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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42] 이기적 감정

감정 선택설에 대한 진화 의학적 고찰



우리가 현대 세계를 맨정신으로 살아가려면 더 많은 정신적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38%가 매년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 이는 정신 질환 경험자로 보고된 전 세계 대학생의 35%와 유사하다. 믿을 만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7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거의 5만 명 이상이 자살로 사망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88,000명과 알코올 중독 사망자 약 50,000명의 수치는 별개다. 모든 진화론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꼭 일만 하다가 죽도록 진화된 느낌이다.

 

만약 삶의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목표가 고통을 피하는 것이라면,

인간은 그 목표에 가장 부적합하게 적응한 존재일 것이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정신의학은 의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 의외로 가장 느린 진전을 이루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다른 의료진들과 달리 자신의 진단을 확인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생물학적 검사 절차를 밟지 않는다. 사실, 정신과 진단의 전반적 개념은 골치 아픈 사안이기도 해서 수십 년 동안 정신과 치료에 큰 진전이 없었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조차도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안 그래도 충분치 못한 관리 시스템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분명히 정신의학은 실적이 저조하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정신과 의사들은 그들만의 규칙을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겸 연구 과학자 랜돌프 M 네스는 이 책에서 진화적인 틀을 기반으로 정신 질환을 찾아내는 설득력 있는 사례를 들고 있다. 현명하게도 이 책은 '진화 정신의학 변방에서의 시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정신의학의 실천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지 아직 확정하기는 이르지만, 다윈주의의 명백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합리적으로 낙관할 수 있다.

 

처음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도전하라. 그래도 안 되면 다시 해보라.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둬라. 바보처럼 그 일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

- 천재 코미디언 W. C. 필스

 

그는 감정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유전자의 생존과 전달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선택'됐다고 주장한다. 유리한 상황에서의 기분 상승은 개인들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반면 상황이 불리할 때 가라앉은 기분은 위험의 감수와 노력의 낭비를 줄이고, 목표와 전략을 수정하도록 해준다. 불행히도 기분은 조절이 잘 안 되는 특성이 있고 우리는 매일 기분의 널뛰기를 경험한다. 이는 좋은 기분뿐만 아니라 나쁜 기분에도 적용된다. 지나치게 좋은 기분(조증)은 지나치게 나쁜 기분(우울증)만큼이나 우리를 금방 지치게 한다.

 

불안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궁극의 진리를 배운 것과 같다.

- 쇠렌 키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어떤 감정은 특히나 조절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불안은 우리의 조상들이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장치였으나 저자가 말하는 "연기 탐지원리"에 따라 작동한다. 연기 감지기는 보통 대단히 민감하며 불에 탄 토스트에도 반응할 수 있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것이 실제로 불이 일어났을 때 뒤늦은 화재경보에 피해를 보는 것보다 더 낫다. 지나친 반응으로 얻는 이점이 무시했을 때의 기회비용보다 훨씬 더 크다. 즉, 허위 경보를 자주 경험하는 것이 포식자에게 당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뜻이다. 왜 우리에게 좋은 이유로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고 불안장애는 왜 그렇게 흔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

 

슬픔과 우울증의 관계는 정상적인 성장과 암의 관계와 같다.

- 루이스 월퍼트, <독이 되는 슬픔>

 

특정한 감정이 어떻게 선택되고 어떤 목적을 위해 유용했는가를 묻는 저자의 질문은 매우 획기적이다.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그들은 보통 계속 버텨 보라고 권고받는다. 사실 끈기 자체는 가치 있는 속성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지만,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 단순히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우울증은 때로 우리의 목표가 달성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수렵 채집 시대의 우리 조상이 열매 대부분이 이미 소비되어 더는 수확이 어려운 시기에도 계속 열매를 찾아다녔더라면 별다른 재미를 못 보았을 것이다. 때로는 동기부여가 감소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일 때도 있다. 수 세기 동안 ‘정신질환자’의 오명을 초래했던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전통적인 경계가 흐려지기도 한 덕분에 이런 접근법은 철학적인 매력을 지닌다.

 

"만약 남자들이 오르가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생식 성공 가능성은 감소했을 것이다." -데이비드 젝스턴

 

진화 정신의학은 성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예를 들어 남성은 조루증이 생기는 반면 여성은 오르가슴이 지연되거나 오르가슴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이 차이는 분명히 진화 압력에 의해 형성되었다. 여성이 빠르게 절정에 이르고 오르가슴에 따라 '감성'의 순간이 이어진다면 지속적인 성교를 불편하게 만들어 임신이 어려워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남성이 오르가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이것 또한 생식 성공 가능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성별 간의 오르가슴적 불균형은 진화가 유전자의 전달에 관한 것이지 개인의 만족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부분이다.

 

인간이 할 수 없는 행위를 빼면 부자연스러운 성행위란 없다.

- 앨프리드 킨제이

 

여러 해 동안 프로이트 심리학은 주류 학자들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러나 진화 정신의학은 억압과 같은 정신분석적 방어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제공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기적인 동기를 감추기 위해 우리 자신을 속일 필요가 있다. 언짢은 생각이 우리의 인식과 거리를 유지한다면 우리는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충족되는 우리 욕망의 개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욕망 일부를 무의식으로 쫓아 보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어떤 아이디어가 처음에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는 별것 아니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 책은 진화 정신의학의 역사, 발전, 시사점을 다룬 훌륭하고 시의적절한 설명서이다. 비록 정신의학은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약간의 다윈주의적 도움만 얻을 수 있다면 그 미래는 매우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진화 정신의학이 지금까지의 연구 의제를 다듬고, 논란을 해결하고,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영감을 제시하여 필자와 같은 일반인들이 정신 질환을 더욱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프로필 사진
유선종

현, 서울 우신고등학교 영어과 교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신촌 토스트마스터즈 클럽회장 역임
숙명여대 TESOL대학원 9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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