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디가 없었다면 골프는 그저 산책에 불과했을 것이다."
By 잭 니클라우스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잭 니클라우스의 이 말은, 캐디가 직업이 가진 전문성과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류스에서 시작된 캐디의 역사는, 골프와 함께 진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캐디(Caddie)라는 용어는 프랑스어 '카데(Cadet)'에서 유래했다. 원래 '견습생' 또는 '보조원'을 의미했던 이 말은, 1800년대 초 영국 왕실에서 골프 클럽을 운반하던 보조원들을 지칭하며 오늘날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동아시아에서는 1903년 일본 고베 골프클럽의 개장으로 캐디 문화가 시작되었고, 한국은 1929년 경성골프구락부(현 서울컨트리클럽)에서 처음 캐디가 등장했다.
현대의 프로 투어에서 캐디는 '전략적 파트너'로 진화했다.
타이거 우즈와 20년간 함께한 스티브 윌리엄스는 뉴질랜드 최고 수입의 스포츠인으로 기록되었으며, 필 미켈슨과 25년을 함께한 짐 '본즈' 맥케이는 프로 골퍼로 전향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이들의 연봉은 선수 상금의 5-10% 수준으로, 성공적인 파트너십은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한다.
현대 캐디의 업무 영역은 크게 확장되었다.
GPS와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고, 그린북으로 퍼팅 라인을 분서하며,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바람과 습도가 샷에 미치는 영향까지 계산한다. 특히 프로 투어의 캐디는 선수의 심리 관리자이자 전략 조언자로서, 경기 전 코스 답사부터 샷 선택까지 전방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의 캐디 제도는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
대부분의 캐디가 프리랜서 신분으로,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2019년 대법원은 캐디를 골프장의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아직도 많은 골프장에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상항이다.
디지털 전환시대, 캐디의 미래도 변화하고 있다.
AI기반의 캐디 앱이 등장하고, 무인 카트가 도입되면서 전통적인 캐디의 역할이 도전받고 있다. 그러나 프로 골프계에서는 여전히 인간 캐디의 경험과 직관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2019년 PGA 투어의 조사에 따르면, 상위 50위 선수들 중 98%가 전담 캐디와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교육 제도의 변화다.
한국의 경우 대학의 골프학과나 전문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인 캐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 PGA는 2018년부터 공인 캐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캐디가 단순 서비스직에서 전문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골프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캐디의 역할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골프장 수는 500개를 넘어섰고, 이에 따른 전문 캐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골프장을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춘 남녀 캐디의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린 위의 조력자에서 시작해 전문 직업인으로 진화한 캐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들의 역할은 또 다시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골프의 본질이 인간의 도전과 극복에 있는 한, 캐디라는 직업의 기본 가치는 계속될 것이다.
"The caddie is part of the game's great tradition" (캐디는 골프의 위대한 전통의 일부다)
by 피터 코스티스(PGA 투어 회장)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저자
로펌 머스트노우(Mustknow) 대표변호사
변호사 업무 외에 협상, 인문학 컬럼 작성과 강의를 하며, 팟 캐스트 '조우성변호사의 인생내공', '고전탑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