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원익청(香遠益淸), '향기가 멀리까지 퍼지면서 맑기까지 하다'라는 뜻으로, 중국 송나라의 유교 사상가인 주돈이(周敦頤)가 지은 애련설(愛蓮說: 연꽃을 사랑하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주돈이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자(周子)가 바로 주돈이다. 주돈이는 성리학의 기초를 닦았다고 해서 그를 존칭으로 주자라고 부른다. 송나라 유학의 형이상학적 사유는 주돈이에 의하여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주돈이의 애련설 내용 중에 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좋아했고(晉陶淵明獨愛菊), 이연의 당나라 이래로는 세상 사람들이 모란을 매우 사랑했지만(自李唐來世人甚愛牡丹), 나는 홀로 연꽃을 좋아한다(여독애련 予獨愛蓮)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연꽃은 진흑속에서 나오지만 더럽게 물들지 않고(지출어니이불염 之出淤泥而不染) 맑은 잔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으며(탁청연이불요 濯淸漣而不夭) 속은 비었음에도 밖은 똑 바로 곧고(중통외직 中通外直) 이리저리 덩굴지지 않고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며(불만부지 不蔓不枝) 연꽃의 향기는 멀리까지 퍼지면서 맑기까지 하며(향원익청 香遠益淸) 고고하게 우뚝 솟아 맑게 심어져 있어(정정정식 亭亭淨植) 멀리서 볼 수는 있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오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돌아보면 우리 인류는 항상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왔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 제조업자들이 앞다투어 기계를 도입해 대량생산을 시작하자, 자동화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운 사람들이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 미국 뉴욕의 거리를 메우고 다니던 마차와 말들은 대량생산된 포드 차량으로 대체되었다. 신기술로 인해 또 다른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번엔 다르다면서 곧 큰 재앙이 도래할 것처럼 우려한다. 최근 IT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인공 지능이라는 신기술은 인류의 새로운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과연 우리 인간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체계적으로 분석하면서, 먼저 그간 인간의 노동이 기계의 자동화에 잠식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노동에 대한 수요는 계속 존재하였고 왜 일자리 부족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한다. 자동화의 초창기에는 인간이 밀려나지만 다른 영역에서 보완 작용이 일어나 걱정과는 다르게 노동의 수요가 증가하였
呑舟之魚不流支流 (탄주지어불유지류) 큰 물고기는 작은 지류에서 헤엄치지 않고 鴻鵠高飛不集汚池 (홍곡고비부집오지) 높이 나는 새는 시궁창에 운집하지 않는다.
1853년 미국 해군 증기선 함대가 도쿄 근해에 나타나면서 일본의 모든 것이 변했다. 대외적으로는 동아시아의 최강대국 청나라가 아편전쟁 이후 내부분열로 흔들리고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자 에도 막부는 혹시 있을지 모를 서구의 침략에 긴장한 상태였다. 미국의 요구사항은 ‘미일수호통상조약’으로 침략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개항 약속이나 외국인 신분 보장 등 민감한 사안이 대두되었다. 에도 막부는 서양과 통상조약을 맺으려 했다. 막부가 외교문서를 작성하는 실무진이라면 최종 결정은 천황의 몫이었기 때문에 막부는 교토 황궁의 재가를 기다렸다. 그런데 당시 고메이 천황이 서구인이 싫다며 수결을 미뤘고 천황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막부는 천황을 제치고 조약에 서명하고 만다. 미군 함대는 속절없이 돌아가고 일본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외적을 막아야 할 막부가 굴욕 외교를 했다며 강경파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막부의 신분제에 복종하던 하급 무사들에게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궁핍이 극에 달하자 울분에 찬 탈번이 잇달았다. 오랜 세월 전쟁 없이 평화롭던 일본 열도에 닥친 외세 침략의 공포감은 특히 급격한 사회변화로 손해를 보게 된 사무라이들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생년불만백(生年不滿百) 작가미상(作家未詳) 생년불만백 상회천세우(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백년도 못사는 인생 늘 천년의 근심을 품고 산다 주단고야장 하불병촉유(晝短苦夜長 何不秉燭遊) 낮은 짧고 밤은 길어 괴로운데 어찌 촛불을 밝히고 놀지 않겠는가? 위락당급시 하능대내자(爲樂當及時 何能待來玆( 즐기는 것도 마땅히 때에 이르러 행하여야 하니 어찌 능히 내년을 기다리겠는가? 우자애석비 단위후세치(愚者愛惜費 但爲後世嗤) 어리석은 사람은 비용을 아끼지만 한갓 후세의 비웃음거리만 될 뿐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마라, 일본놈 잊지 말고 되놈(중국) 되(다시) 나온다, 조선사람, 조심하자’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나라 해방 이후 혼란하던 정국에 유행했다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나라 이름에 자연스레 이어지는 동사와 두운(頭韻)이 기막히게 어울린다. 가사의 핵심은 결국 외세의 위협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립 자강을 이루자는 데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이 와중에도 계란판 원자재 생산으로 국내 판매 부수 1위라는 모 신문사의 기사에서는 쉼표 하나를 없애 ‘조선사람들이여, 그러니 이제 조심합시다.’라는 의미를 마치 제삼자가 말하는 양 ‘조선사람을 경계하자’로 오도하고 있다. ‘일본놈 일어난다’라고 가사를 고치는 참으로 꼼꼼하고 정갈한 수법으로 이웃 섬나라의 대변지 역할에 충실하니 그들의 눈물이 나는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각설하고, 어릴 적 세계에 우리나라를 둘러싼 여러 이웃 국가들이 있으며 좋든 싫든 그들로부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된 이래로 우리는 왜 늘 ‘선진국’ 따라잡기와 흉내 내기에 바빴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세계 음악계를 주도하는 BTS와 수준급 코로나 방역 덕택에 우리가 바로
