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주석과 참고 문헌만 150쪽이 넘고 본문은 600쪽이 넘는다. 대학교 한 학기 교재처럼 두꺼운 이 벽돌 책이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왜 유럽은 인류 역사상 그토록 큰 역할을 했을까?“
하버드 대학의 인류 진화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 조지프 헨릭은 그의 최근 저서인 이 책에서 색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그는 인류학자로서 경력을 쌓아왔지만, 현재는 ‘문화 진화론자’라고 소개한다. 다윈이 그의 진화론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자연 선택을 통해 적응의 경로를 따르는지를 설명하였듯, 문화적 진화도 수많은 경로를 거쳐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인간의 단일한 문화는 존재하지 않으며, 문화적 진화가 인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세대를 초월하는 깊은 이해와 가치를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문화적 진화의 중심에는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단히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통제 지향적이고,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으며, 분석적이다. 관계와 사회적 역할보다는 자기 자신, 다시 말해 자신의 특성, 성취, 열망에 초점을 맞춘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이고자 하며 다른 사람의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유연함이 아니라 위선으로 여긴다. 동료나 권위적인 인물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으나 자신의 믿음이나 관찰, 선호와 상충될 때면 좀처럼 남들에게 순응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을 공간과 시간을 가로질러 펼쳐진 사회적 네트워크에 속한 하나의 구성원이 아니라 독특한 존재라고 여긴다. 또한 행동할 때 자신이 통제하고 선택한다는 느낌을 선호한다.
이들의 특징은 현재 우리나라 젊은 층에서도 상당 부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정보통신의 발달 덕분에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저자는 이 이상한 가치들이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 문화적으로 결정되고 구체화한 것이라 주장한다.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이라는 이 책의 부제가 시사하듯, 그는 능력주의, 대의 정부, 신뢰, 혁신, 심지어 인내와 자제 같은 현대 세계의 많은 핵심 가치를 ‘이상한’ 문화 진화의 ‘펌웨어(하위 실행 프로그램)’라 믿는다. 이들은 매우 특이한 유럽적인 환경의 산물일 뿐 아니라, 기독교 교회가 내렸던 처방과 단절은 좁은 범위에서의 권력의 산물이다.
우리는 교회가 사람들이 결혼할 수 있는 범위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했는가에 관한 이 책의 흥미로운 주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주제는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같은 인기 도서와 대등한 위치에 오를 만하다.
하라리의 질문은 ‘인간은 왜 그리고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을까?’였다.
다이아몬드의 질문은 ‘문명 간의 차이와 불평등을 설명하는 것은 무엇인가?’였다.
각각의 답변은 협력, 그리고 지리, 기후, 동식물로 대표되는 환경이다.
이제 조지프 헨릭은 특히 ‘서구 세계가 다른 사회들보다 더 번영하는 이유와 그들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는 문화의 진화라고 답변한다.
저자가 말하는 문화는 매우 넓은 의미로 쓰인다. 하버드대 인류진화 생물학부를 총괄하는 저자는 문화진화 이론가인데, 이는 그가 전통적인 생물학자들이 유전학자들에게 주는 것과 동등한 무게를 문화유산에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 세대는 그들의 DNA를 자손에게 물려주면서 다른 영향력 있는 역할 모델인 기술, 지식, 가치, 도구, 습관도 함께 전달한다.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의 천재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화를 배우고 축적한다는 것이다. 유전자만으로는 한 집단이 오래 살아남을지 사라질지를 결정할 수 없다. 문화유산은 선대 문명의 정신, 습관, 제도 등을 후대에 이어주는 연결통로인 셈이다.
서기 1500년경부터 서구가 유난히 우세해졌는데, 그 이유는 서구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지난 5세기 동안의 놀라운 지적, 기술적, 정치적 진보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결과가 가져온 서양의 특징은 무엇일까? 고대 말기의 유럽인들은 세계 대부분 지역과 마찬가지로 부족 사회를 이루고 살았으나, 교회의 등장으로 인해 친족 기반 사회가 해체되었다. 아마도 저자는 서구의 오만을 과소평가하면서 특수성을 설명하기가 까다로웠을 것이다.
