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같은 유리 지갑 월급쟁이라면 응당 (매일) 한 번 정도는 부자가 되는 꿈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흔적도 없이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월급 통장을 볼 때마다 난 언제나 돈 걱정 좀 안 하고 사나 한숨만 쉬지 않으시는지. 그렇게 늘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는 꿈을 꾸면서도 막상 부자가 되고픈 꿈을 야무지게 가져보거나 제대로 된 부자의 개념이나 정의를 돌아보지 않는 이는 비단 나뿐만은 아닐 듯하다. 갖고 싶은 것 다 가져보고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돈 걱정하지 않는 상태를 경제적 자유라고들 하는데, 일견 동의하면서도 이거야말로 유일한 부자의 정의는 아닐 것이라 자신을 위로하면서….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각자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세우는 겁니다. 경제적 자유는 독립적 인간이 되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공부를 하며 자신만의 원칙을 세운 독립적 투자자가 마침내 성공합니다. (55쪽)
우리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감당하면서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마주한다.
별다른 과소비는 하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돈 쓰는 습관이 잘못 들어 그리되었다고 이따금 자신을 옹호해 본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용카드 사용금액 결제와 주택담보 대출이자를 갚느라 살아온 달품팔이 신세가 벌써 30년을 넘어간다. 오랜 세월 잘도 버텨온 건 참으로 용하지만, 살림살이 좀 나아질 법도 한데 수입은 일정하고 돈 쓸 일은 늘 줄을 선다.
몸이 아프거나 다쳐서, 혹은 불시에 구조조정이라도 당해 수입에 지장이 생긴다면 이런 날벼락이 따로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노동 수입 이외의 자본을 확보할 줄 모른다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카던데. 그래도 어떻게든 근근이 버텨왔다는 것으로 다시금 자신을 변론해본다.
인내심은 현명한 투자자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 시장을 맥없이 주종하는 투자자와 자신이 원하는 가격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자 중 누가 성공할까요? 답은 자명합니다. (124쪽)
사실, 돈에 관한 감각이 영 젬병인 자신을 느낄 때마다 자본에 대해 어찌 이리도 무지할 수 있나 후회스러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 바로 진출한다는 전제하에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돈 공부와 노사관계 등 사회생활의 기초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려서 돈 공부를 제대로 했더라면 직장생활 초기부터 착실히 자금을 모았을 터이고 그런 세월을 수십 년 반복했다면 투자가 가능한 종잣돈이 아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지 못한 지금은 수입이 지출을 초과해서 수중에 돈이 넘쳐나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행복한 비명을 질러보고픈 욕구에 늘 시달린다. 진정 나는 돈과는 인연이 없는 운명이란 말인가?
모든 시장이 그렇듯 가상자산시장 역시 준비가 되지 않은 투자자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투자 세계에서 모두가 돈을 버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장은 준비하고 공부한 자에게만 수익을 줍니다. 최소한 이것만 기억해도 실패의 빈도와 정도를 줄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155쪽)
가장 기본적으로 돈을 대하는 자세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투자에 대해 하나도 모르지만 시도해 볼 마음이 들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필요한 내용을 배울 수 있어 고마운 마음과 함께 돈을 대하는 자기 민낯을 발견한다. 투자가 시대정신이 된 현대사회에 살면서 투자는커녕 한 달 버텨내는 최소한의 요령만 겨우 터득했을 뿐인 자신을 확인하기도 한다. 20대 후반 사회에 진출한 이후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노동 수입으로 생계를 보장받아왔으나 그 보장된 기한의 끝이 뻔히 보이는 시점에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부양, 자녀의 학업과 혼사, 자신과 배우자의 건강과 대책 없는 노후 등 건너야 할 출렁다리가 곳곳에 널렸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어금니 악물고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하듯 없는 돈을 쥐어짜 투자에 필요한 종잣돈부터 마련해야 하나 싶은 중압감도 다가온다.
빚은 오히려 부자들에게 좋은 무기가 됩니다. 서민들은 충분히 좋은 투자 기회가 있더라도 종잣돈이 없거나 빚을 낼 수 없어 포기하게 되죠. 반면, 부자들은 좋은 투자 기회가 있을 때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들이 돈을 쉽게 불려나가는 이유입니다. (194쪽)
그러니 뭐 어쩌겠는가? 이유야 무엇이든 여의찮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이 책으로 투자 실행을 위한 돈 공부부터 시작할밖에. 결국, 이 책은 투자의 경험이 없는 독자라면 실전을 대비한 마음의 준비서가 될 것이고, 한 번 투자했다 낭패를 본 독자라면 두 번째 실수를 막아줄 뼈아픈 반성문이 될 것 같다. 나는 돈에 젬병이더라도 이제 갓 성인이 된 내 자녀에게 반드시 권해주고픈 돈 공부 입문서로 추천해 드린다.
포씨유신문 유선종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