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홀의 변호사'는 베스트 셀러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법원 에피소드를 제공했던 조우성 변호사가 새롭게 연재하는 글이다. 조우성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 외에 협상, 인문학 칼럼과 강의를 하고 있으며, 골프와 캐디 관련 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캐디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캐디 직무를 수행할 때 조심해야 하는 사항과 법률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준비해서 행동해야 할 사항들을 캐디입장에서 쉽게 설명할 예정이다. 이 글을 통해서 캐디들의 직무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며, 캐디가 약자가 아니라 준비된 전문가로 다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 편집자 주 - |

사건의 개요
최근 발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법률적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한 달 전 라운드 중 한 고객이 카트에서 손목을 다쳤다고 주장하며 캐디에게 배상을 요구했다. 이후 고객은 경기과에 전화하여 손목 부상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으로 다쳤다고 인정했고 이 통화가 녹음되었다.
경기과는 처음에 캐디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고객이 지속적으로 보상을 요구하자 캐디에게 개인 보험을 접수하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캐디는 자신이 가입한 여러 개인 보험(흥국생명, 현대해상, AIG, 메리츠증권 등)으로 왜 고객의 과실 사고를 처리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질문에 대한 답변
질문: 고객 과실로 다쳤는데, 캐디가 개인 보험으로 접수해야 하나요?
답변: 아니다.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
세상의 이치란 것은 단순하다.
배상 책임은 '과실'이 있는 자에게 발생한다. 고객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으로 다쳤다고 인정했고 이것이 녹음까지 되었다면, 이는 명백히 고객 본인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이다.
캐디 보험은 캐디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발생하는 배상 책임을 위한 것이지, 남의 잘못까지 뒤집어쓰는 것이 아니다.
만약 개인 보험으로 접수한다면, 이는 마치 자신이 없는 죄를 자백하는 것과 같다.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향후 보험료 할증 등 캐디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선례가 생기면 마치 한 번 양보한 진흙길이 영원한 진흙길이 되듯, 추후 유사한 부당한 요구가 계속될 위험이 있다.
질문: 골프장이 사고를 처리해야 하는데, 왜 캐디에게 책임을 전가하나요?
답변: 책임 회피와 비용 절감을 위한 부당한 행위이다.
인간의 본성은 어디서나 같다.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다.
골프장은 카트를 포함한 시설 관리 및 안전 운영에 대한 책임이 있다. 카트 사고 발생 시 1차적인 책임은 골프장에 있는 것이 마땅하다. 골프장이 캐디 개인 보험으로 처리하도록 유도하는 이유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귀찮은 보험 처리 과정을 피하며, 골프장 이미지 손상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기과의 초기 대응("회사에서 처리한다")은 적절했으나, 이후 태도를 바꿔 캐디에게 보험 접수를 요구한 것은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자 우산을 뺏는 것과 같은 배신적 행위이다. 이는 골프장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안일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질문: 캐디가 앞으로 해야 할 조치는 무엇인가요?
답변: 다음과 같은 단계별 조치를 취해야 한다.
a. 골프장에 명확한 거부 의사 전달:
- 진실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고객의 과실로 인한 사고임을 명확히 기재하고, 녹취 증거를 강조하여 서면으로 의사 전달해야 한다.
- 개인 보험 접수 거부 의사를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
- 골프장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해야 한다.
b. 보험사에 상황 설명 및 확인:
- 가입한 보험사에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고객 과실 사고임을 알려야 한다.
- '보험 접수 불가' 확인서를 요청하여 골프장과의 협상 시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c. 증거 확보:
- 역사가 승자에 의해 쓰이듯, 증거가 없는 진실은 거짓보다 못하다. 사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
- 경기과에 녹음된 통화 내용 확인 또는 사본을 요청해야 한다.
- 목격자 진술이 있다면 확보해야 한다.
d. 전문가 도움 요청 (필요시):
- 홀로 싸우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현명하다. 고용노동부나 노동 관련 시민단체에 상담을 요청하라.
- 상황이 심각할 경우 변호사와 상담하여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조언
존경하는 캐디 여러분, 이런 부당한 상황에 처하셨을 때 당황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여러분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가. 증거의 중요성: 역사가 문자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듯, 증거가 없는 주장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사고 발생 시 고객과의 대화, 통화 녹음, 사고 장소 사진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사례처럼 녹음된 통화가 캐디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 보험의 이해: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가 자신의 무기를 알아야 하듯, 개인 보험의 보장 범위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고객의 과실은 골프장이나 고객 본인이 해결할 문제이지, 캐디의 보험으로 처리될 사안이 아니다.
다. 권리 주장: 부당한 요구에 직면했을 때는 대나무처럼 유연하되 쇠와 같이 단단해야 한다.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주장해야 한다. "이 사고는 제 과실이 없으며, 녹음 기록으로 증명됩니다. 골프장 측에서 고객과 협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라. 동료와의 연대: 외로운 늑대도 때로는 무리의 힘이 필요하듯, 온라인 캐디 커뮤니티나 동료 캐디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여러분의 노고와 전문성은 항상 존중받아야 한다.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시는 캐디 여러분을 늘 응원하며, 이러한 법률적 조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저자
로펌 머스트노우(Mustknow) 대표변호사
변호사 업무 외에 협상, 인문학 컬럼 작성과 강의를 하며, 팟 캐스트 '조우성변호사의 인생내공', '고전탑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