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살고 있다.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장수 연령대는 100세 이상의 노인들인데, 그래도 100세까지 살기란 여전히 쉽잖은 일이다. 오늘날 가장 장수 국가인 일본에서도 천 명 중 한 명 미만이 그 정도로 오래 산다. 드물긴 하지만, 오늘날 생존하는 100세 이상 노인들의 수는 1997년 122세로 사망한 프랑스의 쟝 칼망 이후 거의 4배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망하고 25년이 지난 지금, 이 모든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장수 기록은 물론 사라 크나우스의 119세 장수 기록 역시 깨지지 않고 있다. 인간의 기대 수명 증가율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하였는데, 일례로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2015년 이후 증가하지 않고 있다.
자연계의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우리 인간은 비교적 오래 사는 생물일까, 아닐까?
인간의 장수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인간만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 원근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을 통해 우리는 몇 시간에서 수천 년까지, 또는 그 이상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장수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다. 영장류 가운데 인간은 가장 장수하는 편이지만 다른 많은 동물의 수명에 비하면 매우 미미할 뿐이다. 그래서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고, 대학을 중퇴하고, 다양한 별난 직업을 가졌으며,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대형 동물의 조련사인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만약 장수라는 하나의 기준만 놓고 본다면, 동물의 성장 속도와 수명은 어찌 그리 제각각일 수 있을까?
이런 유기체들로부터 더 길고 건강한 인간의 삶을 추구하는 데 도움을 얻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저자의 관심사가 처음부터 생명체의 노화에 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전 세계 다양한 동물들을 연구하면서 종 사이 또는 종 내부적으로 천차만별인 수명이 그의 관심을 끌었고, 그는 점차 동물의 수명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전문가 가운데 일인이 되었다. 드디어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동물종들의 노화 과정과 노화에 저항하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 제목에 쓰인 므두셀라(Methuselah)는 구약 성경의 창세기 5장 21절에서 27절에 등장하는 인물로 '창 던지는 자',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라는 뜻이다. 그는 969세에 죽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성경에 언급된 인물 중 가장 장수한 덕분에 서양 문화권에서는 장수의 상징이다. 남들보다 열 배 느린 생체시계를 지녔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생물학에서는 장수와 관련이 있다고 믿어지는 유전자를 므두셀라 유전자라 부르기도 한다. 영문판 제목 ’므두셀라의 동물원‘도 그런 맥락에서 지어진 듯하다.
장수 지수는 한 동물이 체구가 같은 동물원 동물의 장수 기록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말하는 값이다.
- 79쪽
- 경이로운 동물의 장수
장수는 비교의 대상이 필요한 상대적 개념이다.
가장 직접적이고 잘 확립된 상관관계 중 하나는 수명과 신체 크기인데, 이 값은 같은 종의 개체끼리 서로 비교할 때 즐겨 인용된다. 체격이 더 큰 종일수록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으며 대개는 진화를 통해 얻은 노화 방지 전략이 매개변수로 작용한다. 살아있는 수조처럼 갈라파고스섬을 돌아다니는 거북이 종은 150살까지 산다. 이들은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느린 대사 속도로 오래 사는데, 부러워할 만한 요인은 또 있다. DNA 손상과 암에 매우 잘 대처한다는 점이다. 책에 묘사된 대부분의 다른 ’죽음을 거부하는 속임수‘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아직도 이들의 작동 방식을 알지 못한다.
새와 박쥐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며 장수하는 척추동물들을 보자.
이들은 매우 작은 체구를 가지고도 수십 년을 살며, 어떤 새들은 사람보다 오래 살 수 있다. 이는 비행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지를 고려한다면 훨씬 더 놀라운 일이다. 새와 박쥐는 비행 중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동시에 엄청난 양의 활성산소를 생산한다. 비록 인간의 세포가 생산하는 부하량보다 적기는 해도, 이런 종류의 피로를 완화하는 데 매우 능숙해 보인다. 박쥐는 또한 바이러스에 대한 놀라운 저항력을 발달시켰다. 동굴 천정에 빽빽하게 들어찬 박쥐 집단은 때때로 인간에게 재앙 수준의 피해를 주는 바이러스의 온상이자 숙주이다. 우리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대신 박쥐들이 어떻게 바이러스와 공생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장수하는 새와 박쥐는 죽기 직전까지도 번식과 먹이활동이 매우 활발하며, 첫 자손을 낳기까지의 번식기가 매우 늦게 찾아온다. 자손은 한 번에 한 마리씩 낳으며 출생 사이의 간격이 매우 길다. 느린 번식과 발달이 장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우리는 역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개미와 흰개미는 이 방식에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일개미에게는 없는 장수 유전자를 지닌 여왕개미들은 일꾼개미보다 수십 배 더 오래 살면서 평생 동일한 DNA를 가진 알을 1분마다 낳는다.
