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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70] 이것은 인간입니까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를 살펴보는 인지 과학의 세계

 

지금 인공지능 실험실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조작하기 위해 누군가가 실리콘 회로를 융합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신경외과 의사가 환자의 뇌를 전기로 자극해 그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 한다.

 

교실에서는 선생님이 뇌의 뉴런이 생각, 감정,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의식은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질문은 아마도 우리가 직면하는 가장 큰 미스터리일 것이다.

지금까지 뇌에 관한 지식이 많은 진전을 이루었음에도, 우리는 뇌가 우리에게 어떻게 일몰을 즐기거나, 수학 문제를 풀거나, 상상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마음과 자유의지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이것은 여전히 도발적인 질문이다. 만약 이 신비로운 과정들이 제대로 설명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학자들이 두뇌 시스템을 연구하여 우리의 정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낸다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를 예측할 수도 있다. 뇌는 심장이나 위장처럼 인체의 여러 기관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언제 심장이 뛰고 언제 위에서 담즙이 분비되는지를 알아낼지도 모른다.

 

이처럼 모든 것이 다 예측되는 존재라면, 우리는 여전히 인간인가 아니면 기계인가?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마치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처럼 내 몸을 기계 부품으로 교체하거나, 아예 기계화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기술적 관점에서 이 질문의 해답에 접근하는 엔지니어들이 있다는데, 그렇다면 언젠가는 나의 기억, 의견, 심지어는 행동 방식조차도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을까?

 

우리 몸의 세포들은 끊임없이 죽고 새로운 세포들로 대체된다. 신체를 구성하는 입자 대부분은 몇 달 간격을 두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또 다른 누군가로 대체되고 있는 게 아닐까? (중략)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각각의 입자들은 다른 것으로 바뀌는지 몰라도 몸 전체의 조직 패턴은 변하지 않는다. (93쪽)

 

이 책은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를 묻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 인간이 기계, 컴퓨터, 인공지능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를 과학적인 시각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이는 기술의 진보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우리 시대에 연관된 매우 필요한 질문이다. 저자는 특히 의식이 있다는 것, 즉 단순히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우리 주변을 인지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되묻는다.

 

과연 우리가 기계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앞으로 과학자들이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고, 어떻게 창조적인 행위와 과정을 시작하며,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충분히 알아내서 기쁨과 절망을 구성하는 요인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인가?

 

우리의 뇌, 우리의 마음, 그리고 우리의 의식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리를 로봇과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는 생물학과 신경과학, 인지과학과 철학 등을 한데 모은 다양한 예시와 함께 이들 질문에 대한 자신의 논점을 제시한다.

 

이 책은 15개의 짧은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작가의 삶 속 한 장면이나 가상의 상황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논의되는 용어인 기계(1장)와 의식(2장)을 정의하며,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오랜 의문과 철학자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접근해왔는가에 대한 몇 가지 이론을 소개하고(3장), 뇌가 어떻게 의식과 연결될 수 있는가를 논의한다(4~5장). 또한, 의식이 기계에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포함하며(6~9장),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토론한 후(10~14장), 마지막 15장에서는 지금까지 제시된 몇 가지 이론의 일부를 결합한 자신만의 이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공통으로 각 장의 끝부분에는 장면 속 사건이나 행동을 논의, 증명 또는 반증하기 위해 인용한 기존의 인지과학 이론서들을 소개한다. 또한, 각 장의 소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예컨대 이런 것이다. 1장 ‘어느 과학자의 연구실에서’는 기계를 정의하면서 우리가 기계인가를 묻지만, 2장 ‘불가사의한 힘‘에서는 유의미한 주제의 전환 없이 바로 ’의식‘의 정의로 뛰어드는 식이다. 한편, 특이하게도 열다섯 개의 각 주제는 서로 연관성 없이 독립적으로 엉성하게 나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각기 다른 형태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바라볼 때 궁극적으로 하나의 큰 그림으로 맞춰지도록 치밀하게 의도된 퍼즐 구조임을 알게 된다.