그의 문화 차이에 대한 이론은 인류가 처한 피할 수 없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인간 종족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근본적인 제도 중 하나인 친족관계(pair-bonding, 친족 이타주의)는 원초적 본능에 기초한 것으로, 결혼 상대와 배우자의 수가 규칙에 따라 형성되는 사회 구조였다.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결혼은 일반적으로 가족의 개념과 인접해 있었다. 사촌 간 결혼이라는 행위는 친족간의 유대감을 돈독히 했다. 대개 아버지를 통해 이어지는 혈통은 또한 씨족을 공고히 하며 재산의 축적과 세대 간 이전을 용이하게 했다. 종교뿐 아니라 정부와 군대 등 상위 기관들은 친족 기반 기관으로부터 진화한 것이다. 혈족에서 부족, 족장 왕국, 왕국으로 규모가 확장되면서도 그들은 과거로부터 탈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된 형태의 관계, 결혼, 혈통 위에 새롭고 더 복잡한 사회를 계층화했다. 각 문화의 독특한 풍미는 초기 친족 제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가톨릭교회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저자가 명명한 ’결혼 가족 강령‘은 사실은 결혼과 가족에 반대하며 친족 기반 사회를 뿌리째 흔들었다. 이쯤에서 교회가 ’결혼 가족 강령‘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묻게 된다. 문화 진화적 관점에서 그 이유는 중요하지 않으나 저자는 ’결혼 가족 강령‘이 제대로 작동하고 진화, 확산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톨릭 신자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공동체를 떠났다. 일부일처제에 대한 기독교의 고집은 확장된 가정을 핵가족으로 갈라놓았다. 교회가 뿌리 뽑은 수평적, 관계적 정체성은 제도 자체를 지향하는 수직적 정체성으로 대체되었다. 교회는 결혼 정책에 대해 엄격했다. 신도가 규칙을 위반하면 성찬식을 미루거나 파문하기도 했으며, 불법을 저지른 자손은 상속이 거부되는 처벌을 받아야 했다.
예전 같으면 거의 항상 가족 구성원에게 돌아갔던 재산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동시에 교회는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기부하도록 유도하고 그 대가로 천국에서 그들의 위치를 보장받도록 촉구하였다. 이렇게 하여 ’결혼 가족 강령‘은 사람들의 충성을 얻고 주요 경쟁자를 제거함과 동시에 수익의 흐름을 창출하고 있었다.
그 결과 교회는 풍요로워졌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뿌리에서부터 느슨해져 친분 없는 이방인들로 북적이는 도시로 모여든 사람들은 소위 ’비인격적 친사회성‘을 발전시켰다. 그들은 도시 헌장을 쓰고 전문 길드를 만들었으며 오늘날 보편화된 대의 민주주의의 초기 형태로 지도자들을 선출했다. 상인들은 낯선 사람들과 거래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새로운 여건에서 상거래에 성공하려면 좋은 평판이 필요했고, 이는 공정성과 같은 새로운 규범을 수반했다. 낯선 사람을 속이고 친척에게 호의를 베풀어 성공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개신교가 생겨났을 때, 사람들은 이미 개인주의적 세계관을 내재화했다.
저자가 가장 이상한 종교라고 부르는 개신교는 앞서 가톨릭교회가 시작한 가족 해체 과정에 부양책을 제공한다. 신앙이 교리에 집착하기보다는 개인적 투쟁을 수반한다는 생각은 종교개혁에 필수적이었다. 성경의 자국어 번역은 사람들이 성경을 좀 더 특이하게 해석할 여지를 주었다.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는 곧 읽고 쓰는 능력과 교육을 보편화시켰다.
그 후 하나님이 주신 자연(개인) 권리와 입헌 민주주의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정치 조직의 법칙을 밝혀내려는 노력은 자연법칙, 즉 과학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과학적 방법은 세계를 분류하는 인식론적 규범을 범주로 성문화하고 추상적 원칙을 가치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모든 심리·사회적 변화는 전례 없는 혁신, 산업 혁명, 경제 성장을 촉진했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저자와 동료들의 기여가 상당한 인류학, 이문화 심리학 등 역사 이외 많은 분야의 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친족 강도 지수는 가톨릭교회의 ’결혼 가족 강령‘에 사람들이 노출된 기간과 ’이상한‘ 특징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기별로 교회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사촌 간 결혼 비율은 거의 60%까지 감소한다. 또한 ’결혼 가족 강령‘에 천년 넘게 노출된 지역에서는 친구를 위해 법정에서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30% 낮다. 이 현상은 ‘이탈리아의 수수께끼’라고 불린다. 오랫동안 가톨릭교회에 노출된 북부 이탈리아는 금융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반면, 상대적으로 이슬람의 오랜 지배를 받았던 남부 이탈리아는 북부보다 사촌 간 결혼이 10배나 높다. 헌혈자와 헌혈량도 북쪽이 현저히 많다.
유럽이 처음으로 법전을 편찬하는 동안, 중국은 친척 이외에 대해 저지른 범죄를 친척에 대한 범죄보다 더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어른이 저지른 범죄에는 엄격한 처벌이 유보되었다. 20세기 초만 해도 중국의 아버지들은 아들을 죽이고도 경고 처분만을 받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귀족 살해에 대한 처벌은 엄격했다. 이와 같은 처벌의 비대칭성은 유교적 원칙과 연장자에 대한 깊은 존경심에 호소함으로써 정당화될 수 있었다.
