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근로자추정제 시행을 앞두고 골프장과 캐디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캐디를 어떻게 대우하고 어떤 고용 구조를 택하느냐가 골프장의 향후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자추정제, 캐디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나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근로자추정제는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일단 근로자로 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플랫폼 노동자,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등 그동안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로 분류되던 노무제공자들이 대표적인 대상이다. 분쟁이 발생하면,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업주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다.
골프장 캐디는 이미 산재·고용보험의 당연가입자가 되었고, 국민연금·건강보험에서도 직장가입자로 전환하는 법안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5월 시행 예정인 근로자추정제는 이런 흐름 위에서 캐디의 법적 지위를 한층 더 ‘근로자’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장치로 평가된다.
캐디를 둘러싼 법적 판단과 제도 변화
골프장 캐디의 근로자 여부는 오래전부터 논쟁거리였다. 내장객으로부터 직접 봉사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사업소득자로 취급해 온 관행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골프장이 출퇴근 시간과 근무표를 관리하고, 복장·서비스 규율을 정하며, 클레임 처리와 징계를 주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이런 요소를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 일부 사건에서 캐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 판정도 내린 바 있다.
한편, 고용보험·산재보험에서는 2022년부터 캐디를 노무제공자(특고)로 당연가입시키고, 보험료를 캐디와 골프장이 절반씩 부담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2025년 7월에는 캐디의 필요경비 공제율이 16%에서 20.8%로 올라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보수가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보험료 부담은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향후 캐디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에는 4대 보험과 퇴직금, 연장·야간·휴일수당, 해고 제한 등 보다 광범위한 의무가 골프장에 부과될 수 있다.
골프장이 마주한 선택, ‘근로자화’와 ‘위탁 구조 유지’ 사이
근로자추정제 시행을 앞두고 골프장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캐디를 사실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정식 근로계약을 통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길이다. 이미 출퇴근·근무표·지휘감독이 강하게 이루어지는 골프장은 오히려 이 방향이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임금체계와 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부담이 늘지만, 인력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 관리, 교육 시스템 구축에는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번째 길은 ‘위탁·프리랜서 구조’를 유지하되, 실제 운영 방식도 그에 맞게 정비하는 것이다.
근무일·시간을 캐디의 자율 신청·배정 방식으로 바꾸고, 생활규율표와 벌점·징계 등 사실상 인사권에 해당하는 장치를 줄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위탁계약서에 타 골프장 근무 허용, 봉사료 중심의 수입 구조 등을 명확히 규정해 전속성·종속성을 완화해야 근로자추정에 맞설 논리를 확보할 수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골프장은 현재의 캐디 운영 실태를 면밀히 진단하고, 계약서·근무표·규정·교육 방식 등 인사·노무 문서를 최신 기준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비용 부담과 골프장 경영, 어디로 가나
캐디의 지위가 근로자에 가까워질수록 골프장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캐디를 직장가입자로 전환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사업주와 50%씩 분담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금개혁으로 올라가는 보험료율까지 감안하면 골프장 입장에서는 연간 수억원대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비용이 결국 캐디피 인상과 그린피 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캐디를 ‘불안정한 특고’가 아니라 ‘전문직 근로자’로 인정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교육과 적정 임금 체계를 도입하면 장기적으로는 재교육 비용 절감, 서비스 표준화, 인력 공급 안정화라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캐디가 복지와 안정성을 갖춘 전문직으로 자리 잡을수록, 캐디 부족과 서비스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근로자냐 특고냐”를 넘어, 준비된 골프장만이 살아남는다
근로자추정제를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은 극명히 갈린다. 노동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870만 명에게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장치라며 환영하는 반면, 소상공인과 중소 사업자들은 “모든 프리랜서를 잠재적 근로자로 보는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골프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캐디를 근로자로 인정할 경우 4대 보험과 인건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만큼, 제도 도입이 경영 압박과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 변화의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캐디의 인권과 복지, 직무 표준화를 강화하고, 불명확했던 법적 지위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산재·고용보험, 필요경비 공제율 조정, 실업급여 제도 개편 등에서 구체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근로자냐 특고냐”라는 이분법을 넘어, 골프장이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그에 맞는 계약 구조와 운영 시스템을 미리 갖춰야 하는 이유다.
결국 5월 이후의 질문은 “캐디가 근로자인가”가 아니라 “변화했을 때 우리 골프장은 준비되어 있는가”가 될 것이다. 근로자추정제를 부담만으로 볼 것인지, 골프장의 구조를 정비하고 캐디 직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각 골프장 경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