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왜 우리를 아프게 하는가? 우리 주변의 산만함과 왜곡, 괴상한 색상과 소음 등이 우리 마음속 치유 작용을 자극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우리를 치유할 힘을 지니지 않았을까? ‘힐링 스페이스’의 저자는 자신의 질문에 놀랍도록 풍부한 몸과 마음, 인식과 장소의 관계에 관한 연구로 화답하고 있다. 저자는 감각과 감성, 면역체계 사이의 복잡한 작동 관계를 밝혀주는 발견물 속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그 첫 사례는 1980년대에 유려한 풍광을 갖춘 병원의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빨리 치유됨을 발견한 연구자의 이야기다. 어떻게 좋은 경관이 치유를 가속할까? 저자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디즈니 놀이공원, 프랭크 게리 센터, 미로 정원 등 감각의 신경생물학을 탐구하는 일련의 장소와 상황을 통해 주변 환경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유발 또는 감소시키고 불안을 유도하거나 평온을 심어주는가를 탐구한다. 물리적 공간이 인간을 치유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제시하며 저자는 앞날이 매우 밝은 신경건축학 분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도입부에서는 환경과 치유 사이의 연계성을 탐구하는 연구의 소개를 시작으로 감각의 작동방식과 신체 기관과의 상호작용을 알려주는 생리학적 용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가 스스로 제 살길을 도모하다. 지금보다 더 세상 물정에 어수룩하던 사회 초년생 시절, 제법 규모와 형식을 갖춘 직장인 영어공부 모임에서 결혼제도를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되었다. 만만치 않은 영어 구사력과 탄탄한 논거로 어쭙잖은 상대는 당차게 물리치는 모습의 한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던 중, 기회를 보아 차 한잔의 대화를 제안했더니 흔쾌히 수락한다. 결혼이란 개인의 선택이기는 하나 두 집안 간의 새로운 만남이니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필자의 의견과는 달리, 이 동년배 여성의 발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동네 가게에서 생필품을 사더라도 유통기한 제조원 영양성분표를 따져보기 마련인데 하물며 그토록 중차대한 인륜지대사를 결정하려면 상대와 동거 기간을 가져보고 난 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이 당찬 여대 졸업생의 주장을 딱히 반박하지 못하고 어물쩍 긍정으로 넘어가고 말았지만, 아무리 동시대를 살더라도 외형적 매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시대를 앞서가던 그의 생각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자신을 발견하였다. 20년도 더 지난 오늘날이야 동거 후 결혼이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추세이지만 당시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실크 스타킹을 가질 수 있었다. 자본주의는 가난한 여공도 그 스타킹을 신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대표적인 이론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대중의 삶을 향상하는 자본주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류 역사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가장 큰 번영을 이룬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인들은 황무지에서 40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부를 일궜다. 오늘날 미국은 자국 통화를 기준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국민의 생활 수준 역시 노르웨이, 카타르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각국에서 이민자들이 ‘기회의 땅’ 미국으로 몰려든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이처럼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번영을 이룬 요인은 무엇일까. 이 해묵은 질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과 이코노미스트 저널리스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가 쓴 이 책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에서는 ‘창조적 파괴’라는 답을 내놓았다. 창조적 파괴란 슘페터가 1940년대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생산성 향상 과정을 의미한다. 미국은 전통산업의 파괴가 창조의 대가임을 기꺼이 받아들였기 때
