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우리는 캐디가 거리목을 뽑아주는 '센스'가 무벌타로 인정받는 상황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땅에 박혀 있고, 똑같이 내 스윙에 방해가 되는데 손을 대는 순간 '2벌타'라는 폭탄으로 돌아오는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코스의 경계를 표시하는 'OB(Out of Bounds) 말뚝'입니다.
"똑같은 막대기인데 왜 안 되나요?"
골프 규칙은 코스 위의 물체들을 엄격하게 분류합니다.
- 거리목: 플레이를 돕는 장치인 '장애물(Obstruction)'
- OB 말뚝: 코스의 한계를 정하는 '경계물(Boundary Object)'
가장 큰 차이는 '골프코스 위에서의 신분'입니다. 규칙 8.1에 따르면, OB 말뚝이나 울타리 같은 경계물은 '고정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비록 손으로 살짝 당겼을 때 쑥 빠질 정도로 헐겁게 박혀 있더라도, 규칙상으로는 그 자리에 영원히 박혀 있는 벽과 같다고 보는 것입니다.
캐디의 친절이 부른 '2벌타'의 비극
실제 라운드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공이 OB 라인 근처에 멈췄는데, 하필이면 흰색 말뚝이 백스윙 궤도에 걸립니다. 선수가 곤란해하자 캐디가 "이거 잠깐 뽑아둘게요"라며 말뚝을 제거합니다.
이 순간, 플레이어는 '일반 페널티(2벌타)'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규칙 8.1a(1)은 '고정된 경계물을 옮기거나 구부려 코스 상태를 개선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샷을 마친 뒤 다시 제자리에 꽂아두더라도, 이미 '상태를 개선'한 시점에서 벌타는 성립됩니다.
말뚝의 '색깔'에 따라 달라지는 운명
골퍼들을 가장 헷갈리게 하는 것은 말뚝의 색깔입니다.
| 말뚝 색깔 | 의미 | 신분 | 제거 가능 여부 |
| 흰색 (White) | OB 구역 표시 | 경계물 | 절대 불가 (2벌타) |
| 빨간색/노란색 | 페널티 구역 표시 |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 | 가능 (무벌타) |
| 파란색 | 수리지 (GUR) 표시 |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 | 가능 (무벌타) |
빨간색이나 노란색 말뚝은 경기 진행을 돕는 '장애물'로 분류되어 뽑아도 무방하지만, 흰색 말뚝만큼은 '성역'으로 취급해야 합니다.
이미 뽑았다면? '면죄부'는 딱 한 번
만약 캐디나 본인이 실수로 OB 말뚝을 뽑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행히 '취소할 기회'는 있습니다.
스트로크를 하기 전, 즉 골프클럽을 휘두르기 전에 뽑았던 말뚝을 원래 있던 구멍에 정확히 다시 꽂아 넣으면 페널티를 면할 수 있습니다(규칙 8.1c).
"아차!" 하는 순간 바로 복구한다면 불행 중 다행으로 타수를 지킬 수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말뚝을 뽑아둔 채로 샷을 해버렸다면, 그 홀의 스코어카드에는 이미 2타가 추가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결론: "흰색은 구경만 하세요"
골프에서 흰색은 '금기'의 색입니다. 공이 흰 선을 넘어가도 안 되지만, 흰색 말뚝을 내 마음대로 옮겨서도 안 됩니다. 내 스윙에 방해가 된다면 말뚝을 뽑을 것이 아니라, 그 불리한 상황을 인정하고 기술적으로 극복하거나 레이업을 선택하는 것이 골프의 정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