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생명체가 살 수 있고 실제 번성하고 있는 행성으로 지구가 유일하다는 믿음은 보편적일 것이다.
우리 태양계에서 지구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 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꼽으라면 아마 가장 가까운 화성이 유력할 테지만, 1976년 7월 20일과 9월 3일 쌍둥이 화성 착륙선 바이킹이 생명체의 증거를 찾아 화성 표면에 내려앉았을 때 전송한 사진에는 황량한 사막뿐이었다.
가까운 화성도 이러한데 더 멀리 있는 목성과 토성의 얼어붙은 위성들을 유력한 후보군으로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러나 이후 반세기 동안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생명체를 찾던 과학자들에게 급격한 관점의 변화가 일어났다. 우주의 많은 별 가운데 지구만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는 생각은 더 이상 지배적일 수 없게 되었다. 지구처럼 강우 주기가 분명하고, 지표수가 풍부하고, 증발 주기가 있는 온화한 세계의 표면에 사는 우리와 비슷한 환경의 세계를 찾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의 71%가 물로 덮인 바다 환경에 살고 있었기에 역사적으로 인간은 자신들의 세계가 늘 바다와 함께한다는 잠재의식을 지녀왔다. 실제로 달의 크고 평평한 평원에는 초기 망원경 관찰에 근거한 상상 속 바다뿐 아니라 호수, 만, 늪으로 정의하고 온갖 명칭을 붙여놓았다. 이렇게 지구 이외에도 생명체가 있길 바라는 강렬한 염원을 반영하듯, 고성능 천체 망원경과 진일보한 탐사선 등 우리는 액체 상태의 물을 지닌 행성을 찾아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확보하게 되었다.
지구상의 생명은 바다에서 비롯되었으며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기 때문에, 물이 생명체의 존속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라는 생각은 당연하다.
태양계의 이웃한 내행성들 가운데 지구와 인접하여 유사한 환경을 지녔으리라 짐작했던 두 행성을 보자.
수성은 그저 척박한 바윗덩어리일 뿐이고, 금성과 화성은 먼 과거에 바다가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현재는 거의 완전히 메마른 상태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 드디어 외계 생명체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태양계 너머 먼 곳을 바라보면서, 인류는 지구의 바다가 유일한 바다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태양계 바깥의 거대한 가스 행성인 목성과 토성 주위를 도는 위성들은 두꺼운 얼음에 덮인 지하 바다를 가지고 있다. 소행성대의 유일한 왜행성인 세레스에는 한때 액체 상태의 물이 있었을 것이고 명왕성이나 그 위성인 카론 역시 지하 바다를 품고 있을 것이다.
토성의 달 타이탄에는 표면에 탄화수소 호수가 있고 그 아래에 물이 많은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눈덩이 지구’ 시나리오처럼, 행성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우리는 지구의 바다가 오늘날 우리가 보는 녹색 또는 파란색 구체가 아니라 목성이나 토성의 위성처럼 수억 년 동안 얼음에 덮인 상태였을지도 모른다는 추론도 있다. 그러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의 생명 활동은 지속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70년대에 바다가 태양계 전반에 걸쳐 공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이외에도 우리는 지구의 수십 킬로 심해에도 생명체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열수 분출구 근처에서 이들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머지않아 이들 생태계가 번성하는 조건이 우리가 외계 행성에도 바다가 존재하기를 기대하는 것과 유사함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지구상의 생명체가 그런 곳에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지구가 다른 행성의 기후 조건과 매우 다를지 몰라도 만일 바다가 존재하기만 한다면 그들의 해양 세계는 지구의 열수구 환경과 매우 비슷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드디어 저자 케빈 핸드와 같은 과학자들이 여기서 등장한다. 그는 생명체를 찾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우주 임무를 위해 일하는 물리학자이자 엔지니어 그리고 탐험가로, 영화 <에일리언>으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함께 심해 잠수정을 타고 남극해에서 생명체를 찾기도 했고 목성의 얼음 위성 유로파에 착륙하여 얼음 아래 바다에서 생명체의 증거를 찾는 우주 임무를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저자의 연구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목성의 달인 유로파이지만, 외계 행성의 많은 위성에는 지표면 아래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가장 유망한 별은 유로파와 함께 토성의 달인 엔셀라두스, 타이탄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위성들에 생명을 예측하게 했을까? 태양에서 지구보다 더 멀리 떨어진 별에서 지표면 아래 바다가 발견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우리는 한편으로 큰 행성들과 그들의 위성들 사이 조석력의 존재와 영향을 이해하지 못했다. 위성과 거대행성 사이에 존재하는 중력의 차이와 위성의 타원 궤도가 합심하여 위성 내부의 조석 마찰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마찰은 표면 자체가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도 물이 표면 아래 액체 상태로 유지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위성 내부를 가열할 수 있다. 그 결과 단단히 얼어붙은 표면 지각이 액체의 지하 바다를 덮고, 적어도 일부 위성에서는 내부에서 액체 바다로 탄소와 같은 물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암석층이 형성된다.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한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암석과 해양의 상호작용이라는 변수가 중요하다. 물 자체에 존재하지 않거나 다른 화학 반응을 거치지 않는 한 물과 분리할 수 없는 구성 요소에는 원천재료가 필요하다. 즉, 물 자체는 생명을 지탱하는 화학 반응에 필요한 용매이자 매개체이지만, 생명체가 존속하려면 화합물의 재료가 필요하며 이들 원소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을 합쳐서 약자인 CHNOPS로 알려졌다.