전 세계를 통틀어 전통 또는 풍습을 핑계로 지금까지 남자들은 숨 막히고, 제한적이며 파괴적인 ‘남자다움’ 연기에 몰입하도록 윗세대로부터 강요받아왔다. 남에게 나약한 모습과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여자처럼) 아파도 울면 안 된다. 남의 도움 얻을 생각 말고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해야 한다. 무엇을 하든 남들 앞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움직여라. 왜냐고? 너는 남자이니까. 호주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태어나 눈을 뜰 때부터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남자다워지려는 연기가 우리 주변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면서 ‘맨박스’로 명명한 남자다움의 신화를 풀어헤친다. 이 낯설고 끔찍한 시대에 남자다움에 대하여 수많은 글을 쓰며 자살 유행, 가정 폭력, 음란물과 여성 혐오뿐만 아니라 남성 간의 우정, 아버지 노릇 하기, 남성과 여성 간의 관계 맺기 등을 연구 조사하며 많은 세월을 보낸 그는, 이 과정에서 ‘남자다움’의 의미를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체 3부 11장으로 구성되었으며 1부는 남자다움을 배운 남자들, 즉 나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울면 안 되는 소년들, 과용 혹은 오용되는 음란물의 오해 및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을 다룬다. 각종 통계 자료
우리는 누구나 하루 24시간을 보내지만, 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물리적으로는 24시간이지만 누구나 똑같은 비중으로 살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다. 나의 선택으로 온전하게 보낼 수 있는, 나만을 위한 자유로운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진정한 자유란 내가 하고픈 일을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타인 혹은 타의에 의해 소모되지 않으며 자신의 능동적인 선택과 의지가 동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출퇴근, 학업, 업무, 가사노동 등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은 진정한 나의 시간으로 볼 수 없다. 나만의 시간, 얼마나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 가질 수 있는 걸까. “개인의 생활세계는 노동하지 않는 시간(여가, leisure)에 만들어진다.” - 한동우 교수 자신을 경제인, 가족 구성원, 임금노동자, 연구자, 귀차니스트라고 표현하는 저자는 우리가 소유물이라 생각했던 시간이 왜 온전히 소유될 수 없는지, 우리의 시간은 왜 공평하지 못한지, 왜 오늘을 위해 내일을 당겨 쓰게 되는지를 묻고 있다. 책은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의 차분하고 깊은 통찰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간명한 결론이 돋보인다.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태어나고 무공해 완전연소 소각로에서 생을 마감하는 현대인의 모습에서 보듯, 삶과 죽음조차 단 하루도 문명의 영향을 비켜 갈 수 없는 우리는 지금 첨단 기술의 발달로 삶과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된 포스트 휴먼(Post Human) 시대에 살고 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이 기술 발전의 끝은 어디까지이며 인류에게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크게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인간의 조건(1부), 기계와 인간이 서로 공존할 가능성(2부), 미디어와 인간 사이의 관계 재정립(3부)으로 범주를 나누고 각각 세 가지씩 흥미로운 질문과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죽음’도 기술로 차단할 수 있는가 ; 과학 기술이 인간의 죽음에 개입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그 변화의 의미 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한 존재인가 ; 인간만이 우월한 존재라는 고정관념 변화, 인간과 기계의 관계성 기술은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가 ; 인간과 기술의 균형적 관계 복원을 찾아가는 방법 힘든 노동은 기계가, 인간은 자유로운 여가를? ; 노동과 여가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 기술로 인간의 도덕성도 향상시킬
책 제목에 영감을 받아 초등학교 입학 직후 첫 지필고사부터 대졸자 선발시험에 이르기까지 과연 몇 번의 시험을 치렀을까 세어보려 시도했다가, 그만두었다. 그러고 보니 제도권 교육의 지필고사부터 온갖 학위, 자격, 공인 어학 능력, 대기업 입사는 물론 이민 가고 싶어도 시험을 보아야 하는 세상이다. 하기야 우리 인생 자체가 시험인데 따져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지금의 밥벌이조차도 연속된 시험을 거친 결과물이 아닌가. 사회학 박사와 심리학 박사가 힘을 합쳐 시험을 주제로 책을 썼다. 시험에 관한 기억을 돌이켜보니 씁쓸한 이유는 이 책의 부제에 표현된다. ‘불신과 불공정, 불평등이 낳은 슬픈 자화상’이란다. 그러면서 다시 질문을 던진다. 대체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크게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시험 공화국이 되었는지, 한국에서의 시험이 지니는 특수한 의미는 무엇인지를 찾아보고(1장), 불신과 불공정이 낳은 슬픈 자화상으로 그려지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상을 돌아보며(2장), 앞으로 변화가 예견되는 세상을 위해 시험에 매몰되지 않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3장). 저자는 우리나라 시험문화의 특징을 ‘고부담 시험(high-stake
