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자 서울 강남구 행정구역의 하나인 대치동은 2007년 여름, 유명 배우 하희라 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연상시킨다. 평일 밤 황금시간대 공중파에서 이전까지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 그것도 강남 8학군을 대놓고 다룬 작품이었다. 애초 16부작이었으나 담당 PD가 정작 교육 당사자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하였다 하여 2부를 추가한 18부작으로 막을 내렸다고 한다. 당시 경쟁작이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회 시청률은 17.5%를 기록했다. 코믹한 분위기면서도 학교와 교육 문제를 직설적으로 꽤 잘 다루었다는 평을 받았으며, 2019년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큰 인기를 끌면서 작품을 재조명받기도 하였다. 2008년 이후 학생들의 문해력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한 채 읽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거짓 뉴스가 난무하고 집단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사회적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사회에 더 높은 수준의 문해력과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쉽게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67쪽) 자녀의 교육과 진학을 위해 지방 소도시에서 강남으로 전입해온 주인
스토아학파라는 명칭의 어원은 큰 건물의 주랑 또는 회랑, 즉 기둥이 늘어선 사이의 복도를 뜻하며 강당이라는 의미도 있다. 강의가 이루어진 장소가 주로 강당의 기둥 사이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스토아학파 철학자로는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노예 출신의 에픽테투스, 로마 공화정의 의원이었던 세네카 등이 있다. 삶의 질은 생각의 질에 달려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흔히 우리는 많은 청소년이 어디로 이끌어가야 할 지 삶의 방향을 잃고, 감정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부당한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건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나이가 들었어도 문제의 범주는 여전한 것 같다. 나이 듦과 지혜로움이 늘 비례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몇십 년 걸리는 사람도 있고, 죽을 때까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일찍 깨달을수록 인생이 행복하다는 점만큼은 절대적으로 맞는 얘기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면서 좋은 삶을 사는 기술이다. - 에픽테토스 무지갯빛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개인의 욕망을 실현할 방법을 알려주겠노라 약속하기 바쁜 값싼 인생 제안서와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시대에, 자기 절제와 간헐적 결핍
2020년 갑작스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 삶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요식업과 여행, 관광산업을 비롯하여 특히 사람이 군집을 이뤄야 하는 모든 종류의 업종이 타격을 입었고, 소비 활동이 줄어들면서 생산을 멈춘 제조사들의 매출이 폭락하는 등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위기를 맞는 것을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 부른다. 이와 비슷한 경제 용어로 최근 그린 스완(green swan)이 등장했다. 지속가능성의 대부라는 별명을 지닌 이 책의 작가는 지금까지 관련 분야에서 20권의 책을 썼으며, 지난 30년간 기업 책임 운동의 핵심으로 묘사된다. 그의 최신 저서인 이 책은 앞으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자본주의의 변화를 모색한다. 그는 문제와 해결책을 검정, 회색, 녹색 3개의 색상으로 분류하고 식별한다. ‘블랙스완’ 용어는 미국 뉴욕대 교수 나심 탈레브가 2007년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일찍이 찾아볼 수 없던 검은 백조가 호수에 나타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것처럼 경제 영역에서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 일어나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의미로 사
