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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 54] 이명이 사라지는 순간

이명으로 고통 받는 모든 이를 위한 책

 

서평에 앞서, 먼저 이 땅의 수많은 이명 증상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이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함께하는 심정임을 밝힌다. 필자는 2019년 연말쯤부터 귀에서 매미가 우는 듯한 고음의 금속성 ‘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활동하던 드럼 동호회에서 송년 모임으로 7080 카페를 찾았는데, 마침 빈자리가 없어 대형 스피커 앞자리에 앉아야 했다. 평소 마이크를 붙잡고 악쓰는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그곳은 그런 사람들로 넘쳐났다. 바로 뒤편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고막을 테러하는 순간, 이명의 스위치가 켜지더니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증상의 여파로 다른 사람들의 발음이 자주 헷갈리게 들려서 의사소통이 불편해지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무엇보다 하루에도 두세 차례 코까지 골며 잠시 눈을 붙여야 할 만큼 신체의 피로도가 급증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순간만큼은 이 증상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좀 무모한 일도 시도하였다. 그렇게 해서 이룬 업적(?)이 바로 연간 100편의 서평 쓰기였다.

 

최근에는 고음만 들리던 증상에 이어 저음의 울림까지 추가되어 고맙게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새로이 들리기 시작했다.

귀에서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난다는 뜻의 이명(tinnitus, 티너터스)은 라틴어 tinnire 에서 유래했으며, 베토벤, 찰스 다윈, 잔 다르크, 미켈란젤로 등의 인물들도 겪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래된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원인 규명과 치료제도 없으며 심지어 정식으로 등재된 질병코드도 없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도 못한다. 이명을 전문으로 치료한다는 동네 한의원에 들러보니 최소 6개월 기간에 수백만 원 비용을 예상한다. 필자처럼 고생하는 환자(?)들을 위하여, 1984년도부터 지금껏 가정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합하여 함께 진료를 보게 된 저자 부부는 환자들에게 문진을 하다 보니 이명이 만성피로, 소화불량, 비만, 피부병 등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명 극복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명 증상의 다섯 가지 기능 의학적 원인으로 장의 염증, 대사기능 이상, 호르몬과 뇌 기능의 불균형, 당 독소와 산화 독소를 꼽고 있으며, 이들 외에도 이명 극복을 위한 맞춤 식사법, 영양요법 및 릴랙스 건강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이 임상에서 몸의 불균형을 찾아내어 정상화하는 기능의학적 접근법과 치료법이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되면서 주로 이비인후과 소관이었던 이명 환자들이 늘게 되었다고 한다. 한방과 양방에서 공통으로 이명에 처방하는 약들은 혈류와 귀로 가는 혈액 순환 개선을 주목적으로 한다. 이명은 수면장애, 일의 효율성 저하, 정신적 고통 등을 포함해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흔해서 치료가 시급하지만 잘 낫지 않아 그냥 참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명의 다섯 가지 원인에 대한 문항을 확인해보니,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엮여있기는 하겠지만 특히 호르몬과 뇌 기능의 불균형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자연스러운 인체의 노화 과정 때문이리라 생각하면서도 막상 귀에서 매미가 죽어라 울어대는 증상이 찾아오면 그 정도는 사뭇 달라진다. 짐작건대 작년 초 본격적으로 두 수험생의 대학입학을 치르면서부터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수면이 양적 질적으로 떨어지고, 시간에 쫓겨 대충 때우고 마는 음식물 역시 몸에 해로운 간편식 위주라 이명 증상을 계속 겪었던 것 같다.

 

이들이 추구하는 이명 치료법은 범위가 매우 넓은 기능의학 치료로서, 환자가 겪고 있는 다양한 증상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환자가 이런 증상들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된 유전적 특질과 생활 습관에서 오는 원인을 알아차리도록 한다. 시행되는 치료법으로 식이요법,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약물과 음식중독 치료, 운동요법, 영양치료 등이 있다. 또한, 질병의 뿌리를 찾기 위해 실시하는 기능의학 검사로는 혈액, 소변 유기산, 지연성 음식 알레르기, 산화도, 장내 미생물, 유전자, 모발, 타액 호르몬, 환경호르몬, 중금속 검사 등이 있다.

 

검사와 관련하여 병원 이용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평소 생각은 이렇다. 이명 증상으로 양방이나 한방 어디를 방문하든 저마다 검사를 새로 하자고 한다. 그러나 정작 검사 결과를 받아들고는 원인이 불명확하니 더 큰 병원으로 가시라고 권하는데 양방이 특히 그런 편이다. 집 앞 이비인후과에서는 방송에도 나왔다는 모 유명한 의사가 이명 증상으로 일정치 않은 검사 결과를 두고 혼란스러워하는 필자를 가르치려 들어 불쾌한 기분으로 병원을 나선 적도 있다. 당연히 병증의 원인을 모르고 불편을 겪으니 병원을 찾는 것인데, 어떻게 그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한숨을 쉬어댄 것이다. 물론 방문 소감에 대한 SNS 평점은 최저를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둘째치고 한 환자에 대한 검사 결과를 왜 병원들은 공유하지 않을까. 가장 대중적이고 이용이 편리해야 할 공공의료인데 병원마다 재검사를 통해 진료와는 또 다른 이익을 창출하려는 모습에서 인도주의의 이름이 무색해진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의 저자들은 최대한 환자의 입장에 서서 인의를 실천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이명을 치료과목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내방 환자들의 임상을 겪으며 다양한 질환의 공통분모로 발견해 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저마다 각기 다른 이명의 원인 규명만큼이나 증상자가 증세 호전을 위해 실행 가능한 개선책 역시 중요하다. 자신의 식생활 습관에 맞추어 장의 소화 흡수력을 높여주는 식이요법을 비롯하여 균형 잡힌 뇌 기능 향상과 활성 산소를 줄이는 항산화 식사법이 제시된다. 양방에서는 주로 아연 성분이 포함된 영양제를 권장하였는데, 그보다는 셀레늄을 포함한 다양한 성분의 비타민제가 바람직하다고 한다. 이명은 신체의 자연적인 노화와 집중적인 소모가 복합적인 원인이므로 이를 개선하려면 스트레스, 단 음식, 간편식 등을 피하는 등 수면을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 습관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지쳐 내가 떨어질 때까지 자신을 소진하는 완벽주의자 성향도 좀 바꿔보자. 당장은 괴롭고 힘들지만, 병원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잘못된 생활 습관부터 돌아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들이 권유하듯, 지금보다도 더욱 격렬하고 열정적이며 강박적으로 너무 애쓰며 살지는 말자고 다짐해본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프로필 사진
유선종

현, 서울 우신고등학교 영어과 교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신촌 토스트마스터즈 클럽회장 역임
숙명여대 TESOL대학원 9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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