 

이는 마치 컴퓨터의 5대 장치(CPU, 메인보드, VGA카드, RAM, 입출력기기)가 개별 부품 상태일 때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지만, 일단 조립되어 완전체가 되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컴퓨터가 되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뇌는 여러 가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중 어느 것도 혼자서는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각각이 하나로 모이면 비로소 이해가 이루어진다. 뇌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한데 모여 올바르게 조직될 때야 의식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142쪽)

 

이 책은 주로 의식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물리적인 각각의 부분이 상호작용하여 형성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작동하는 것’이라는 기계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시작으로 인간이 기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탐구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이 질문과 동시에 답변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의식이라는 존재에 부딪히면서, 의식을 '언어, 이해, 경험, 관점, 상상, 사고, 자아, 의도, 자유의지, 감정의 힘'을 소유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세 가지 주요 사상 학파, 즉 물질주의(유물론), 이원론, 이상주의를 소개한다. 유물론과 이원론에 대한 광범위한 개요를 제공하는 반면 이상주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유물론은 의식이 물리적 현상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있다는 믿음이고, 이원론은 물질계와 정신계 두 개의 세계가 별개로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이원론적인 개념 중 하나는 모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의 내부에 문자 그대로 '작은 사람'이라는 의미의 호문쿨루스(homunculus)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신경회로가 의식의 출현을 초래한다는 물질주의자들의 믿음을 설명한다. 저자는 주로 이 부분에서 신경 과학을 소개하는데 뇌와 뉴런의 주요 부분에 대해서는 교양 수준의 개요로 간략히 짚고 넘어간다.

책의 후반부에서 그는 우리가 기계인지 아닌지에 관한 토론을 위시한 더 흥미로운 생각들을 말하면서, 딥블루(체스 프로그램), COG(인간 상호작용 학습로봇), ELIZA(가상심리치료사), ALICE(인공언어학적인터넷컴퓨터독립체) 등 인간을 본받으려 했던 여러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이처럼 고도로 복잡한 기계들이 의식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이유를 토론하는 동안, 이해의 개념이 발전한다. ‘이해는 한 아이디어를 다른 많은 아이디어와 연결하는 것이며 그 아이디어를 여러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마빈 민스키(노벨상 수상자이자 인공지능 창시자 중 한 명)의 정의가 시사하듯,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의 개념뿐만 아니라 감정에 대한 ’이해‘이다.

 

컴퓨터의 처리 방식은 인간과 달리 철저히 알고리즘을 따르기 때문에 인간의 사고를 그대로 구현하기에 효과적이지 않다. (212쪽)

 

과학과 철학에 관한 이 간결하고 명쾌한 ’생각으로의 초대서‘는 주요 철학자, 신경과학자, 기술자들의 눈을 통해 신비로운 의식을 탐구하며 독자들을 의식의 가장 깊은 곳으로 인도한다. 동시에 전문용어와 지나친 단순화를 피하면서 뇌, 마음, 그리고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조명한다. 만약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 세상을 점령하여 인간이 고난을 겪는 미래를 그린 영화를 보고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궁금했던 독자라면 아마 이 책이 모범 답안으로 제격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과 두뇌의 상호작용과 인공지능의 구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사고와 의식에 대한 몇 가지 철학적 수수께끼, 그리고 교양 수준일지언정 인간의 지능에 근접하는 컴퓨터의 힘(또는 한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독자들이 마음과 뇌의 관계를 상상력과 창의력을 총동원해 숙고함으로써 자신만의 사고의 틀을 정립하고, 인간의 의식과 관련된 불가사의가 과연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보도록 하는 것이다. (247쪽)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의식에 관한 모든 이론과 의식이 기계,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는 흥미로운 입문서이며, 지금까지의 의식에 대한 논쟁을 요약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자료이다. 또한, 이러한 이론과 더불어 의식의 ‘이해’에 대한 통찰력과 인간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에 대한 함축적인 분석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이 훌륭한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포씨유신문 유선종 칼럼니스트 |

프로필 사진
유선종

현, 서울 우신고등학교 영어과 교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신촌 토스트마스터즈 클럽회장 역임
숙명여대 TESOL대학원 9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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