수능 시험장의 하나로 아무런 대과 없이 엊그제 막 대입 수능을 치렀다. 순조롭게 별 탈 없이 지나가야 본전이다. 이 본전을 위해 온 학교 교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느라 분주했다. 행사가 깔끔하게 잘 마무리되었다며 교육청에서 반색했다고 한다. 매년 이렇게 홍역을 한 차례씩 거치면서도 치를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마치 오래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정리하듯 학교는 1년 단위로 모든 과정이 포맷되므로 최근 몇 년 전의 일도 굉장히 오래된 일로 느껴진다. 수능 당일 수험생들에게는 수험 환경이 매우 중요할 텐데 아마도 책걸상은 거의 절대적일 것이다. 늘 수험 장소로 쓰이기도 하지만, 현재 3학년을 제외한 두 개 학년은 불과 3년 전부터 새로 도입한 책걸상을 쓰고 있다. 이 제품은 부품의 상당 부분에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어 가벼운 데다 책상다리 앞쪽에는 바퀴가 달려있어 이동하기 쉽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 책상을 접어서 보관할 수도 있다. 과거 제품의 결정을 앞두고 모둠 활동에 최적화되었다는 장점을 이유로 모든 학년 부장과 일부 교사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교장은 결재자 권한으로 밀어붙여 이 제품을 선택하였다. 사실 고등학생들에게 매시간 모둠 활동이 필요
1386년 12월 29일, 중무장한 채 말에 올라탄 두 기사가 파리 수도원 바깥의 결투장에서 마주 보고 있다. 이들은 각자가 주장하는 명분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울 참이다. 재판장인 찰스 6세와 다른 왕궁 신하들을 포함한 열렬한 관중들이 희대의 구경거리를 지켜보고 있다. 고소인은 장 드 카루주(Jean de Carouges)로, 대대로 저명한 노르만 가문 출신의 기사였다. 피고인은 지체는 낮아도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인물인 자크 르그리(Jacques Le Gris)로, 카루즈의 아내 마르그리트(Marguerite)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구도 자체는 매우 간단해서 ‘파경으로 치닫는 두 절친의 우정’이라는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겠다. 르그리가 뛰어난 수완으로 카루주보다 훨씬 더 빨리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재산을 불렸던 반면, 카루주는 자신의 부를 증식하려 애썼음에도 실패를 맛보게 된다. 이들 사이의 갈등은 점점 커지고 카루즈의 아내가 르그리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고발할 때까지 그들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는다. 결국, 이들은 결투로 이어지는 모든 법적 조처를 강구하기
서평에 앞서, 먼저 이 땅의 수많은 이명 증상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이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함께하는 심정임을 밝힌다. 필자는 2019년 연말쯤부터 귀에서 매미가 우는 듯한 고음의 금속성 ‘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활동하던 드럼 동호회에서 송년 모임으로 7080 카페를 찾았는데, 마침 빈자리가 없어 대형 스피커 앞자리에 앉아야 했다. 평소 마이크를 붙잡고 악쓰는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그곳은 그런 사람들로 넘쳐났다. 바로 뒤편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고막을 테러하는 순간, 이명의 스위치가 켜지더니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증상의 여파로 다른 사람들의 발음이 자주 헷갈리게 들려서 의사소통이 불편해지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무엇보다 하루에도 두세 차례 코까지 골며 잠시 눈을 붙여야 할 만큼 신체의 피로도가 급증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순간만큼은 이 증상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좀 무모한 일도 시도하였다. 그렇게 해서 이룬 업적(?)이 바로 연간 100편의 서평 쓰기였다. 최근에는 고음만 들리던 증상에 이어 저음의 울림까지 추가되어 고맙게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새로이 들리기 시작했다. 귀에서 딸랑거리는
이 책은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다마지오가 의식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 출발한 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 것이다. 그는 인간의 의식이란 유기체의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조건인 항상성을 보장하기 위해 진화한, 일련의 발달에 기초한다고 말한다. 항상성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처럼 가장 단순한 생명체에도 적용되며, 의식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이 약간 생소하고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데카르트의 오류’, ‘스피노자의 뇌’, ‘사물의 이상한 순서’ 등 그의 전작들을 마저 읽어본다면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책이 그의 전작들에서 이미 언급된 것들의 요약에 가깝고 내용이 덜 상세하며 제공되는 정보와 사례도 적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느낌은 마음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 그 마음이 속한 유기체 내부의 생명 상태를 알려준다. 