누구나 인간은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죽습니다. 공수래 공수거는 인생의 덧없음을 빈손으로 표현한 것으로 살면서 아무리 많은 재산을 모아도, 권력의 정점에 앉았어도 결국 떠날 때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채 죽기 때문에 너무 힘들고 어렵게 살지 말고 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김연자씨가 부른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Amor Fati는 라틴어로 영어로 "love of fate", 우리 말로 하면, "운명을 사랑하라"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아모르 파티는 위대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영원한 회귀(eternal recurrence)"의 결론인 동시에 프랑스 철학자 알버트 까뮤 그의 엣세이 "시지프스의 신화(The myth of Sisyphus)"에도 니체와 비슷한 생각을 말했습니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그리스의 스토어학파가 말한 "있는 그대로의 삶이 삶의 이상"이라는 표현이 아모르 파티와 맞닺아 있습니다. 다시 김연자씨의 아모르 파티로 돌아와서 그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공수래 공수거를 가장 잘 설명한 구절입니다. 오
1. 구직의 추억 1990년대 유명 일간지에 실리던 구인광고는 대개 구직자에게 ‘이사주 지참 내사요’를 요구했다. 구직자가 이력서와 사진, 주민등록증을 지참하고 업체로 가서 면접을 보곤 했다. 지명도와 규모를 갖춘 대기업은 별도의 입사 시험을 통해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하였고, 당해연도 주요 대기업의 선발 인원수가 주요 뉴스로 보도되었다. 당시는 대졸자에게 취업이 거의 보장되던 산업화 시대의 끝물이었고, 유명한 모 기업에서는 인사 담당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면접 장소에 역술인이 주요 패널로 활약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잘 버티고 오래도록 살아남는 건 입사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요즘은 고용인이 근로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부당한 업무나 처우에 항의는커녕 합리적인 의심과 질문조차 허용되지 않던 분위기였는, 정도의 차이일 뿐 아직도 퇴사 의사 따위는 종종 상사에게 개기는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는구나 싶다. 2. 저자 박소연은 누구? 2018년 <지필문학> 신인문학상과 함께 등단한 저자는 국무총리상을 받을 만큼 똑소리 나는 회사형 인간이었다가, <일 잘하는 사람은 단
'토사구팽'은 중국을 통일한 유방이 전쟁 영웅 한신을 잡아 들이자, 한신이 한탄하면서 아래와 같은 말을 했기 때문에 '토사구팽'이 한신으로부터 유래했다고 알기 쉽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신보다 더 이전 세대 사람이었던 춘추시대 월나라의 군사 범려의 말에서 유래했다. 오나라를 평정한 월나라 왕인 구천은 평소 모든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신하인 구천이 전쟁이 끝난 후 범려를 포함한 전쟁공신을 죽일 것을 미리 예측한 범려가 관직에서 물러나고자 권한 것에서 나온 말이다. 교토사양구팽(狡兎死良狗烹) 교활(狡猾)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좋은 사냥개도 삶아 먹고, 비조진양궁장(⾶⿃盡良⼸藏) 하늘을 나는 새를 다 잡고 나니 좋은 활도 구석에 처박히며, 적국파모신망(敵國破謀⾂亡) 적국(敵國)을 깨고 나면 지혜(智慧)로운 신하(⾂下)가 죽는다더니 천하이정 아고팽망(天下已定 我固當烹) 천하(天下)가 평정(平定)되고 나니 나도 마땅히 삶아지는구나.
“네 말은 왜 늘 부정적인 거냐?” 20년쯤 전 일이다. 업무차 멀리 미국에서 건너온 협력사의 엔지니어가 필자에게 건넨 말이었다. 거의 반년 정도 매일 이른 아침 호텔에서 차에 태워 종일 현장 일을 같이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차 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나이 터울도 많지 않은 그와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친구의 입에서 필자의 부정적 언사가 너무 많다는 말을 듣고 뭔가 아차 싶었다. 세상에, 내 말이 그렇게 부정적이었다고? 이 책을 받아 든 바로 그날도 필자는 사소한 일로 배우자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던지듯 내뱉는 말투로 당신은 이런저런 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존중받기를 바라는 바보짓을 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이 헛똑똑이는 안타깝게도 아내와의 말싸움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말은 곧 생각의 표현이라 했는데,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말투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가 엉망이 되고 이를 재건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어설픈 표현력 그리고 때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