저자의 가장 놀라운 주장은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인지 방식이다.
이들은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고 분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더 분석적이다. 그에 비해 친족 집약적 문화권 사람들은 더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범주보다는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Triad Task로 알려진 실험에서 피험자에게는 토끼, 당근, 고양이의 세 가지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 실험의 목표는 목표 객체인 토끼를 두 번째 객체와 연결하는 것이다. 고양이와 토끼를 일치시키는 사람은 두 객체가 동물이라는 데에서 공통점을 찾는다. 토끼와 당근을 일치시키는 사람은 토끼의 먹이가 당근이라는 점을 근거로 물체 사이의 관계를 찾는다.
한편, 이와 유사한 실험에서 칠레 원주민 마푸체(Mapuche)족은 개와 돼지를 일치시킨다. 그들의 환경에서는 개가 돼지를 보호하므로 완벽하게 말이 된다. 돼지를 보호하는 개와 함께 자라지 않은 서양의 대학생에게 개와 돼지는 그저 같은 동물일 뿐이다. 이는 문화가 피실험자의 근본적으로 다른 인지적 굴절이나 개인적 경험의 차이를 반영한다는 좋은 사례다.
유럽 사회가 발전하는 데 기독교가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어느 역사가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결혼과 가정생활에 대한 교회의 관점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독교가 적어도 중세부터 사촌 간 결혼에 대해 유난히 적대적이었음을 지적한다. 이는 유럽 문화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 조직에 심오한 변화를 가져왔다.
인류학자들을 항상 매료시키는 용어인 친족관계는 이 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친족관계는 공동체의 내부 결속을 유도하는 한편 특정 씨족 외부인들에게는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인 자세를 갖게 하였다.
저자는 서기 10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교회가 유럽 내 혈연관계를 크게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사촌 간 결혼에 대한 금지가 가족 이외의 결혼을 강요했던 유럽 지역에서, ‘이상한’ 문화는 이방인들에게 더욱 수용적이었다. 수도원, 대학, 무역 조합, 법원, 주식 시장, 입법부, 커피점, 신문 등은 기업, 신뢰, 이동성과 함께 결혼에 대한 교회의 칙령에 따라 만들어진 ‘비인격적 친사회성’의 토양에 뿌리를 내렸다.
한편, 같은 유럽 지역의 ‘이상한’ 사람들이 아닌 외부인들은 천연자원과 강한 지역 공동체 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던 반면,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된 역동성과 개방성이 부족한 상태를 이어갔다.
역사학자들은 이 지점에서 논쟁거리가 많다는 점을 발견한다.
그들은 중세 시대 교회의 ‘결혼 가족 강령’ 효과가 시공간적으로 매우 불균등했음을 지적하면서, 당시 개신교 교회가 경쟁 관계였던 가톨릭보다 사촌 간 결혼에 훨씬 덜 적대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종교개혁은 헨리 8세가 전처의 사촌과 결혼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결정적인 힘을 얻었다. 현대 역사가들은 사촌 간 결혼이 19세기에 다시 오명을 얻기 전에 17세기와 18세기 많은 유럽 사회에서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혁신에 대한 ‘이상한’ 열정에도 불구하고 찰스 다윈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유명 인사들이 사촌들과 결혼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떤 독자들은 유럽 문화의 진화를 다루는 이 책이 제국주의, 환경 재앙, 개인주의, 식민지 지배 등 유럽 제국들이 저지른 흑역사는 어째서 거의 다루지 않느냐 지적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노예제도, 인종차별, 약탈, 대량 학살 외에도 위에 나열한 주제 모두가 역사적 사실이지만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음을 인정한다. 사실 이런 주제를 다룬 책들은 이미 수없이 출간되었다. 그런데도 그의 주장이 희석되어 보이는 것은 ‘위어드’가 문화의 아바타로서 수용과 번영, 혁신의 키워드로 제시되는 한편 유럽인들이 유럽 밖 세상으로 모험을 떠날 때 비인격적 친사회성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독교에 의해 숙청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친족주의가 유럽인들의 새로운 인종 이론에서 제국의 폭력과 파괴로 다시 등장했음을 시사한다. 위어드의 주인공인 유럽 백인들은 수 세기에 걸쳐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수억 명 비유럽인들의 재능과 미래를 무시해온 전력을 기억할 것이다.
