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GA 투어의 플래그십 이벤트로 불리는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The Players Championship)이 2025년 3월 13일(미국시간)부터 16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폰트 베드라 비치에 있는 TPC 소그래스(TPC Sawgrass, THE PLAYWERSStadium Course)에서 열린다.
‘제5의 메이저’로 불릴 만큼 강렬한 코스와 총상금 2,500만 달러(우승 상금 450만 달러)를 자랑하는 이 대회는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피트 다이(Pete Dye)의 걸작 코스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무대다. 특히 이번 대회는 2연패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Scotty Scheffler)의 역사적인 3연패 도전과 한국 선수들의 활약 여부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TPC 소그래스: 드라마와 도전의 무대
TPC 소그래스는 1982년부터 이 대회를 개최하며 골프 역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플로리다의 대서양 연안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이 코스는 소나무 숲, 파인 스트로, 그리고 상징적인 17번 홀 ‘아일랜드 그린’으로 유명하다.
특히, 유명 선수들이 17번 홀에서 그린이 아닌 물에 공을 빠뜨리는 장면으로 더욱 유명하다.

피트 다이가 설계한 이 코스는 특정 스타일의 플레이어를 선호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 좁은 페어웨이와 물이 포함된 페널티 구역이 15개 홀에 걸쳐 도사리고 있어 선수들에게 끊임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2025년을 맞아 6번 홀에 원래 의도했던 나무가 재배치되고, 2번과 11번 홀의 티 박스가 확장되는 등 코스는 더욱 진화했다. 이는 현대 골프 장비와 선수들의 발전에 맞춘 변화로, 대회의 난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첫 홀은 시각적으로 혼란을 주는 설계로 악명 높다. 오른쪽 페널티 구역의 워터 해저드와 왼쪽 파인 스트로 사이에서 정확한 티 샷을 요구하며, 제이슨 데이는 이를 “겉보기엔 단순한 파4지만 속임수가 숨어 있다”고 표현했다. 17번 홀은 타이거 우즈의 “better than most” 퍼트로 전설이 된 곳으로, 작은 아일랜드 그린과 주변 패널티 구역의 물이 선수들의 심박수를 높인다. 이런 코스 특성 덕분에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매년 예측 불가능한 드라마를 연출한다.
역대 우승자: 골프 전설들의 발자취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1974년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의 우승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초대 챔피언으로서 5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고, 이후 이 대회는 골프계의 거물들이 이름을 올리는 무대가 됐다.
타이거 우즈(2001, 2013), 프레드 커플스(Fred Couples, 1996), 리 트레비노(Lee Trevino, 1980)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근 20년간 국제적 색채도 강해졌는데, 11명의 해외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의 글로벌 위상을 입증했다.
2004년, 애덤 스콧(Adam Scott): 당시 23세였던 스콧은 호주 선수로서는 세 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세웠다.
2010년, 팀 클락(Tim Clark): 206번째 PGA 투어 출전 만에 첫 우승을 이곳에서 거두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최초 챔피언이 됐다.
2015년, 리키 파울러(Ricky Fowler): 극적인 플레이오프 끝에 우승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7년, 김시우(Si Woo Kim): 21세에 우승하며 한국 골프의 자랑이자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세웠다.
2019년, 로리 맥길로이(Rory McIlroy): 강력한 드라이버 샷으로 코스를 정복하며 북아일랜드의 자존심을 세웠다.
2022년 카메론 스미스(Cameron Smith)가 우승 이후 LIV 골프 이적 탓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돌아오지 못한 가운데, 스코티 셰플러가 2023년과 2024년 연속 우승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25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역대 우승자는 스코티 셰플러(2023, 2024), 저스틴 토머스(2021), 로리 매킬로이(2019), 김시우(2017), 제이슨 데이(2016), 리키 파울러(2015), 맷 쿠차(2012) 총 8명이다.
디펜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의 3연패 도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이미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23년 17언더파 271타로 영국의 티렐 해톤에게 5타 차 대승을 거둔 그는 2024년 극적인 역전극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2024년 대회에서 목 부상을 겪으며 2라운드 중 치료를 받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기록하며 5타 차 리드를 뒤집었다. 브라이언 하먼(Brian Harman), 윈덤 클락(Wyndham Clark), 잰더 쇼플리(Xander Schauffele)가 플레이오프를 노렸지만, 모두 18번 홀에서 결정적인 퍼트를 놓치며 셰플러의 승리를 막지 못했다.
셰플러는 “이 코스는 특정 스타일에 치우치지 않는 천재적인 설계”라며 “다양한 샷을 테스트하는 곳에서 연승한 것이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강점은 뛰어난 티 투 그린 플레이와 압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다. 2025년, 셰플러가 3연패에 성공한다면 잭 니클라우스(1974, 1976, 1978) 이후 이 대회에서 세 번 우승한 두 번째 선수가 된다. 그러나 손 부상으로 2025 시즌 초반 주춤했던 그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또 한 번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도전: 김시우와 동료들의 활약 기대
한국 골프는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이미 빛나는 족적을 남겼다. 2017년 김시우가 21세에 우승하며 최연소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이후,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2025년 대회에는 김시우를 비롯해 김주형, 임성재, 안병훈, 이경훈, 김성현이 출전하며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김시우: 2017년 우승자이자 TPC 소그래스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지난해 6위, 2021년 9위 등 꾸준한 성적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그는 “승리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여전히 소름이 돋는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주형: 세계 랭킹 26위에 빛나는 젊은 스타로, 시즌 첫 톱10을 노린다. 침착한 플레이로 코스의 도전을 극복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임성재: 지난해 커리어 최고 성적인 6위에 올랐던 그는 “모든 라운드를 소중히 여기며 실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아이언 샷이 강점이다.
안병훈: 최근 상승세를 타며 한국 선수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긴 드라이버 샷으로 소그래스의 좁은 페어웨이를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김시우는 “이 대회는 역사적 의미가 깊고,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한국 선수로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골프 팬들은 이들이 또 한 번 깃발을 꽂기를 기대하고 있다.
팬과 선수의 축제, 그리고 글로벌 확장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선수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37,000평방피트의 쇼핑 공간과 20개 이상의 지역 음식 옵션은 잭슨빌의 문화를 맛보게 한다. 현지 출신 프레드 펑크는 2005년 우승 당시 “홈 팬들의 함성이 잊히지 않는다”고 회상했고, 라파 캄포스는 “17번 홀 갤러리를 보고 싶다”며 첫 출전의 설렘을 전했다.
대회의 글로벌 위상도 두드러진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라파 캄포스가 2025년 처음으로 자국 깃발을 내걸며 “푸에르토리코 전체의 승리를 꿈꾼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는 지난 20년간 11명의 국제 챔피언을 배출한 대회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셰플러의 역사와 한국의 희망
2025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스코티 셰플러의 3연패 도전으로 골프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여기에 로리 맥길로이, 잰더 쇼플리, 저스틴 토마스 등 세계 최정상 선수들과 한국의 강력한 컨틴전트가 더해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44명의 선수들이 TPC 소그래스의 도전적인 코스에서 펼쳐질 이 드라마는 골프의 정수를 보여주며,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