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프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젊은 층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3년간 신규 골프 입문자 중 65%가 20~40대에 이르고, 연간 골프장 이용객 역시 증가하면서 골프 장비, 골프의류 등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도심지의 골프 연습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특히 20~30대 청년층에게 캐디라는 직업에 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골프장에서 골프클럽 가방을 메고 골퍼들을 따라다니며 시중드는 사람을 캐디 caddy 라고 부른다. 이 단어의 어원은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여왕 메리 스튜어트라는 최초의 여성 골퍼 덕분에 생겨났다. 프랑스에서는 군대의 간부후보생(Le Cadet)이 왕족 골프들을 위해 골프클럽을 들고 다녔다는 역사적 사실로 봤을 때, 무기 대신 골프클럽을 들던 이들이 오늘날 캐디의 시초라고 본다. 실제 영어 cadet은 사관생도 후보생 또는 막냇동생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1920년대 효창원 골프 코스에서 클럽을 들고 다니던 소년들을 그 효시로 보고 있다.
프로 골퍼의 캐디는 단순한 짐꾼이 아니며 경기장의 지형과 풍향 등 각종 조건 등을 감안 및 계산하여 선수에게 경기 전략을 기획해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실제로 캐디는 골퍼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경기 진행을 담당하며, 무보수로 골프장 시설을 유지 보수하는 업무를 맡는다. 실제로 프로 골프 경기를 보면 캐디의 조언에 맞춰 선수들이 그린 및 홀컵 공략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멘탈 상황에 따라 스코어가 달라지는 골프 종목 특성상 선수의 감정을 잘 제어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캐디의 경험과 안정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그러한 기여도를 참작하여 PGA TOUR의 경우 우승 시 상금의 약 10%의 금액을 캐디에게 지급한다. 2014년 기준 PGA 캐디들의 평균 연 수입은 18만 달러 선이고, 엘리트급 캐디는 100만 달러 이상을 받는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에는 카트 대여와 비슷하게 골프장에 채용된 캐디에게 일일 사용료(캐디피)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다. 다만 기본 캐디피를 내면 보통 신입 캐디가 오게 되며, 인기가 많은 캐디(여성, 혹은 프로 지망생 캐디)를 지명하기 위해서는 웃돈이나 팁을 내고 예약하기도 한다.
아마추어 골퍼들과 함께 하는 캐디들은 골퍼들과 18홀을 도는 동안 카트를 운전하고 코스별 상황을 소개한 뒤 상황에 맞는 클럽을 전달해주며 공의 낙하 지점 파악, 낙구 지점과 홀컵까지 거리 파악, 스코어 계산, 퍼팅 전에 공 닦아주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로 골퍼들과 함께 하는 캐디는 남성이 훨씬 많지만, 국내 골프장에 채용된 캐디들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요즘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런 일이 많이 줄었지만, 과거에는 여성 캐디들을 상대로 한 일부 저질 골퍼들의 성추행이나 갑질 등으로 종종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골프장에서 카트가 대중화되면서 캐디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이미 외국 골프장에서는 이용자들이 카트를 직접 운전해서 다니는 골프장이 많으며, 아예 카트도 없이 골프백을 직접 메고 이동하는 예도 많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중반 이후로 골프의 인기가 계속해서 줄어들면서, 캐디와 카트를 선택제로 바꿔서 골프의 대중화를 노리는 골프장이 생겨나고 있다. 다만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스윙 이후 본인이 친 공의 낙구 지점을 제대로 보기 어려우므로 볼의 궤적과 낙구 위치 파악을 위해서라도 캐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여전히 적지 않다.
2012년 기준 최근까지 캐디피는 4인 기준 12만 원으로 자리 잡힌 상태였으나, 국내 한 사설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5월 전국 회원제 골프장 평균 캐디피는 14만 8800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캐디피가 갑자기 오르는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골프 인기가 급증하며 골프장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도와줄 캐디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캐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캐디 지망생들이 간단한 교육만 받고 캐디 업무에 투입됨으로써 서비스가 수준에 미치지 못해 골퍼들의 불만이 폭증하는 요인임을 지적하고 있다. 골프 동호인 커뮤니티를 비롯하여 캐디에 관한 불편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캐디 구인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캐디라는 직업에 관심을 두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실제 캐디의 수입은 액수로만 보면 적지 않다. 하루 2번의 라운드를 유지하면 월 400-500만 원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고소득 직종이기는 하다. 하지만 캐디에게도 고충은 있다. 불특정 다수와 마주쳐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성희롱이나 반말을 일삼는 진상 고객들을 만나기도 한다. 부주의하게 골프공을 쳐 캐디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게다가 업무 대부분이 실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비가 오거나 폭염이 찾아오는 날에도 라운드를 돌며 골프공을 찾거나 골퍼들의 편의를 봐줘야 한다. 극한 날씨에 하루 2건의 라운드를 돌다가 쓰러지는 일도 일어난다.
캐디 구인난과 고용보험 의무화 등으로 캐디피가 증가하면서 아예 캐디를 두지 않는 골프장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 추세는 앞으로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비용을 줄이고픈 골퍼들은 캐디 선택제 또는 노캐디제 골프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게 된다.
저자는 캐디가 노동자로서 정당한 처우를 받으려면 단순한 골프 경기 보조자가 아니라 오랜 역사를 지닌 전문가 집단이라는 골퍼들의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아울러 법의 테두리에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인권과 노동권이 없음을 지적한다. 임금을 목적으로 골프장 운영자와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인지, 아니면 골프장 운영자가 위임한 캐디 업무에 대해 독자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며 운영자의 지시 감독을 받지 않는 자유 계약자인지를 명확히 하는 법률상의 신분이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에 따른 실천 방법으로는 고용보험 의무화가 있으며, 이는 단순히 골프장 운영자가 캐디의 고용 및 산재 보험 가입 탈퇴를 신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양자 사이의 종속관계를 분명히 하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캐디 역시 전문가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인 양성기관에서 배출되어야 하며, 고객들의 신뢰를 통해 스스로 자긍심을 지닐 수 있어야 함을 역설한다. 모쪼록 기존의 기형적인 캐디 수급 제도가 하루속히 개선되어 한국골프산업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포씨유신문 유선종 컬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