얼어붙지 않은 지구와 달 사이의 조석 가열로 인한 결과가 공전 동기화로 인해 이렇다 할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는 지구 심해의 열수 분출구의 존재와 그 중요성 역시 간과해왔다. 그러나 만일 위성들의 얼음 덮개 아래 액체 상태의 바다에도 열수구가 존재한다면 생명의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어 저자는 유로파, 엔셀라두스, 타이탄의 해저 해양의 발견을 시작으로 세 가지 퍼즐로 이름 지은 분광학, 중력 측정, 자기장 검출 및 측정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추측과 발견을 단계별로 안내한다.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의 경우, 과학자들은 갈릴레오와 카시니 탐사선뿐만 아니라 더 최신형인 주노 탐사선의 플라이바이 flyby 에 의존한다.
호이겐스 착륙선에서 근접 촬영으로 탐사한 타이탄은 지표면 아래 바다뿐만 아니라 자체 증발 주기, 지표면 액체, 강우량 등을 가진 기괴한 표면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표면수는 물이 아닌 메탄 성분이다.
저자는 가니메데, 칼리스토, 트리톤, 심지어 명왕성을 포함한 지표면 아래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는다.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추측과 더불어 생명체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구상의 생명체와 비교하여 해저 해양 생물이 어떤 특별한 특징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탐험의 미래에 관해 말한다.
현실적으로 미래의 탐사선들이 궤도에서 위성을 분석하고, 착륙선들이 표면과 내부를 조사하고, 얼어붙은 표면을 녹이거나 뚫고 들어가 잠수정으로 바다를 탐험하는 임무를 구체화하려면 NASA와 국제 교류를 통한 자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책은 지구의 바다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관한 오랜 역사와 지구 이외의 행성에도 존재할지 모르는 바다를 주제로 삼는다. 지구 이외에 다른 곳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그리고 그러한 세계가 생명체에게 호의적일까? 이것이 이 책이 제시하는 두 가지 큰 질문이다.
우주 생물학 질문의 핵심은, 지구상 생명체의 진화가 우연의 결과인지, 아니면 유리한 조건이라면 어디든지 생명체가 나타나게 되어 있는 것인지에 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과학자이며 태양계 탐사 부책임자인 저자는 과학사의 큰 줄기를 바탕으로 이 답변에 대한 매우 깔끔한 틀을 제시한다.
수 세기에 걸쳐 우리는 물리, 화학, 지질학의 법칙이 지구 너머에서도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생물학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 그 비약을 이루지 못했다. 지구 너머에서도 생물학이 과연 작동할까? 우리가 알기로 생명체에게는 절대적으로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이론이 분분하기는 해도 바다야말로 태초의 생명이 시작된 곳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바다에서 답을 찾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맞다.
우주 생물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1AU)에 근거하여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에 딱 들어맞는 골디락스 영역에 대한 개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동명의 동화 주인공에서 따온 골디락스가 죽 세 그릇을 놓고 선택하면서 너무 차갑거나 뜨겁지도 않은 적절한 온도의 그릇을 택했다는데서 연유하듯, 태양에 너무 가까워 불타오르지도 않고 너무 멀어 얼어붙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오로지 지구만이 골디락스 영역에 해당한다는 생각은 1979년 목성의 큰 위성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에서 거대한 액체 상태의 물바다를 발견한 NASA의 보이저 탐사선에 의해 뒤집혔다. 얼음에 덮여있지만, 조석력에 의해 아래로부터 가열된 바다의 부피는 지구 바다의 부피보다 10배 이상 더 작다. 2005년, 토성의 작은 위성 엔셀라두스의 얼음 밑 바다는 수백 킬로미터 상공의 우주로 액체 상태의 물 분수를 쏘아올리는 놀라운 형태로 나사의 카시니 탐사선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엔셀라두스의 남극 얼음 덮개의 갈라진 틈을 통해 분출된 간헐천은 눈으로 변했고, 이 간헐천은 다시 내려와 달의 남극을 덮었다. 이러한 관측을 바탕으로 토성의 거대 위성 타이탄은 메탄-에탄 성분의 바다 아래에 얼음으로 덮인 물바다가 있으며,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주변에는 아마도 많은 얼음 바다가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다른 별들을 돌고 있는 무수한 얼음 바다를 발견했는데, 그들 중 일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성간 공간을 순항하기 위해 행성 간의 상호작용으로 방출된 것이다.
