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 13일(미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파72).
마침내 로리 매킬로이가 골프 역사상 6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옆엔, 항상 조용히 그림자를 따라 걷던 그의 캐디, 해리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의미
골프가 기록을 써 나가기 시작한 1860년 이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골프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
지금까지 그 기록을 세운 선수는 단 5명.
진 사라센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그리고 2025년, 로리 매킬로이가 이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매킬로이는 이미 US오픈(2011), PGA 챔피언십(2012, 2014), 디 오픈(2014)을 통해 3개의 메이저 우승을 경험했지만, 유독 마스터스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특히, 2022년에는 스코티 셰플러에게 우승을 넘겨주며 뼈아픈 기억을 남겼고, 2024년 US 오픈에서는 브라이슨 디섐보에게 1타 차로 역전패를 당하며 ‘그린 재앙’이 다시 따라붙기도 했다.
캐디, 해리 다이아몬드와의 여정
매킬로이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2017년이었다. 오랜 기간 함께했던 캐디, J.P. 피츠제랄드와 결별하고, 그는 과감하게 어릴 적 친구 해리 다이아몬드를 캐디로 선택했다.
둘은 같은 고등학교 골프부 출신.
해리는 전문 캐디 출신은 아니었지만, 로리가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며 선택한 인물. 이 선택은 일시적인 ‘임시 캐디’로 여겨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하는 최고의 파트너십으로 기록되게 되었다.
경기 중 과감한 클럽 선택, 바람을 읽는 눈, 로리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짧은 멘트들까지.
해리는 ‘작전참모’이자 ‘심리상담가’였고, 그의 공로는 결코 선수 뒤에 가려져선 안 된다.
리턴 매치, 그리고 완벽한 복수
이번 마스터스 결승 라운드는 지난 2024년 US 오픈의 리턴 매치였다. 당시 로리는 리브 골프 소속의 브라이슨 디섐보에게 단 1타 차로 우승을 내줘야 했고, 그 아픔은 오래 남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디섐보와 같이 라운드를 시작한 로리는 디섐보를 일찌감치 따돌렸고, 중압감으로 인해 마지막 18홀을 파로 막으며, 저스틴 존스와의 연장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캐디, 그들의 손끝이 만드는 전설
골프는 혼자서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림자처럼, 때론 리더처럼 함께 걷는 캐디의 존재 없이는 오늘의 로리 매킬로이도 없었다.
그 어떤 기술보다 섬세한 감각과 믿음으로 캐디는 오늘도 또 하나의 우승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