거로 채워지는 순간 바보가 되는 느낌을 떨쳐내며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참된 욕망은 진실을 아는 것이며, 종종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실의 기준 또한 변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우주가 무한히 매력적이고 놀랍다는 점을 알게 되며 우리가 매일 배울 수 있는 모든 놀라운 것들에 경외심을 갖게 된다.
아마도 이 책은 칼 세이건의 <악마의 세계> 이후 비판적 사고와 회의론에 관한 최고의 책 중 하나일 것이다. 강황으로 습진을 치료하는 민간요법이 왜 권유 사항이 아닌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 21세기에도 인간은 여전히 사이비 과학에 잘 속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이 책처럼 인간 심리의 반복적인 실수에 대한 끊임없는 폭로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복잡한 문제들을 탐색하면서 독립적인 사고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 심리학, 논리, 그리고 과학의 모든 분류를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피상적인 사고, 음모론, 사기, 오류, 가짜 뉴스 등 잘못된 정보로 가득 찬 세상에서 진실을 갈구하는 독자들에게 환영할만한 탈출구가 되어줄 것이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