중간 태양계의 큰 위성들, 즉 타이탄, 칼리스토, 가니메데, 트리톤, 유로파, 엔셀라두스와 같은 위성 중 일부는 지표면을 강타하는 치명적인 태양풍으로부터 물을 보호하는 두꺼운 지각 또는 얼음층 아래에 갇힌 매우 큰 바다의 본거지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 지하 바다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미생물의 가장 작은 씨앗을 뿌려왔고, 지열에 의해 내부에서 따뜻해졌으며, 비록 생명체가 발달하기 가장 쉬운 조건은 아니지만 물과 최소한의 영양소를 공급받고, 강한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받는다면 새로운 ‘골디락스 존’의 개념에 잘 들어맞는 것이다. 저 멀고 어두운 외계 바다의 깊이가 우리 바다의 가장 깊은 지역과 비슷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면서, 저자는 이 얼음으로 덮인 바다에 해변이나 모래사장은 없지만, 잠재적으로 훌륭한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한다.
이 책은 특히 이상하게 생긴 생물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짝짓기하고, 엄청난 수압을 견디면서 진화하며 지구 바다의 가장 어둡고 가장 살기 힘든 깊숙한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묘사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외계 바다를 관통하는 고무적인 주제는 바로 삶의 순수한 끈기에 대한 확신으로, 이는 저자 자신이 진정한 신봉자라는 사실에 의해 강화된다. 그는 금성의 고대 바다에서 명왕성 내부 액체의 기이한 화학적 혼합에 이르기까지, 만약 생명체 기원의 화학 작용이 보편적 현상이라면 생명 그 자체도 보편적 현상의 일부라고 말한다.
이 책은 지구와 다른 세계의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생명체를 찾는 방법에 대한 입문서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생명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통찰을 제공하지만,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일단 생명체를 찾는 방법과 대상을 알게 되면 어려운 일이 다가온다. 잠수정이나 우주선처럼 어디론가 보낼 수 있는 작은 틀에 모든 것을 기술적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우주 임무란 전반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위험한데다 복잡하며 매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 무언가를 발견할 가능성이 큰 곳부터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나사는 지구 너머 생명체의 존재를 찾아 우주 탐사선으로 낯선 세계를 방문하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그들은 다른 많은 별을 지나치며 공전 궤도를 돌기도 하고, 지구와 매우 유사한 조건의 별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우리는 한 세기 동안 과학으로 무장한 채 다른 곳에서 생명을 찾고 있으며, 반세기 동안 본격적으로 우주의 생명을 찾고 있다. 데이터의 홍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아직 유로파, 엔셀라두스, 타이탄, 가니메데, 세레스, 트리톤, 명왕성과 같은 행성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 책의 전반적인 초점이다.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무엇이며,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은 무엇인가?
가까운 미래에 다른 행성에 대한 탐사는 대부분 우주 생물학 드로이드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탐사 로봇을 제작하고 작동하는 방식은 전자 공학이나 로봇 공학보다는 예전 인간이 우리 세계, 즉 지구를 탐험했던 방식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드로이드는 초저온, 진공상태, 방사선의 맹폭 조건에서도 작동할 수 있지만 그들을 어디로 보내고 무슨 일을 시킬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탐험가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다. 결국, 이러한 탐험 임무에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열수구처럼 우리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곳에 다녀왔고, 그곳에 사는 생물에 대한 경외감과 경이로움 속에서 과학자로서 해야 할 일을 수행해 왔다. 그리하여 이 책에는 우리가 이미 배운 것, 현재 배우고 있는 것, 그리고 앞으로 배워야 할 것에 대한 여과 없는 열정과 경외심이 담겨 있다. 우주 탐사에 흥미를 느끼는 모든 독자님께 일독을 권해드린다.
포씨유신문 유선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