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종 엣지리뷰31] 침입자들
이제 막 상경한 듯, 주머니에 단돈 10만 원뿐인 초라한 행색의 사내가 강남 버스터미널에서 전화로 택배 일자리를 얻는다. 그가 맡게 된 택배 구역의 동네 이름을 따 행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통하게 된다. - 사실 이 바닥이 바닥까지 떨어진 사람들이 많이 오긴 하죠. - 바닥이 있다면 아직 진짜 바닥은 아닌 거죠. (16p) 택배기사를 구인하던 택배업체 사장 바나나 형님과의 첫 통화를 보면 그는 몸을 써서 살아가는 삶의 바닥까지 내려온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을 건사할 만한 능력과 생각을 지닌 그로서는 적어도 정신세계만큼은 아직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이 일에서 배운 게 있다면 버나드 쇼의 말이 맞다는 거다. 돼지와 뒹굴어서는 안된다는 것. 함께 더러워질 뿐이고 심지어 돼지가 그걸 좋아한다는 사실. (70p) 비 오는 날 배송 물품의 포장이 물에 젖었다며 안 받겠다고 갑질하는 옷가게 사장을 그는 이런 생각으로 바라본다. 갑과 을을 지나 병이 정을 하대하는 환경에서도 그는 스스로 돼지와 동급이 되기를 거부하는 장면에서 작품이 점점 흥미롭게 다가온다. - 하지만 감정노동에 대한 대가 따위는 없다. 이런 걸 착취라 하고, 눈 뜨고 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