‘경영학의 아인슈타인’이라고 알려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야심 찬 경영학 석사들에게 경영과 혁신 이론들을 적용하여 튼튼한 회사를 세우는 방법을 가르쳐왔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이러한 경영 모델들이 사람들의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되리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지난 2010년,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 종강일 연설에서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제시하며, 그의 기업 연구를 바탕으로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일련의 지침을 내놓았다. 당시 개인적으로 매우 강렬한 회상의 시기, 즉 그의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것과 똑같은 종류의 암을 막 극복해 낸 직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의미심장했을 뿐만 아니라 무척 기억할만한 연설이었다. 그가 질병과 싸우면서 던졌던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좀 더 절박하고 날카로워졌으며, 자신의 가족, 친구, 학생들과 함께 통찰력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이 선구자적인 책에서 클레이튼 교수는 일련의 질문들을 연달아 내어놓는다. 자신의 지나온 경력이 만족스러웠는지 어떻게 확신할까? 인간적인 유대관계가 지속적인 행복의 원천이 됨을 어떻게 확신할까? 나의 성실함을 훼손하지 않고 감옥에 가지 않을 수 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서두르는 법, 즉 조바심이라는 주제를 뇌 과학으로 풀어낸 책이다. 그간 접해왔던 뇌 과학 관련 분야 책들의 저자가 거의 다 의학자 또는 뇌 신경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다면, 특이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25년간의 기업 근무 이후 경제적 압박을 어렵사리 견디며 자신을 임상 시험의 대상으로 하여 독학하다시피 뇌 과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덕분에 내용은 알기 쉬운 서술문체로 술술 읽히며 분량과 비교하면 비교적 단시간 내에 독파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저자가 드러내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흑역사를 과감히 공개하여 나의 뇌를 보는 시간, 즉 조바심을 다스려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자 한 점은 극명한 사례 전달과 진정성 면에서 후한 점수를 쳐주고 싶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과 함께 체계적인 전개 방식으로 전체 8개의 장으로 구성되었고, 각 챕터의 하위제목만 읽어보아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일상을 위협하는 조바심을 정의하면서 간단한 조바심 테스트를 제공하고(1장), 정신적 장애로까지 발전되는 조바심이 삶에 미치는 (악)영향들을 살펴보며(2장), 조바심을 떨쳐버리기 위한 뇌 습관을 3단계로 제시하며(3장)
영어 원서를 번역할 때의 고민은 아마도 책 제목을 결정할때부터 시작되지 싶다. 초성, 중성, 종성을 모두 표기해야만 제대로 발음이 나는 한글 구조상 ‘부족’을 의미하는 원제 tribes의 음가를 ‘트라이브즈’ 라고 밖에는 표기하지 못하는 점이 그렇다. 실제로는 try, truck, train, tree, control의 용례처럼 특히 미국 영어에서 철자 t와 r이 겹치면 한국어 ‘츠’ 발음으로 변한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자면 ‘츠롸입스‘ 라고 발음해야 맞다. 모르기는 해도 출판사가 제목을 설정할 때 고민 좀 하셨겠다. 서평 서두부터 웬 발음표기로 딴지를 거는가 싶겠지만 오지랖 넓은 점은 그러려니 하고 널리 이해해 주시길. 각설하고, 이 책은 이미 2008년에 출간되어 TED에서 저자 강연 동영상도 돌아다니고 있으며 최근에야 한국어판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에 최신작도 아닌 데다 내용도 그리 충격적으로 새로울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작동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부족‘의 개념을 도입하고 이에 맞는 변화를 말하는 등 참신한 생각으로 저자 세스 고딘 스스로 자신의 저술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 책이라고 하였다.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