또한 느낌은 그 마음이 느낌의 메시지에 담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신호에 따라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느낌의 기능. 119쪽)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인간의 마음을 일컫는 다른 이름, 즉 ‘의식’과 그 진화이다. 그는 개미와 벌에게 일종의 의식을 부여하고, ‘비인간을 멸
이 책은 주로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열두 명의 생명과학 전문가들이 2008년 12월 ‘탐독사행’이라는 책 읽는 모임을 결성하고, 도서의 특정 분야나 주도적인 진행자 없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각자 읽은 책의 서평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서평 대상은 참가자들이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읽기를 미루었던 일반 교양부터 인문, 사회, 경제, 역사, 예술,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특히 전공 이외의 분야임이 강조되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더 넓고 깊은 사유를 위한 전공 외 독서’에서 비롯된 열두 저자의 다양한 시각과 문체에 있다. 이 12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연의 일치랄까 예수와 최후의 만찬을 함께 했던 그의 제자들처럼 이 책의 저자들 역시 사제관계가 대부분이고, 탐독사행 모임 역시 사제관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전체 3장으로 구성되었으며 1장은 일상과 철학 사이, 2장은 내 마음의 온도, 3장은 더 나은 배움을 위한다는 주제로 서평이 4개씩 엮여있다. 심오한 철학과 역사부터 다채로운 신변잡기에 이르기까지 소재가 다양하여 읽는 재미가 찰지다. 박사 학위를 기본으로 하는 독서 모임
신성한 소(Sacred Cow) (특히 부당하게) 그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생각, 관습, 제도 -옥스퍼드 영어사전 우리나라는 최근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하여 유례없이 단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국가로서의 자부심을 맛보고 있다. 초근목피와 수돗물로 배를 채우던 조부모 세대와는 딴판으로 선진국 수준에 어울리는 육류 소비량 덕택에 젊은 세대의 신장과 체격은 확실히 좋아졌다. 배고프던 과거와는 달리 육식 소비량이 너무 많으니 줄여야 한다, 또는 육식을 끊고 완전한 채식을 해야 건강하다는 둥 요즘은 잘 먹는 것보다 살찌기 쉬운 음식을 먹지 않고 버티기가 더 어려운 지경이다. 이제는 육식에 대한 영양, 환경 그리고 윤리적 차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요구받기에 이르렀다. 끼니 대신 과체중을 걱정하는 데 불과 70년 사이라니, 이만한 격세지감도 없지 싶다. 영양학자이자 저자인 다이애나 로저스는 유기농 채소 농장에서 가축을 키우고 있으며, 공저자인 롭 울프는 베스트셀러 ‘The Paleo Solution’의 작가이다. 전체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육식, 특히 소고기 문제에 대한 영양, 환경, 윤리의 세 가지 쟁점을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 4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
본래 식단을 가리키는 용어 다이어트가 체중감량의 다른 말로 쓰이는 요즘, 저탄고지 식단, 간헐적 금식 등의 용어는 낯설지 않다. 세균과 병균, 바이러스 등 세포생물학 분야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오토파지라는 개념 역시 널리 알려졌다. 몸에 좋다면 뭐든지 삽시간에 유행하듯 ’오토파지‘를 상업화한 먹거리가 곳곳에 넘쳐나고 있어 무슨 먹거리 종류로 오해할 지경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굶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서 걱정이라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 아닐 수 없다. 오토파지는 ’스스로‘를 뜻하는 auto와 ’먹는다‘를 뜻하는 phagy의 합성어로 자신을 먹는 ’자가포식‘을 의미한다. 세포 내의 쓸모없는 부산물이나 손상된 단백질이 봉투처럼 생긴 세포막에 둘러싸인 후(오토파고좀), 세포 분해효소인 리소좀과 결합하여 내용물을 분해하고 아미노산으로 바꾼 후 세포 내 다른 기관의 형성에 재활용하는 과정으로, 말하자면 쓸모가 없어진 단백질의 리모델링을 위한 분해 과정이다. 인체를 가옥에 비유하자면, 오래된 집이 침수, 정전, 곰팡이 번식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 뼈대는 그대로 둔 채 내부수리를 거쳐 다시 새집처럼 고쳐 쓰는 것과 같다. 또는 구매한 새차가 중고차가 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