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인류의 디폴트 값
인간은,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기 때문에 항상 타인과 함께하는 시공간을 의식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인류 문명이 발달할수록 피해갈 수 없는 이 딜레마에서 우리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딜레마일 것이다. 진화론적 입장에서 보자면, 기본적으로 상대방보다는 내가 더 낫고 옳다는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여러모로 개체 존속과 종족 보존에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에 타인보다 자신을 우선시하고 존중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열등감이라는 의식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끔 설계되어있는 바탕을 도대체 어찌할 것인가. 문명사회 이전에는 협동과 신뢰가 구성원 모두를 위한 대승적 생존 전략이었기 때문에 열등감은 그리 큰 쓸모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자본이 인간보다 더 우위를 차지하게 된, 또는 그러한 풍조가 너무나도 지배적인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획득하는 개개의 능력차는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결국 여러 얼굴로 우리를 괴롭히는 열등감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책 제목이 어째서 ‘비교하지 않는 연습’인지 이쯤에서 짐작된다.
연습이란 의식적이고 반복적인 개선의 노력을 전제로 한다. 연습해야 완벽해진다는 서양 격언처럼 불필요한 열등감에서 벗어나려면 그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필요한 건 알겠는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그 해결법을 제시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조언을 구하기까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전체 6장으로 구성된 각 목차의 제목과 소주제를 훑어만 봐도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지만 저자의 해결법 알고리즘을 초 간단 정리하자면, 먼저 자신의 열등감을 잘 들여다보고 (젠장 이것부터 사실 쉽지 않다 나에게 웬 열등감이람?), 문제점을 발견한 다음 (누구나 한 두 가지 쯤은 있을 수 있지 하는 아량을 베풀고 준다 그런데 그게 열등감이었던 거야?), 고쳐야 할 문제점인걸 인정하고 (이 부분이야말로 핵심으로 열에 아홉은 잘 안 되지만 어쩔 수 없다), 문제 해결 방법을 꾸준히 반복 연습하면 (누가 볼 때도 연습 안 볼 때도 연습 이거 참 이승엽 선수도 아니고..) 된다.
혹시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거부 당한 경험이 있다면, 열등감의 거의 모든 근원이 바로 그것이다. 자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부모가 온전히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면 세상 어느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 열등감은 이렇게 대물림의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젠가는 누군가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사람이 그냥 산다고 살아지는 게 아니었다니 참 나.. 어쨌든 나이가 들면서 연륜과 경력은 우상향을 그렸겠지만, 정작 안고 사는 나 자신의 열등감은 잘 모르고 살아 왔노라 과감히 고백한 당신, 축하 드립니다! 심리학자인 저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열등감에서 벗어 날 마음의 준비가 되신 겁니다.
[골프앤포스트=유선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