‘이상한’ 사회에 정착한 비유럽인들, 즉 이민자들의 경우를 보자. 수 세기 동안 모든 인간 지식의 영역에서 이질적 문화 간 사고에 적응한 그들은 나름의 생각과 관행을 가지고 있다. 저자에게 이런 과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민자의 경험을 정의하는 동화와 융합의 형태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 대신, 그는 대륙과 세대를 초월한 이민자들 사이에서 ‘이상하지 않은’ 사고가 지속되고 있다는 모종의 증거를 제시한다. 영국으로 이주한 파키스탄 이민 2세들의 높은 사촌 간 결혼율과 유럽 전역의 유색인종 이민 2세들의 저조한 정치적 활동성을 언급하면서, ‘이상한’ 사회에서 성장하더라도 문화-심리적 혈통의 ‘암흑 물질’을 없앨 수는 없다고 결론짓는다.
저자가 위어드에게 주목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은 기독교 성서를 읽는 데 필요했던 문해력이다.
수 세기에 걸친 문화의 변화는 인류의 뇌 구조와 행동을 변화시켰고, 그 결과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특히 당시 서양인들에게 주요하고 결정적인 활동이 되었다. 같은 유럽이라도 기독교가 뒤늦게 전파된 대부분의 다른 지역에서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 대한 이해는 대단히 어려워진다. 심리학자들은 서양인들(주로 대학생들)을 인간 본성에 관한 학문과 결론에 대한 표준으로 매우 심하게 편향적으로 사용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리학과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저자가 나섰다. 서양 사람들은 인간 사회, 문화, 심리학의 표준이 아닐뿐더러 그냥 이상할 뿐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성경을 읽고 해석해야 한다는 믿음은 1517년 마르틴 루터가 그의 유명한 95개 논문을 전달한 것으로 특징지어지는 개신교 개혁의 폭발과 함께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개신교 신자들은 자신들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더 잘 알기 위해 성경을 공부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프랑스와 같은 지역에 걸쳐 개신교가 확산하면서 문해력을 갖춘 인구가 급증했다.
영원한 구원에 동기부여를 받은 부모와 지도자들은 아이들에게 읽기 능력을 갖추도록 하였다. 따라서 저자의 논제는 문화의 변화가 우리 뇌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문화의 변화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며, 이런 방식을 문화와 두뇌의 공진화(共進化)라고 설명한다.
서구 특유의 문화적 변화는 보편적 의미에서의 친족과 부족 사회 조직으로부터 탈출하는 속도로 증명되었다. 다시 말해, 중세 가톨릭교회의 ‘결혼 가족 강령’은 사촌 간 결혼을 금지하고 일부일처제를 정착시킴으로써 기존 서구인들의 정신을 친족 관계로부터 해방시켰으며, 문맹 퇴치에 기반을 둔 독립, 이동, 교육, 기업가정신, 혁신의 길을 걷게 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서구는 그 결과물이다. 저자는 인간의 심리적, 문화적 발전에 대한 진화적 견해에 몰두하는 한편, 때때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다소 많은 내용을 가정하기도 한다. 원시 종교가 친족과 부족 사회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양을 할애한 이후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아마도 다음 단계로는 종교의 발전을 다루지 않을까 싶다.
교회 평의회는 역사적으로 많은 토론, 성경 검색, 기도, 문서의 초안 작성 및 재작성 등의 일을 담당했다. 저자는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진화 과정이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많은 기독교인이 동의하는 것으로 진화는 곧 사회적, 문화적이란 말로 대체된다. 이처럼 평의회 문서와 기독교 역사의 전체 기록을 살펴보면 오랜 기간 기독교가 현재의 유럽 세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다른 많은 방법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문화적 진화론은 다른 모든 결정론만큼 강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상한 조상을 둔 유럽 사람들에게 그들이 현재 보유한 전 지구적 주도권에 대하여 정당성을 부여하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가톨릭교회가 그렇게 많은 자발적 비적합주의자를 낳았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우리의 호기심 많은 역사는 또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사회과학적으로 중립을 고수하는 저자의 활약은 일부 서구인들의 죄책감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상한’ 사람들의 특성을 강조하고 싶었을 뿐, 어느 사람이든 깎아내리려는 뜻은 없다고 말한다.
두껍고 인상적이며 흥미로운 주제의 이 책은 광범위한 분야의 학자들에게도 읽혔으면 좋겠다.
역사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 교회 역사학자, 심리학자, 문화 역사학자, 교육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사람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많은 생각을 할 것 같다. 서구 사회가 어떻게 승리의 역사를 써왔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구 세계를 다른 모든 문화에 비해 뚜렷하게 달리 보이게 만든 단 하나의 열쇠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야기는 매혹적이고 유용하며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분량도 방대하지만, 대단히 매혹적이기도 하다.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유럽 사회에 미친 기독교 신앙의 영향력과 해당 민족에게 축적된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이익에 대한 긍정적인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일독을 넘어 필독을 권해드린다.
포씨유신문 유선종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