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일단 세 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면역학의 역사와 기초를 이해하고, 무너진 면역체계의 위험성을 깨우치며, 마음이 따뜻한 괜찮은 의사를 알게 된다. 대부분 내용은 의학적 발견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복잡한 임상 치료법으로 가득하지만, 두꺼운 분량에 비해 의외로 쉽게 읽을 수 있다. 퓰리처상 수상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는 독자들이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정성을 기울여 설명한다. 그는 스포츠, 전쟁, 경찰 등 설명에 도움이 될만한 것은 무엇이든 가져와 적절한 은유와 직유를 사용하여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설명함으로써 일반 독자들이 점차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독자에게 이 책은 의학전문 학술서가 아닌, 궁극적으로 면역 및 자가 면역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임을 상기시키고자 저자는 제이슨, 린다, 메러디스, 밥 네 명 환자들의 치료 여정을 나누어 담아내고 있다. 그는 또한 산뜻한 유머를 자유로이 구사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그의 개인적이고 깊이 있는 관심을 자연스레 드러낸다. 면역학 분야가 닭 한 마리로부터 유래된 것일 수도 있다는 유머에 거부감을 느낄 독자는 거의 없지 싶다.
면역학 연구의 초창기에는 돌파구라는 명칭이 딱히 어울리지 않았겠지만, 저자는 이 분야의 주류를 이루는 흐름으로 독자를 서서히 이끌어 나간다. 조류 독감, 흑사병, 소아마비, 루푸스, HIV/AIDS, 천연두, 류마티스 관절염, 암 등 16세기부터 등장하여 치료법이 알려지기 시작한 질병과 그 극복의 역사를 되짚어준다. 또한, 개별적인 과학적 발견이 다른 과학자들과 연결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무수한 학문 분야와 다국적 과학자들의 놀라운 다양성을 강조한다. 유명인사들의 행적을 묘사하기보다는 되도록 그들의 아이디어, 업적 및 해당 분야와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쉽도록 인터뷰 발췌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오늘날 가장 위대한 면역학적 진전을 이루어낸 긴 역사 속 시간 여행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면서 그간 제시되었던 기본적인 질문의 답을 알려준다.
알레르기의 원인;
기생충, 바이러스, 박테리아의 차이점;
우리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염증이나 열이 발생하는 이유;
항체의 정의;
자가면역의 작동법;
미생물의 정체와 건강 유지에 미치는 역할 등이 그 좋은 사례이며, 산더미처럼 쏟아져나오는 면역체계 강화 제품들의 선전 문구가 과연 믿을만한지를 묻기도 한다.
또한, 집단에 대비된 개념으로서의 개체별 면역체계의 실패와 성공, 쇠약해지는 자가면역체계의 유지 관리 방법, 건강 유지에 필요한 요소 등 평소 우리가 궁금해했던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스트레스와 가공식품 소비를 줄이고, 금연과 항생제 과다 사용을 자제하며 수면 시간을 늘리라는 권고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울 수도 있겠다. 인간 역시 자연계의 일부로서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강박적으로 세균을 방어할 필요가 없으며, 실제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흙과 세균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한편 청결 이외에도 정상적인 면역체계 유지를 위해 저자는 건강한 수면을 언급한다.
청결 유지를 위해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집을 유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우리가 조절하기 가장 쉬운 약품인 수면은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피로감이 사라질 때까지 취하는 것이 좋다. 누구나 겪어봐서 알겠지만, 하룻밤 푹 자고 나면 월등히 나아진 성능의 면역체계가 간밤의 피로감을 날려버리기 마련이다. 세상에 장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면역학 분야의 과학에 관한 입문서 그 이상이다.
면역 및 자가면역 질환과 장애를 앓고 있는 네 환자의 투병기인 동시에, 이들과 유사한 환자들의 치료를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여러 세대에 걸쳐 노력해 온 의료인들의 인도적인 이야기이다. 면역체계의 역습에 직면한 독자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그동안 견뎌온 신체적, 감정적 시련을 검증받을 좋은 기회라 여길 것이고, 아울러 질병을 더 깊이 널리 이해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인체에 미치는 해로움이나 치유능력에 관심을 둔 독자들 또한 이 근사한 면역학 이야기에 매료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은 어쩌면 최근의 화두인 뇌과학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의료혜택과 건강 상식의 보급으로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늘어난 수명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지내게 된다면 목숨을 부지하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일대 면역학 분야의 선구자인 루슬란 메지토프의 말처럼 "우리는 불멸의 삶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다만 나이 들어도 건강하고 싶을 뿐이다." 인간다운 삶을 지탱해주는 건강을 위해,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면역학 기초강좌에 독자님들을 모시는 시간이다. 우아하게 들어보시길~!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