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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68] 별일 있는 미국

미국, 아는 만큼 널리 본다.

 

어느 촌뜨기가 머리에 털 나고 처음 미국 땅을 밟던 2016년 여름, 시애틀 공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출국 수속 중 급한(?) 일을 보느라 일행에게 가방을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서로 미루느라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약 10분 정도 통로에 방치된 상태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덩그러니 놓인 가방 옆에 자동소총을 든 공항 경비대원이 서 있고 웬 탐지견이 내 가방 주위를 킁킁대고 있는 게 아닌가. 가방 주인을 알아본 그가 ‘그 가방이 당신 것이냐’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이건 폭탄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의례적 절차이니 너무 개의치 말라고 한다. 어깨를 으쓱하며 가방을 ‘경호’해 주어서 고맙다고 농담을 건넸더니 눈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순간, 테러에 극히 민감해하는 강대국의 역설적인 현실과 냉방도 시원찮고 비좁아 인천 공항에 비하면 시골 버스 터미널 같은 시애틀 공항이 겹쳐 보이면서, 미국도 별거 없네 싶었다.

 

미국, 그러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21세기를 사는 지금, 미국 사회를 서부 개척시대의 연장선에 놓고 보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다민족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엄격한 법치가 엄격히 적용되므로 공권력이 막강하고, 인디언과 야생동물 그리고 무법자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기 소지가 자연스러운 일이며, 계약제로 고용되어 박봉에 시달리는 교사들은 으레 부업을 뛰어야 하고, 부와 명예를 쌓는 일은 개인의 업적이라 자기 할 탓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점 등. 그러나 모든 나라의 문화에는 달의 뒷면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한국에 사는 우리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현지인들이 살면서 체감하는 것 사이의 간격은 분명히 존재하며, 반드시 겪어보아야 할 만한 일도 많을 것이고 설령 그렇더라도 체감의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해의 틈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년간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미국 생활을 겪고 언론사에 투고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어낸 것이다. 관광이나 일시적 방문이 아닌, 유학생 신분으로 장기 체류했던 경험을 살려 미국의 사회와 문화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느낀 바를 공유하고 있다. 학술적으로 외국 문물에 접근하는 방식보다는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적은 공개 일기장 형식으로, 한 시간이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책 제목에 언급된 ’별일‘은 우리네 문화라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을 만한 일이 미국에서는 ’별일’처럼 일어난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예컨대, 전국총기협회(NRA)의 로비 여파로 인구보다 많아져 수거하지도 못할 수준으로 4억 정 이상 보급된 총기와 관련 사고로 골치를 썩인다든지, 아동 유괴 및 납치사건이 벌어지면 국가 재난 수준으로 대처하여 실시간으로 대국민 문자를 발송한다든지,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여 처리하는 것보다 땅속에 파묻는 비용이 덜 든다며 마구잡이 매립으로 미국이 지구 환경오염 1위라는 오명을 숨긴다는 사실 등이 그러하다.

​저자가 일찍이 외국어를 익히고 해당 국가를 방문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하여 실행했다는 점은 가히 본받을 만하다.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지만, 저자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한국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평범한 사람의 일상생활에도 속속들이 배어있음을 실감한다. 밥벌이로 영어를 공부하면서도 용기가 없어 평생 미국을 방문할 생각조차 않던 필자마저도 우연찮은 기회에 3주 일정으로 서부 지역을 다녀올 정도이니. 특히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저자가 설정한 16개의 화제와 겹치는 다수의 경험을 하였기에 더욱 실감이 난다.

 

한국이라면 거의 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실제 미국인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겨우 몇 주 머물렀을 뿐인데 한국에 돌아와서 문을 잡아주는 새로운 습관이 들었다.

 

가히 본받을 만한 외국 문화의 긍정적인 영향이라 하겠다.

 

끝으로, 아담하고 얇은 소책자에 16개나 되는 일화를 담아내느라 내용이 비교적 짧고 간단한 편이나, 175쪽에 불과한 분량에도 90개의 미주를 달아주는 등 저자가 다양한 매체와 자료를 통해 이질적인 문화를 열심히 들여다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광이든 사업이든 방문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미국 현지 생활에 관심을 둔 독자라면 잠시 짬을 내어 읽어두면 좋겠다. 더욱 풍성하고 속 깊은 미국 체류 경험담이 책으로 나올지, 혹시 누가 알겠는가?

 

포씨유신문 유선종 기자 |

프로필 사진
유선종

현, 서울 우신고등학교 영어과 교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신촌 토스트마스터즈 클럽회장 역임
숙명여대 TESOL대학원 9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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