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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

[유선종 엣지리뷰25] 우리의 시간은 공평할까

내 것 인듯 내 것 같은 내 것 아닌 시간

 

우리는 누구나 하루 24시간을 보내지만, 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물리적으로는 24시간이지만 누구나 똑같은 비중으로 살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다. 나의 선택으로 온전하게 보낼 수 있는, 나만을 위한 자유로운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진정한 자유란 내가 하고픈 일을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타인 혹은 타의에 의해 소모되지 않으며 자신의 능동적인 선택과 의지가 동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출퇴근, 학업, 업무, 가사노동 등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은 진정한 나의 시간으로 볼 수 없다. 나만의 시간, 얼마나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 가질 수 있는 걸까.

“개인의 생활세계는 노동하지 않는 시간(여가, leisure)에 만들어진다.” - 한동우 교수

자신을 경제인, 가족 구성원, 임금노동자, 연구자, 귀차니스트라고 표현하는 저자는 우리가 소유물이라 생각했던 시간이 왜 온전히 소유될 수 없는지, 우리의 시간은 왜 공평하지 못한지, 왜 오늘을 위해 내일을 당겨 쓰게 되는지를 묻고 있다.

 

책은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의 차분하고 깊은 통찰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간명한 결론이 돋보인다. 

1장. 우리의 시간은 공평할까

인간의 삶은 시간으로 채워졌기 때문에 삶이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어느 누구도 똑같은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로 삶이 공평하지 않듯 시간 역시 공평하지 않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픈 욕구에 더하여 의미를 지니려면 생존 이외에도 자유의 개념이 더해져야 한다. 능동적인 시간만이 진정한 자유인 반면 누구나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생존에 필요한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시간은 공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2장. 직장인의 시간은 어떻게 달라질까

근로와 노동의 차이는 수동과 능동의 차이에 있다. 직장인들은 노동의 삶을 원하며 퇴근 이후에도 노동을 연장해야 하는 조악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법정 노동 시간보다 더 오래 일해도 보호받지 못하는 유권 해석의 모순, 은폐된 점심시간의 노동, 메신저 지옥 등 희생과 강요에 의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예로 들고 있다. 직장 가까이 거주를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한계를 두고 정신승리 이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음을 토로한다. 생존에 필요한 직장인들의 시간은 극복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3장. 비정규직은 어떻게 신분이 되었을까

대한민국에서만 통용되는 신분제 그 이름은 바로 비정규직. 요즘은 무기계약직이라는 대체용어도 있긴 하지만 정치적으로 옳지 못한 말이다. 기간제, 단시간, 간접고용과 같은 말 또한 우리 노동 형식에서 벗어나 있고 마땅한 명칭이 없어 생겨났는데 웃기지도 않게 상대 개념인 정규직은 이후에 생겼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원청업체의 갑질에 무방비로 놓인 약자인 동시에 차별적 신분의 또 다른 이름으로 등장한 비정규직은 사회적 정의에 어긋난다. 임금 격차를 줄이고 고용을 보장하며 신분에 무관한 노동을 통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4장.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은 동일할까 

내일의 노동을 저당 잡히는 대학 학자금 대출로 졸업과 동시에 채무자로 시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사회생활 격차는 시작부터 벌어진다. 학비와 용돈 조달을 위해 시작한 부업 역시 업주의 인건비 절약을 이유로 보장받지 못해 두세 군데 더 뛰는 쪼개기 알바를 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신조어가 된 취업준비생은 취업 활동에 쓰인 시간이 곧 취업의 보장을 의미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쟁 치열한 의자 빼앗기 놀이의 희생자인 셈이다. 

5. 게으름과 노력, 그 일란성 쌍생아

근거 없는 자신감의 줄임말인 ‘근자감’은 결과적으로 자신감을 안겨주기에 저자는 이 신조어를 좋아한다. 기대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게으르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게을러지려면 충분한 시간 여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시간이 충분한데 하지 않는 것은 능력 부족일 뿐 게으른 게 아니며 역량을 기대하게 만들고 결국 표현되기 때문에 게으름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다. 게을러져야 노력도 가능하므로 노력과 게으름은 반대어임에도 불구하고 닮은꼴이다.

 

6. 우리는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삶의 예로 대입시험과 사법시험 두 개를 제시한다. 대입시험은 부모의 욕망이 나에게 투사된 경우이나, 사법시험은 내 욕망이 실현된 것이므로 시간의 소유 면에서 의미가 달라진다. 시간의 주인으로 산다고 함은 욕망을 가진다는 뜻이고 이는 삶을 누린다는 말과 같다. 삶을 누린다는 말은 곧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는다는 뜻으로 우리는 인간답게 생활을 할 이유가 충분하며 이를 실현할 잉여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 적용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추구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확대하는 삶이 필요하다. 이처럼 시간은 각자에게 모두 달리 나타난다.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이 가지는 의미를 돌아보고 인간들의 삶에 동질적으로 적용되느냐는 질문의 답을 사유해 보았다. 시간은 모두에게 각자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며 이를 알아채기는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간은 불평등의 디폴트 값을 지닌다. 다만 강요되지 않는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이 사회 구조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만큼은 누구나 공감하리라.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 두어 편이 떠오른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영화 <인 타임>처럼 시간을 매매, 탈취, 독점하여 영원불멸의 존재가 될 수도 없고 <어바웃 타임>처럼 임의로 시간의 앞뒤를 오갈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으로 채워진 우리의 삶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사회에 제도화된 시간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저자가 제시한 시간의 공식 [(시간+노력) x 역량+운=성과] 에서 시간이 최소한의 상수가 되기를 고민해본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

프로필 사진
유선종

현, 서울 우신고등학교 영어과 교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신촌 토스트마스터즈 클럽회장 역임
숙명여대 TESOL대학원 9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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