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唯知足(오유지족)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신에 대해 만족하라.
논어에 나온 말입니다. 공자가 말하길, 君子和而不同(군자화이부동)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小人同而不和(소인동이불화) 소인은 부화뇌동하되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수능 시험장의 하나로 아무런 대과 없이 엊그제 막 대입 수능을 치렀다. 순조롭게 별 탈 없이 지나가야 본전이다. 이 본전을 위해 온 학교 교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느라 분주했다. 행사가 깔끔하게 잘 마무리되었다며 교육청에서 반색했다고 한다. 매년 이렇게 홍역을 한 차례씩 거치면서도 치를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마치 오래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정리하듯 학교는 1년 단위로 모든 과정이 포맷되므로 최근 몇 년 전의 일도 굉장히 오래된 일로 느껴진다. 수능 당일 수험생들에게는 수험 환경이 매우 중요할 텐데 아마도 책걸상은 거의 절대적일 것이다. 늘 수험 장소로 쓰이기도 하지만, 현재 3학년을 제외한 두 개 학년은 불과 3년 전부터 새로 도입한 책걸상을 쓰고 있다. 이 제품은 부품의 상당 부분에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어 가벼운 데다 책상다리 앞쪽에는 바퀴가 달려있어 이동하기 쉽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 책상을 접어서 보관할 수도 있다. 과거 제품의 결정을 앞두고 모둠 활동에 최적화되었다는 장점을 이유로 모든 학년 부장과 일부 교사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교장은 결재자 권한으로 밀어붙여 이 제품을 선택하였다. 사실 고등학생들에게 매시간 모둠 활동이 필요
1386년 12월 29일, 중무장한 채 말에 올라탄 두 기사가 파리 수도원 바깥의 결투장에서 마주 보고 있다. 이들은 각자가 주장하는 명분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울 참이다. 재판장인 찰스 6세와 다른 왕궁 신하들을 포함한 열렬한 관중들이 희대의 구경거리를 지켜보고 있다. 고소인은 장 드 카루주(Jean de Carouges)로, 대대로 저명한 노르만 가문 출신의 기사였다. 피고인은 지체는 낮아도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인물인 자크 르그리(Jacques Le Gris)로, 카루즈의 아내 마르그리트(Marguerite)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구도 자체는 매우 간단해서 ‘파경으로 치닫는 두 절친의 우정’이라는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겠다. 르그리가 뛰어난 수완으로 카루주보다 훨씬 더 빨리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재산을 불렸던 반면, 카루주는 자신의 부를 증식하려 애썼음에도 실패를 맛보게 된다. 이들 사이의 갈등은 점점 커지고 카루즈의 아내가 르그리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고발할 때까지 그들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는다. 결국, 이들은 결투로 이어지는 모든 법적 조처를 강구하기
노자 誠者 天之道也(성자 천지도야) 참됨은 하늘의 도이고 誠之者 ⼈之道也 (성지자 인지도야) 참되고자 함은 사람의 도이다
사마천의 사기 중 이사열전에 유래한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泰山不讓土壤(태산불양토양) 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 '큰 산은 작은 흙덩이를 사양하지 않아서 거대함을 이루었고, 바다와 넓은 강은 가는 물줄기를 가리지 않아서 깊음을 이루었다'는 뜻입니다. 진시황 시절에 다른 나라 출신 관료들이 출세를 하자, 다른 나라 출신들을 국외로 추방하자는 여론이 들끓게 되었습니다. 이 때 초나라 출신 이사가 진나라 출신만을 우대한다면 인재를 얻지 못하고 천하통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른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렸습니다. 본래의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泰山不讓土壤能成其高(태산불양토양능성기고) 태산은 작은 토양도 사양하지 않고, 능히 그 높이를 이루고 河海不擇細流能就其深(하해불택세류능취기심) 하해는 실개천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 능히 그 깊음을 이룬다
서평에 앞서, 먼저 이 땅의 수많은 이명 증상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이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함께하는 심정임을 밝힌다. 필자는 2019년 연말쯤부터 귀에서 매미가 우는 듯한 고음의 금속성 ‘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활동하던 드럼 동호회에서 송년 모임으로 7080 카페를 찾았는데, 마침 빈자리가 없어 대형 스피커 앞자리에 앉아야 했다. 평소 마이크를 붙잡고 악쓰는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그곳은 그런 사람들로 넘쳐났다. 바로 뒤편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고막을 테러하는 순간, 이명의 스위치가 켜지더니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증상의 여파로 다른 사람들의 발음이 자주 헷갈리게 들려서 의사소통이 불편해지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무엇보다 하루에도 두세 차례 코까지 골며 잠시 눈을 붙여야 할 만큼 신체의 피로도가 급증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순간만큼은 이 증상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좀 무모한 일도 시도하였다. 그렇게 해서 이룬 업적(?)이 바로 연간 100편의 서평 쓰기였다. 최근에는 고음만 들리던 증상에 이어 저음의 울림까지 추가되어 고맙게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새로이 들리기 시작했다. 귀에서 딸랑거리는
중국 송나라 시절, 야부도천(冶父道川, '야보도천'이라고도 함) 선사가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 중에서 나온 말이다. 竹影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 대나무 그림자가 계단을 쓸어도 티끌이 일어 나지 않고 月輪穿沼水無痕(월륜천소수무흔) 휘영천 둥근 달이 연못을 파도 물에는 아무 흔적이 남지 않네 야부도천 선사의 또 다른 선시를 감상해 보자. 得樹攀枝未足奇(득수반지미족기) 나뭇가지에 매달려 기어 오르려고 하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懸崖撒手丈夫兒(현애철수장부아) 벼랑 끝에 매달린 손을 놓을 줄 알아야 대장부라고 할 것이다. 水寒夜冷魚難覓(수한야냉어난멱) 물도 차고 밤도 차가운데 고기마저 오지 않고 留得空船載月歸(유득공선재월귀)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