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어른이 되면 잘 노는 법을 잊어버리는 걸까요?
일단 일과 가정을 책임지게 되면, 우리의 시간은 삶의 압박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데 소비되고 놀이는 도중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놀이는 단순히 과음과 흡연 등으로 자기 몸을 해치며 흐지부지 없어지는 ‘유흥’의 시간과는 구별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지한 세상에서 가볍게 사는 힘’으로 유쾌 지능을 정의하는 저자는 "아이들은 항상 노는 상태로 사는 반면 어른들은 따라잡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상태로 살고 있다"며 어른으로서 놀이를 재발견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유쾌 지능은 삶을 마냥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우리의 책임을 부정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을 조금 덜 진지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의 삶을 즐길 방법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유쾌함의 다섯 가지 주요 특징, 즉 상상력, 사교성, 유머, 즉흥성, 그리고 경이감을 파악하도록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이들 자질의 사용법을 잠시 잊어버렸을 뿐, 우리는 모두 처음부터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상기시켜줍니다.
1. 상상력. 상황을 재구성하고 공감하는 능력
상상력은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도피행각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이 자칫 부정적이지 않도록 재구성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이용해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데다 곳곳에 함정투성이인 인생의 도전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으니 그것들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배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새로운 관점이 종종 새로운 기회를 안겨 준다는 점을 인식하라는 겁니다. 일은 틀에 박힌 방식으로 처리하려 들면서 뭔가 색다른 결과를 얻기 바라는 모순된 행태에서 벗어나도록 상상력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생에서 겪는 일들을 지금보다 더 가볍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살아가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에게 고통을 준다.(34쪽)
2. 사교성. 첫인상에 집착하지 않고 겸손하게 다가가라
두 번째 개념인 사교성은 페이스북 같은 SNS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섣부른 짐작에 근거하여 타인을 성급하게 판단하고 대응하기보다는 겸손함과 개방성을 지닌 사람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맺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으로 ‘새로운 판 짜기(reframing)’ 전략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에서 제안(잘못된 개방성)과 의견(올바른 필요성)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우리 사이의 차이점을 수용하고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입니다.
유쾌 지능이 높은 사람은 상상력을 활용해서 자신을 타인의 입장에 투영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공감 능력은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증가시킨다.(110쪽)
3. 유머. 웃음으로 친밀도를 높여 인생의 사막을 건너라
반드시 코미디언이 되어야만 세 번째 자질인 유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항상 농담을 일삼거나 웃음을 사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깔보는 것은 저자가 말하는 유머가 아닙니다. 삶에 대해 경쾌하게 접근하는 동시에 유머가 유쾌한 삶의 한 부분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깨달으라는 겁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을 즐겁게 해 주는 가벼운 이야기를 타인과 공유하는데 별 저항감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유머가 제대로 먹혀들었을 경우 이는 다른 사람들과 쉽게 연결될 방법이 되기도 하면서, 한번 잘 익혀 놓으면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라도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유머에는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타인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유머는 즐겁고, 행복하고, 타인과 연결된 느낌을 갖게 한다. (157쪽)
4. 즉흥성. 심리적 유연성으로 완벽주의의 경직성을 회복하라
자발성은 특히 성인으로서 찾기 힘든 자질인 것 같습니다. 시간계획과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열심히 일할 때라면 더욱 그런 듯합니다. 그러나 모든 순간을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에 더 개방적인 자세를 가진다면, 삶은 좀 더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더 유쾌해질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즉흥성의 유희적인 특성이 인생의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언덕을 조금은 더
편평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즉흥성은 심리적 유연성을 길러 주고,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는 관대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준다.(249쪽)
5. 경이감. 내 삶의 놀이공원을 발견하라
마지막 요소는 사소한 것들에게 다시 주목하기 시작하는 경이감입니다. 경이감은 인생이 바뀌는 순간 또는 끊임없이 다가오는 인생의 다음 일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에 충실하게 머무르며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항상 활동할 거리를 찾기보다는 그냥 현재에 머무르며 순간을 즐기자는 겁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다 보면 많은 순간을 놓치기 마련이니까요.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가 의미 있게 다가와 우리를 멈추게 할 때, 우리는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따뜻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그것이 바로 경이감이다.
경이감의 가장 큰 힘은 우리를 현재에 머물게 한다.(281쪽)
끝으로, 이 책은 저자 자신의 많은 일화와 뇌과학연구 결과를 포함하고 있어 다분히 학술 서적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줍니다. 각 장의 끝에 우리 삶에서 유쾌함의 자질들을 어떻게 향상할 것인가를 제안하고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초점이 이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유쾌함을 찾는 ‘방법’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세상을 진지하게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즐거울 수 있음을 일러주면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방편으로 놀이의 가치를 설명한다는 목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자, 이만하면 웃으며 살 이유는 충분하겠죠?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