대부분의 장수 종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또 다른 특징은 환경적 위험 요소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을 보장한다. 코끼리나 고래와 같은 큰 체구의 동물들은 성체가 되면 인간을 제외하면 천적이 없어 잘 죽지도 않는다. 안전한 환경이라면 쥐 크기의 벌거벗은 두더지처럼 땅속에서 40년 동안 살거나, 도롱뇽처럼 빛이 들지 않는 동굴의 물속에서 사는 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장수 지수가 높은 것은 단순히 포식자로부터 자유롭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과학자들이 인위적으로 노출시킨 어떠한 발암물질에도 반응하지 않는 능력을 지녔다.
- 진화와의 연관성
아마도 장수에 관해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점은, 신체 노화에 대한 방어기제를 갖추었으며 암을 정복한 일부 동물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적어도 500년을 사는 이매패류 연체동물인 아크티카는 엄청난 양의 산화 스트레스를 처리할 수 있으며, 새와 박쥐는 단백질 잘못 접힘과 세포 외 기질 분해에 대항하는 데 인간을 능가한다. 수십억 년 동안 진화는 장수가 발달할 수 있는 수많은 틈새와 방법들을 발견했다. 모든 장수하는 종들에게 적용되는 공식은 없지만, 더 오래 살 수 있는 놀랍도록 다양한 길이 있다. 게다가, 장수는 진화적인 시간 척도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쥐보다 10배 이상 장수하는 벌거벗은 두더지는 뜻밖에 진화적으로 생쥐와 매우 가까운 관계다. 일부 종은 1년 조금 넘게 사는 반면 다른 종은 수 세기 동안 산다.
이 결론은 매우 낙관적이다. 인간과 자연의 독창성을 결합하는 방법만 찾을 수 있다면 노화에 대한 방어 또는 치료법은 충분히 얻어낼 것으로 보인다. 거북이처럼 신진대사를 늦추거나, 박쥐처럼 동면하는 동안 텔로미어를 늘이거나, 아크티카처럼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서 살 수는 없지만, 우리가 거북이의 노화 방지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만 있다면 인간을 위한 치료법도 개발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연구원들의 무한한 헌신을 요구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야생과 사육 상태에서 장수하는 종을 연구하고 실험 종의 레퍼토리를 확장하려면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장수하는 동물들을 깊이 연구하고, 생물학 실험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단명하고 빠르게 노화되는 종에 대한 연구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약속을 하기 전까지는, 우리는 더 길고 건강한 인간의 삶을 달성하는 데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요점은 자연, 즉 진화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는 것이다.
진화를 통해 장수 동물들은 수억 년 동안 노화의 해로운 과정에 대한 저항력을 개선해 왔으며, 인간은 이들의 장수 매커니즘을 연구하여 건강을 개선하고 수명 연장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한다. 이 책은 사실 인간의 장수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도, 해답을 제공하기 보다는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는 인간보다 천천히 늙기 때문에 특별한 생물학적 관심을 받는 동물 종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고 있지만 이 종들에 관한 연구는 그리 신통히 않다. 우리가 노화에 저항하는 다수의 더 나은 방법들을 발견하고 싶다면 연구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 맺는말
인간이 더 오래 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데에만 몰두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쓸만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고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존재하는 장수에 관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묻기보다는, 동물의 장수에 관한 연구가 왜 더 필요한가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이 책의 실제 내용은 흥미로우며,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장수는 많은 사람에게 큰 관심거리이지만 동물계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는 아마 이 책이 처음이지 싶다. 과학적으로 절대 가볍다고 치부할 수 없는 주제이면서도 저자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내용에 활기를 불어넣는 장수 동물들의 많은 사례들을 접하는 자체로도 매우 유익하다. 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이해를 갖춘 독자라면 더없이 즐거운 읽을거리가 되어 줄 것이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독서가 인간 장수의 한 요인으로 밝혀질런지….
포씨유신문 유선종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